외롭다, 살고 싶다. 외롭다...계속 되뇌이면서 그 슬픔을 극대화하여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 남자, 빅토르 바통. 아무리 바통이 한심하고 찌질해 보여도 친구를 사귀고 싶은 그 마음만은 순도100%이다.


친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사람, 빅토르 바통의 마지막 독백...너무 솔직해서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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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3-11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도서관에 들러서 이 책
한 번 보려고 빌려왔답니다.

살까도 싶었지만, 계속해서 책
을 사대기만 하고 못 읽어서요...

coolcat329 2024-03-11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참 사고 싶었는데 얇아서 그냥 빌려 읽었어요. 사놓고 안 읽은 책들만 보면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요.

이 책 저는 참 좋았습니다. 레삭매냐님 소감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4-03-11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통이 이 책 표지처럼 분위기 있는 사람이었다면 친구 사기기 쉬웠을텐데...
마지막 문장 너무 공감합니다~!!

coolcat329 2024-03-12 08:26   좋아요 1 | URL
표지 사진도 참 좋지 않나요? 한스 실베스터라는 사진 작가가 1961년 아일랜드의 어느 펍에서 찍은 사진이라네요. 당시 아일랜드 사람들이야말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았다는데, 사진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려요.
근데 바통보다는 사진 속 인물이 더 잘생겨서 😂

Falstaff 2024-03-11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이 책 읽었습니다. 저는 한 외롭고 가난한 청년의 고독 보다는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는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프롤로그 하나만 읽어도 본전은 뽑고 별점도 다섯 개 줄 만하더라고요. 묘사가 완전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지요.

coolcat329 2024-03-12 08:29   좋아요 1 | URL
와 프롤로그만으로도 별5! 저도 동감이에요.
묘사의 디테일이 정말 훌륭한 작품같아요.
작가가 병으로 일찍 떠나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폴스타프님 리뷰 찾으러 갑니당^^
 
나의 친구들 페이지터너스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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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보브(Emmanuel Bove 1898~1945)의 <나의 친구들(Mes Amis)>은 빅토르 바통이라는 한 외로운 남자의 이야기이다. 바통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한쪽 팔에 부상을 입고 돌아온 상이군인으로 일자리 없이 군인연금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간다. 

책 제목이 '나의 친구들'이니 바통에게 친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나의 친구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를 간절히 원할 뿐이다. 특히 자기처럼 의지할 곳 없는 '불행한 친구'(p.61)라면 더욱 좋다. 그래야 친구가 자기만을 바라볼테니까.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이런 나의 탄식을 곁에서 들어줄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누구하고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을 채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손톱만큼밖에 안 되는 우정과 사랑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p.37)]


바통은 누군가의 관심을 기대하며 매일매일 밖으로 나간다. 내 생각엔 몸이 불편해도 일자리를 구해 일을 하면 좋을 거 같은데, 바통은 일은 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 거리를 돌아다닌다. 

<나의 친구들>은 이런 바통이 만난 다섯 사람-뤼시 뒤누아, 앙리 비야르, 느뵈, 라카즈, 블랑셰-과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매일 점심을 먹으러 가는 카페에서 그는 여주인 뤼시가 자고 가라고 붙잡아 주기를 바라고, 군중 틈에서 우연히 본 호감이 가는 남자를 뒤따라 가기도 하는데 이 행동에는 그 남자가 자신이 따라와 주기를 바란다는 망상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동정을 받고 싶어 다리 위에 서서 자살할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부유한 사업가가 베푼 호의를 확대 해석하여 (사랑 고백을 하려고!) 그의 딸을 찾아 갔다가 운 좋게 얻은 직장을 잃기도 한다. 모르는 여자가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바로 그 여자와 함께 사는 상상을 하며 관계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여자와 단둘이 있게 되면 불안해지고 다시 혼자가 되곤 한다. 


철저히 혼자인 바통을 보며 처음에는 너무 짠하고 불쌍해 '아 이 사람 어쩌면 좋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바통의 행동에 어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삶이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 극대화하여 스스로를 슬픔에 가둠으로써 그 상황을 은근히 즐기면서 살아갈 힘과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닌가!

다음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억지로 기운을 내보려 하지도 않고, 오히려 가능한 한 슬픔을 지속시키기 위해 애를 쓰며 걸었다. 마음을 꽁꽁 닫아걸고, 내가 정말로 보잘것 없고 비참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부러 더 각인시키려 애쓰며 걸었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찾고 있었다. (p.50)]


붐비는 기차역을 좋아하는 이유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틈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고 이렇게 외로워 보이는 자신을 사람들이 혹시나 기억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는 데 있다. 기차역에서 더 외로워 보이려고 '슬픔에 잠겨 있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을 보며 '아...바통이 살아가는 방식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슬픔에 잠겨 있기 위해 노력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이런 내게 조금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한다. 외국으로떠나는 열차 안에서 내 생각을 해주기를 바란다. (p.113)]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하고 일자리를 준 라카즈의 딸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들켜 한바탕 욕을 먹고 혼자 방에 남아 울던 바통이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계속해서 울려고 하는'(p.156) 모습이나, 자살할 마음이 조금도 없으면서 자살할 것처럼 다리 위에 서서 우는 시늉을 하는 모습도 다 자신의 외로움을 과장하여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바통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바통은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불안을 느끼며 그 관계를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는데, 이 장면에서 '바통의 진실한 친구는 결국 외로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톨이'라는 사실이 그로 하여금 거리를 배회하며 사람들을 관찰하게 만들고 그 가운데 삶의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니 말이다.

내 생각에 바통은 자신이 원하는 '진실한 친구'를 만나지 못할 거 같다. 외로움에 고통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친구들>은 책의 뒷표지에 쓰여 있는 '대도시에 고립된 현대인의 그늘'이라는 문구처럼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보여주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군인들에게 이 세상은 또 다른 전쟁터이지 않을까, 그들이 예전처럼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바통은 전쟁에서의 공로로 훈장도 받았지만 세상은 그를 알아봐 주질 않는다. 친구도 전쟁에서 죽어 그는 죽은 친구의 가구를 쓰고 있다. 바통은 분명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었을 것이고 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지켜내는 방식으로 자신의 불행을 극대화하여 외로움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에마뉘엘 보브의 <나의 친구들> 나는 이 소설이 너무너무 좋았다. 작가가 47세에 떠나서 많이 안타깝다. 짧은 생애, 세 편의 소설을 남겼다는데 나머지 소설도 번역되어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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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5
장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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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의 시니컬한 문장이 은근히 웃긴 소설이지만 마지막엔 절대 웃을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
‘사기는 걸리면 친 사람 잘못 안 걸리면 당한 사람 잘못‘(p.195)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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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서 들을, 이왕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을 찾다가 우연히 유투브에서 문지혁 작가가 운영하는 '문지혁의 보기드문 책'이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epiphany를 설명하는 강의였는데, 작가의 단정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 무엇보다 진지한 강의가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어디선가 본(아마도 자목련님의 글?) <초급 한국어>의 저자였고, 지난 달 두 권을 연속해서 읽었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문지혁', 바로 작가의 이름과 같다. 자신의 이야기와 허구가 섞인 '오토픽션(autofiction)'으로 <초급 한국어>(2020)는 작가가 뉴욕의 한 학교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경험을, <중급 한국어>(2023)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문지혁이 헤어졌던 연인과 결혼해 불임으로 고생하다가 어렵게 딸을 낳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글쓰기 수업을 한 경험을 담고 있다. 


두 소설 다 좋았지만 그래도 더 재미있었던 작품은 <중급 한국어>이다. 이야기는 글쓰기 수업의 커리큘럼(1장'자서전'에서 시작하여 '합평'을 거쳐 11장 '작품집 만들기'로 끝나는)에 따라 진행되는데, 수업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지혁의 일상-결혼생활과 육아, 소설을 쓰기 위한 노력-과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독자 또한 자신의 과거와 일상을 의미있게 되짚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제임스 조이스, 안톤 체홉, 프란츠 카프카, 롤랑 바르트, 레이먼드 카버 등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주제에 맞는 글쓰기 연습을 하는 수업은 마치 나도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듣는 거 같았고, '유년', '사랑', '대화', '환상', '일상', '죽음과 애도', '고통'과 같은 작품별로 제시된 주제어를 보며 '역시 소설은 삶과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급 한국어>는 '나의 모국어, 어머니께', <중급 한국어>는 '나의 첫 외국어, 채윤에게' 바치는 책으로 채윤이는 문지혁 작가의 딸이다. <중급 한국어>에는 딸을 낳아 키우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나는 십여 년 전 나의 어설픈 육아를 돌아보면서 '그래 맞다...아이를 키우는 일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얼마나 어려웠던가...영어나 일어가 아닌 아랍어나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처럼 얼마나 낯설고 힘들었던가...' 생각했다. 


두 소설의 제목은 한국어 교재 같아 딱딱하고 지루할 거 같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각 소설 당 두 번, 총 네 번을 나는 큰 소리로 웃었고 문학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그 수업이 따뜻하고 즐거웠다.

한 예로 '사랑'을 주제로 한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남자 주인공을 쓰레기라 하며 불륜을 주제로 한 이 소설을 혹평한다. 이에 소설 속 지혁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라는 실험실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소설의 인물들은 옳고 바르고 정의로운 인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긋나고 부서진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소설이란 윤리로 비윤리를 심판하는 재판정이 아니라,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비춰 보는 거울이자 그 둘이 싸우고 경쟁하는 경기장이 아닐까요? (p.93,94)]


문학 강의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삶을 통해 문학 작품을 들여다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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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3-05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급 한국어>가 더 좋았어요!!
리뷰도 써야 하는데....

coolcat329 2024-03-06 09:41   좋아요 0 | URL
한국소설을 너무 안 읽어서 늘 한국의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자목련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답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새파랑 2024-03-06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어도 잘 못하는데...

곧 <고급 한국어>도 나오는 건가요? ㅋ

문학을 소재로 하니까 재미있을거 같아요~!!

coolcat329 2024-03-06 14:52   좋아요 1 | URL
지혁이 외국인에게 초급 한국어 가르치는 걸 보니 한국말이 외국인에게 정말 어렵겠더라구요. ‘은는/이가‘ 조사 붙이는 거부터 그들에겐 너무 헷갈리는 거죠. <초급 한국어> 읽으면서 우리나라 말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어요.
이 책 재밌습니다.👍
 
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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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택하든 그 이면에는 ‘반대어‘가 있기에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삶을 기꺼이 살겠다는 마지막 안진진의 선언이 인상적이었다. 어차피 삶에 완벽이란 없기에 그 불완전함, 모순을 껴안고 살아갈 때 우리는 발전할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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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3-05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분명히 읽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 내용은 생각나지 않네요.ㅋㅋ

coolcat329 2024-03-05 12:10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두번 째 읽는 건데 처음 읽는 기분이었어요. 어쩜 안진진 이름 빼고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