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산 파블로 - 1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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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으로 마시는데 고소함과 부드러운 산미가 무난한 커피입니다. 마시고 난 후 목 뒤에서 느껴지는 커피맛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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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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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연구해 온 생태학자이자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세 편의 논픽션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델리아 오언스.

그녀가 2018년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출간한 첫 소설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영화화 확정' 등 화려한 문구에 혹하여 바로 도서관에 신청을 했었다. 

'소문난 잔치상에 먹을거 없다'고 홍보가 떠들썩 할 수록 그 끝은 허무했기에 반신반의 했으나, 습지 묘사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고 바로 이어서 습지 늪 속에서 시체가 발견, 읽지 않을 수 없었다. 

 

1950~1960년대 노스캐롤라이나 습지대를 배경으로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살인사건이 흥미롭게 얽혀 있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늪 속 시체가 발견된 1969년 현재와 홀로 남겨진 카야가 6살이던 1952년, 이 두 시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바다도 육지도 아닌 습지는 인간이 살기엔 가혹한 땅이기에 삶의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런 습지에 살던 카야네 가족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와 형제들도 다 떠나고 마지막엔 아버지마저 떠나 카야는 6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남게 된다.

어렵게 가게 된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놀려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고 마을 사람들도 카야를 '습지 쓰레기', '마시 걸(습지 소녀)'이라 부르며 멸시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알게된 외로움속에서 오직 자연만이 그녀의 가족이자 친구가 되고 점점 더 고립된 삶을 살게 된다.

 

 

p.49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14살의 아름다운 소녀로 자랐지만 여전히 외로운 카야. 그런 카야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따스함을 알게 해준 다정다감한 테이트. 테이트가 떠난 후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 카야의 몸과 마음을 뒤흔든 체이스. 이 세사람의 로맨스가 몽환적인 습지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법정 스릴러로 나아간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외로운 카야와 자연이 맺고 있는 깊은 유대와 습지대의 생생한 묘사였다.

시체가 발견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자연'이고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연의 한 부분이며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카야의 시선을 통해 아름답게 보여준다.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그 답을 찾았던 카야. 그녀에게는 반딧불, 여우,사마귀가 삶의 불가사의함을 알게 해준 선생님이었고 갈매기,왜가리는 친구이며, 손바닥으로 누르면 물이 스며 나오는 습지는 어머니였다.

 

 

p.179

카야는 다른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암컷들은 원하는 걸 얻어낸다. 처음에는 짝짓기 상대를, 다음에는 끼니를. 그저 신호를 바꾸기만 하면 됐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카야가 습지대에서 고립된 채 홀로 일구어낸 삶은 멀리서 봤을 때 경이롭고 아름답지만, 그녀가 겪는 극한의 외로움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 버려진다는 것의 두려움과 상처는 그저 애처로울 뿐이다.

 

책의 제목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라고 테이트가 카야에게 알려준다. 카야의 눈에 비친 세상은 백인아이들이 흑인어른에게 돌을 던지고, 사회 약자를 멸시하며, 자신과 같은 힘없는 여자를 정복할 대상으로 삼듯이 자연도 공생이 아닌 정복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카야에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 어떤 차별과 편견없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곳. 바로 카야가 그토록 갈망했던 외롭지 않고 더 이상 누군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곳일 것이다.

 

처음에는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지만 외로운 어린 소녀가 야생의 자연 속에서 삶의 진리를 깨달으며 아름답고 강한 여인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습지생태의 생생하면서도 서정적인 묘사와 어우러져 가슴 뭉클했고 이런 점이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외로운 사람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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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29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의 피드에 있어서 호기심이
더 생기네요...

아무래도 읽어야지 싶습니다.

자유여유 2022-08-3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음이 힘들었을 때 친구의 권유로 읽었던 책입니다. 독서 치유를 경험한 책이지요. 강추합니다.
 
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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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3대 추리 작가 중 한 사람인 쯔진천의 작품.

중화권 추리소설은 찬호께이의 <13.67> 이후로 처음인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재밌고 흥미로웠다.

거대한 나라 중국에 뿌리 깊게 박힌 비리와 범죄를 다룬 사회파 추리소설로 이 작품에 더욱 애착이 가는 건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작가가 썼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더럽고 누추한 한 남자가 여행용 가방에 시체를 넣어 유기하러 가는 도중, 지하철을 타려다 발각이 되어 체포당하는 데서 시작된다. 수백 명의 목격자와 cctv 증거, 범인의 자백 등 명백한 증거 앞에 검찰이 용의자를 기소하지만, 모든 걸 인정하던 용의자가 재판정에서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용의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호기심을 자아내며 이야기는 10년 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앞에서 같이 탄식하고 절망하게 된다.

 

정치와 경제가 결탁하여 일으키는 범죄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지만 그 배경이 중국일 때 그 권력의 거대함은 견줄 데가 없을 것이다. 이런 거대 권력과 한 인간이 맞설 때 그 허탈감과 절망은 감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힘 없는 개인이 사회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그 존재마저도 부정당할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물음이다.

 

"만일 이런 일조차 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게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법을 공부하는 거지?

 

"전 멈출 수 없습니다."

 

"아내와 이혼하겠습니다."

 

10년 동안 진실 규명을 위해 거대 권력에 맞서 자신의 전부를 던진 한 검찰관의 용기와 희생.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상황에서 매번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에 쓰러지고 절망하지만 다시 일어나 정의를 향해 내딛는 그 한걸음 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동트기 힘든 밤, 언제쯤이면 날이 밝아올 수 있을까...

아마도 밝은 날 보다 어두운 날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은 많은 사람이 알수록 감추기 어려운 법' 이라는 책 속의 말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세상에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적자지심(赤子之心)'을 간직한 이들이 보여주는 진실을 향한 강인한 신념과 노력은 불의에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쯔진천이라는 중국의 작가는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쯔진천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서 기쁘고 그의 다른 작품 <무증거범죄>도 조만간 읽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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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없었다
조너선 에임즈 지음, 고유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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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업소에 납치된 뉴욕 상원의원 딸을 구하기 위해 전직 FBI요원이었지만 현재는 사설 해결사인 조가 나선다. 어린 시절의 학대와 FBI 시절 구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조. 그가 휘두르는 망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와 슬픔. 짧아서 아쉽지만 그만큼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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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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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일찍 알아버린 12살 소녀가 바라보는 가족, 이웃 이야기. 과연 이것이 아이의 생각이란 말인가, 어른인 나보다 삶의 본질을 더 잘 꿰뚫어보는 진희에게 공감이 안 가 마지막까지 호감이 가진 않았으나 작가의 문장력 만큼은 읽으면서 연신 감탄했다. 물론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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