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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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연구해 온 생태학자이자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세 편의 논픽션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델리아 오언스.

그녀가 2018년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출간한 첫 소설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영화화 확정' 등 화려한 문구에 혹하여 바로 도서관에 신청을 했었다. 

'소문난 잔치상에 먹을거 없다'고 홍보가 떠들썩 할 수록 그 끝은 허무했기에 반신반의 했으나, 습지 묘사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고 바로 이어서 습지 늪 속에서 시체가 발견, 읽지 않을 수 없었다. 

 

1950~1960년대 노스캐롤라이나 습지대를 배경으로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과 사랑 그리고 살인사건이 흥미롭게 얽혀 있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야기는 늪 속 시체가 발견된 1969년 현재와 홀로 남겨진 카야가 6살이던 1952년, 이 두 시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바다도 육지도 아닌 습지는 인간이 살기엔 가혹한 땅이기에 삶의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런 습지에 살던 카야네 가족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와 형제들도 다 떠나고 마지막엔 아버지마저 떠나 카야는 6살의 어린 나이에 혼자 남게 된다.

어렵게 가게 된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놀려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고 마을 사람들도 카야를 '습지 쓰레기', '마시 걸(습지 소녀)'이라 부르며 멸시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알게된 외로움속에서 오직 자연만이 그녀의 가족이자 친구가 되고 점점 더 고립된 삶을 살게 된다.

 

 

p.49

  카야가 비틀거리면 언제나 습지의 땅이 붙잡아주었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때가 오자 심장의 아픔이 모래에 스며드는 바닷물처럼 스르르 스며들었다.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깊은 데로 파고들었다.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14살의 아름다운 소녀로 자랐지만 여전히 외로운 카야. 그런 카야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따스함을 알게 해준 다정다감한 테이트. 테이트가 떠난 후 또 다시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나 카야의 몸과 마음을 뒤흔든 체이스. 이 세사람의 로맨스가 몽환적인 습지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하면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는 체이스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법정 스릴러로 나아간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외로운 카야와 자연이 맺고 있는 깊은 유대와 습지대의 생생한 묘사였다.

시체가 발견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자연'이고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자연의 한 부분이며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카야의 시선을 통해 아름답게 보여준다.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그 답을 찾았던 카야. 그녀에게는 반딧불, 여우,사마귀가 삶의 불가사의함을 알게 해준 선생님이었고 갈매기,왜가리는 친구이며, 손바닥으로 누르면 물이 스며 나오는 습지는 어머니였다.

 

 

p.179

카야는 다른 반딧불을 바라보았다. 암컷들은 원하는 걸 얻어낸다. 처음에는 짝짓기 상대를, 다음에는 끼니를. 그저 신호를 바꾸기만 하면 됐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의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카야가 습지대에서 고립된 채 홀로 일구어낸 삶은 멀리서 봤을 때 경이롭고 아름답지만, 그녀가 겪는 극한의 외로움과 주위의 차가운 시선, 버려진다는 것의 두려움과 상처는 그저 애처로울 뿐이다.

 

책의 제목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라고 테이트가 카야에게 알려준다. 카야의 눈에 비친 세상은 백인아이들이 흑인어른에게 돌을 던지고, 사회 약자를 멸시하며, 자신과 같은 힘없는 여자를 정복할 대상으로 삼듯이 자연도 공생이 아닌 정복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결코 다가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카야에게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 어떤 차별과 편견없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곳. 바로 카야가 그토록 갈망했던 외롭지 않고 더 이상 누군가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곳일 것이다.

 

처음에는 '과연 범인이 누구일까'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지만 외로운 어린 소녀가 야생의 자연 속에서 삶의 진리를 깨달으며 아름답고 강한 여인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 습지생태의 생생하면서도 서정적인 묘사와 어우러져 가슴 뭉클했고 이런 점이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외로운 사람들이 노래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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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7-29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은 분들의 피드에 있어서 호기심이
더 생기네요...

아무래도 읽어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