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보봐리, 돈키호테, 햄릿, 채털리 부인 등을 만나 내 안의 ‘아주 사적인‘ 욕망을 들여다 보는 시간. 로쟈님의 강의를 책으로 옮겨 놓은 건데 친절하고 재미있으며 독서욕구를 자극한다. 늦게 시작한 고전읽기니 만큼 충실히 하고 싶은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든든한 조언자 같이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4년,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라는 세 개의 전체주의 국가로 나뉘어 있다. 이 세 나라는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며 서로 동맹을 맺다가 다시 적이되는 관계를 반복하며 이어가는데 이는 국민을 속여 체제를 유지하려는 쇼에 불과한 것이다.

가는 곳 마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송신과 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개인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며 텔레스크린 설치가 불가능한 곳에는 도청 장치인 마이크로폰이 있다. 더 나아가 사상 경찰을 통해 인간의 생각과 감정까지 감시,통제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인 성욕까지도 억제하는 사회이다. 섹스는 그저 당에 봉사할 아이를 낳는 행위로만 인정될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오세아니아의 외부당원으로서 진리부 기록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뉴스나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어느 순간 부터 이같은 당의 통제와 자신이 하는 일에 불신과 저항을 느끼게 된다. 그는 텔레스크린을 피해 금지된 행위인 일기를 쓰기 시작하고 서서히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 결정적 계기는 줄리아라는 여자가 넘어지는 척 하며 건넨 쪽지를 받고 부터다. 펼쳐본 쪽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상경찰의 끄나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젊고 아름다운 그러나 어딘가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던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윈스턴은 그녀만을 생각하며 금지된 욕망이 내부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글로 인해 살고 싶은 욕망이 불타올랐고,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이 어리석게 여겨졌던 것이다.

 

표정만 이상해도 잡혀가는 사회에서 사랑과 성욕에 빠진 윈스턴과 줄리아.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처럼 그들은 숲 속에서 은밀히 만나 사랑을 나누고 급기야 윈스턴이 일기장을 샀던 고물상 건물 2층에 자신들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아슬아슬한 만남을 이어간다. 사랑의 감정을 품고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과 삶의 소소한 행복을 갈망하게 되는 윈스턴. 사상경찰에게 붙잡혀 자백을 하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는다.

 

"사람의 속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지. 만약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비록 대단한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들을 패배시키는 셈은 되는 거야."

 

그러나 그들은 곧 사상경찰에 붙잡히고 잔혹하기로 악명높은 애정부로 끌려가 고문을 받는다.

윈스턴은 고통받을 줄리아를 걱정하고 빅브라더를 증오한다고 말하며 처음엔 저항하지만 애정부에서 가장 혹독한 '101호실'로 끌려가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쥐에게 고문을 당할 상황에 처해지자 결국엔 줄리아를 배반한다.

 

"줄리아한테 하세요! 줄리아한테! 제게 하지 말고 줄리아한테 하세요!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요.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도, 살갗을 벗겨 뼈를 발라내도 말예요. 저는 안 돼요! 줄리아한테 하세요! 저는 안 됩니다!"

 

끔찍한 고문 앞에서 윈스턴을 인간답게 했던 사랑마저도 파괴되는 장면이다. 전체주의의 폭력이 인간을 어떻게 추락시키는지 보여주지만 이 국가가 정말 무서운건 정신까지도 개조시킨다는 점이다.

 

"자네가 우리한테 항복한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자네의 자유 의지에 의해서여야만 하네.(...)그들을 전향시켜 속마음을 장악함으로써 새사람으로 만든다네.(...)그들을 죽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만든단 말일세. 비록 알려지지도 않고 그 영향력 또한 없다 하더라도 그릇된 사상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니까"

 

줄리아를 배반하고 풀려나지만 윈스턴은 왜 살아있는지 모른체 당이 제공하는 것들을 받아 살아간다. 윈스턴은 더이상 한 가지 생각을 오래할 수 없고, 술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옛날 엄마와의 추억도 떠오르지만 그 기억이 잘못된 기억임을 스스로 판단한다. 어떤 일을 일어난 걸로, 어떤 일을 일어나지 않은 걸로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텔레스크린에서 오세아니아의 승리를 알리는 특보를 들으며 윈스턴은 그 순간 구원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행복한 몽상에 빠진다. 애정부로 가서 자신의 죄를 낱낱히 자백하고 죄를 용서 받는 윈스턴. 이렇게 속마음까지 당이 바라는 대로 개조된 윈스턴은 뒤에서 간수가 쏜 총알에 머리가 관통당한다.

 

모든것이 잘되었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수많은 비극적 결말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이다. 더이상 아무 힘이 없는 윈스턴을 그들은 언제든지 쉽게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들이 바라는 대로 철저하게 개조되지 않은 윈스턴을 죽인다는건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국가에서는 과거의 순교자같은 영웅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권력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권력은 어떠한 빈틈도 있어서는 안되기에 '처치하기 전에 두뇌를 완전히 개조'시켜야 하는 것이다.

 

오웰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전체주의 폭력에 의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윈스턴은 인간으로서 죽지 않았다. 그저 전체주의의 불량 부속품으로 제거되었다. 물론 1984년 속의 사회는 매우 극단적인 모습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 또한 따뜻한 인간성을 바라는 사회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산업주의로 인간이 기계처럼 취급되고 거대한 자본 앞에서 인간성은 점점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전체주의는 그 어떤 사회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 특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할 때 교묘하게 그럴듯한 이름으로 등장한다. 사람을 기계나 부품으로 생각하지 않고 서로 돕고 존중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이런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만든다.

현실은 이상과는 점점 멀어지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둔 사회를 꿈꿔야 하며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느낀다. 인간의 자유, 평등, 존엄성이 억압되는 사회가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지 오웰이 보여준 1984년의 세계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30년대 뉴욕을 눈부시게 그려낸 작품. 이민자의 딸로 가진 것 없는 케이트라는 당찬 여성을 중심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관계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보여준다. 뻔한 로맨스 소설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토록 세련되고 아름다운 문학작품으로 만들다니...외모 역시 귀티가 좔좔 흐르는 작가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책벌레 여주인공 덕분에 많은 고전문학도 만날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의 매력이다. 항상 책과 함께 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당당하며 아름다움을 케이트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맨해튼 상류사회 인물들과 교류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간 케이트. 사랑 앞에서도 솔직 당당한 그녀에게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노력과는 별개로 수시로 그녀 주위에 나타나는 상류층 사람들과의 교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 아쉽다.

개인적으로 뉴욕에서 6년간 지냈던 정신 없던 시절을 추억하게 했고 케이트가 갔던 장소, 거리, 건물들이 다시 살아나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에이모 토울스는 그의 화제작 <모스크바의 신사>를 통해 먼저 만났으나 누구나 좋다는 이 칭찬이 자자한 소설이 나는 이상하게 지겨웠다. 그래서 1/3정도 읽다 말았는데, 다시 도전해 봐야 겠다. 당시 나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며 가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정약용, 이회영, 독립운동가 박상진, 대동법의 아버지 김육, 여섯 번이나 영의정을 지내고도 오두막에서 살았던 이원익이 기억에 남는다. 2번 읽었는데 곁에 두고 자주 읽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레바퀴 아래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고 가장 위태로운 소년 시절에 왜 한스는 날마다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했을까? 왜 그의 토끼를 빼앗고, 왜 라틴어 학교에서 동급생들을 일부러 멀리하게 만들고, 왜 낚시를 금지하고, 왜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고, 왜 하찮고 소모적인 명예욕을 추구하겠다는 공허하고 세속적인 이상을 그에게 심어주었을까? 왜 시험이 끝나고 힘들게 얻은 방학 때조차 푹 쉬게 하지 않았을까?  p.141

 

헤르만 헤세가 1906년 29세에 발표한 자전적인 소설이다.

책 속에서 헤세가 묘사하는 독일의 자연 풍경은 매우 세세하고 아름답다. 그런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낚시와 수영을 하며 행복해 하는 한스의 모습과 학교와 사회가 정해준 단 하나의 길을 가야했던 한스의 모습이 대비되어 읽으면서 내내 한스가 애처로웠다.

쉬는 순간에도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까봐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 한스. 그런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한스의 공부를 부추기는 교장과 목사, 그리고 '철저하게 세속적인' 무뚝뚝한 아버지. 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한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면 한스는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신경쇠약에 걸려 힘들어 하진 않았을텐데...한창 호기심이 많고 설레임으로 충만할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을텐데...엄마라도 있었다면...이런 내 안의 안타까움이 끊이질 않았다.

주변엔 그저 한스를 이용해 각자의 욕망을 충족시켜 세상의 속된 명예를 얻어보려는 야욕밖엔 없는 것이다. 이런 한스를 유일하게 안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은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 아저씨뿐이지만 사회가 주는 압박과 부담이 너무 크기에 플라이크의 조언은 한스에게 와닿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억압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당시 독일은 학교라는 기관을 통해 학생들을 획일,강압적으로 교육을 시켰다. 이런 독일 사회와 교육체제를 헤세는 끊임없이 비판했다. 이 작품이 나치시대에 불온서적으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은 그것을 증명한다.

 

자아의 실현은 어떤 교육이나 체제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이 만든 규격화된 체제 속에서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색하고 자기 자신만의 정신적 세계를 만들어야 진정 당당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인 성공과는 질적으로 다른 진정한 성공일 것이다. 한 사람이 당당한 개인으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고뇌와 방황의 시간이 필요한데 사회는 그것을 부정하고 사람을 도구로 전락시킨다.

 

10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른채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그저 앞만 보며 가는 우리 나라의 현실과 너무 닮아 씁쓸했다. 현재 독일 교육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지금 한국의 교육은 백년 전 독일의 그것과 비교해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듯 하다.

 

헤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데미안>은 예전에 읽다 말았지만 당시 받은 느낌은 관념적이며 철학적이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좀 막연했던 반면, 이 작품은 보다 현실적이고 비판하려는 대상이 분명하여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무엇보다 예민하고 소심한 한스가 짊어져야한 삶의 무게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지금도 삶의 무거운 수레바퀴 아래서 힘겹게 한 발 한 발을 내딛는 연약한 영혼들에게 헤세의 메시지는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위대한 영웅은 아니지만 어엿한 한 남자'가 되기를. 어엿한 한 여자가 되기를...

청소년과 부모가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작품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19-10-23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일 교육은 우리나라 현실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요.

독일에서 고등학교 나온 사람은 벤츠를
대학 나온 사람은 팍스바겐 골프를 탄
다고 하더라구요.

우리 교육도 경쟁이 아니라 내면 세계
를 탐구하고 자아 실현을 이루는 방향
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