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가가 된다면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쓰면서 얼마나 혼자 웃을지...빅토리아 시대의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동성애가 주는 불편함보다는 그 시대 배경과 거기서 펼쳐지는 음모, 배신, 사랑, 속임수에 푹 빠져들게 된다. 8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번역 문장도 술술 잘 읽힌다.
˝내 자식은 내가 잘 알아.˝ 이젠 이런 말은 할 수 없겠다.왜냐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철저히 계산되고 위장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자식을 제대로 키운다는 건 힘든걸 넘어 불가능한 일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글을 쓴 저자의 솔직함과 그 용기, 아들에 대한 사랑이 고귀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고통받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을 포함 몇몇 인물들의 행동과 이야기 전개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기대한 만큼 실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으로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작가의 필력에 굴복, 늦은 밤까지 읽느라 한 이틀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선과 악의 극명한 대립 속에 고통받는 이들의 상황이 너무나 끔찍했기에...존 하트의 작품은 처음이다. 「라스트 차일드」 라는 작품의 명성이 자자하여 이 작품도 기대가 컸는데 사건전개나 인물들의 행동, 연쇄살인의 동기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 납득하기 힘들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썼나 싶을 정도로 제목이 주는 작품의 품위를 느낄 수 없던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인건 분명하다.
해방 후 한국 전쟁을 전후로 굴곡진 생을 살아야 했던 몽실이의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꽤 오래전 아이 주려고 중고서점에서 산 책을 어제 우연히 발견하고 어린이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가슴이 어찌나 아리고 먹먹하던지 나중엔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새 아버지의 폭행으로 그 어린 나이에 절름발이가 되어 병신이라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현실을 원망하기는 커녕 갓 태어난 동생을 그 불편한 몸으로 키워내며 처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은 몽실이의 삶이 너무나 위대해 보였다.또한 가난하고 고난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지만 한 줌의 쌀이라도 서로 나눠 먹으며 십시일반으로 도와준 이웃들의 마음이 너무나 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몽실이의 강한 의지도 대단하지만 이런 이웃들의 작은 마음들이 없었다면 그 험난한 삶을 헤쳐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저 시절에 태어났다면 과연 몽실이처럼 저 마음씨 좋은 이웃들처럼 살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봤다.솔직히 난 자신이 없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시절이기에 난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하겠다. 절름발이, 넓적한 얼굴, 낮은 코, 작은 눈의 몽실이...한국 문학의 그야말로 누구보다 위대하고 아름다우며 눈부신 캐릭터이다.
마이 셰발 & 페르 발뢰의 ‘마르틴 베크‘시리즈는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있는 그대로 현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역사가 깊은 북유럽 범죄소설에 뚜렷한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한 명의 북유럽 작가인 헤닝 망켈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 「로재나」는 경찰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능력 ˝참을성과 끈기˝에 관한 경찰 소설이다. 로재나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범죄 소설답지 않게 지루하게 전개되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지루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은근히 긴장 하게 만드는 묘하게 끈질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믿고 좋아하는 작가 헤닝 망켈이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단번에 알게 되었다. 한동안 스칸디나비아 범죄 소설에 소홀했는데 내 마음에 다시 불을 지핀 ‘마르틴 베크 시리즈‘ 를 시작으로 다시 찾아 읽도록 해야겠다. 2권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