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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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자연을 정복할 대상으로만 보는 인간 이성의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 인간의 자연을 향한 폭력과 욕심이 무한한 ‘야성‘의 힘을 품고 있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하찮은지 늑대개 벅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마 세상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더 끔찍한 모습으로 다가오리라는 것을 지금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인간은 알아야한다.

자연은 그 장엄하고 아름다운 겉모습 안에 우리가 모르는 엄청난 야성을 숨기고 있다. 인간 또한 이성의 힘으로는 감지가 안되는 그런 야성의 본능을 가지고 있을터. 그 본능이란 자연을 사랑하되 그 앞에서 겸손하고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그토록 자랑하는 잘난 이성의 반대편에 있는 우리 인간이 가진 야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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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2020)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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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미,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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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5-2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에 관한 건 완벽하게 개인 취향입니다만, 알라딘 커피는요, 제 입맛에 너무 과하게 로스팅한 것 같더라고요. 좀 덜 태운 건 안 파는지....참, 늘 머뭇거리게 만듭니다. ^^;;

coolcat329 2020-05-27 14:32   좋아요 1 | URL
잊을만하면 새로운 커피가 나오니 또 재미가 있더라구요. 이 커피는 과테말라인데 로스팅 과하지 않고 산미도 있으니 한번 드셔보셔요~~산미가 싫으시면 비추구요😅
 
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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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다. 나에게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이 책에 나온 다음의 묘사와 상당히 비슷하다.

 

겨울밤에 예루살렘의 건물들은 검정색 배경 앞에 얼어버린 회색의 형상처럼 보인다. 억눌린 폭력을 잉태하고 있는 풍경. 예루살렘은 때로 추상적인 도시가 된다. 돌과 소나무, 그리고 녹슨 쇳덩이들.(p.23)

 

회색빛, 억눌린 폭력, 뭔가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인 느낌, 돌, 쇳덩이...이런 단어들이 이스라엘과 겹쳐진다.

 

어느 겨울날 아침 아홉시에 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졌다. 한 낯선 청년이 내 팔꿈치를 잡아주었다. (p.7)

 

지질학을 공부하는 미카엘과 히브리 문학을 공부하는 한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설레이는 우연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상대방의 모습에 끌리게 되고 서로를 알아갈 새도 없이 바로 결혼을 한다. 미카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한나는 결혼과 함께 찾아온 임신과 출산, 그로인해 공부를 중단해야 하는 현실과 만나며 서서히 병들어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의 음울한 똑같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슬픔에 젖어 들며 한달치 생활비를 쇼핑으로 써버리는 등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한나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다 참아내며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는다. 이런 미카엘의 모습이 한나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고 두 사람 사이에는 '냉정한 균형','불편한 타협' 만이 남는다.

 

우리는 이렇게 앉는다. 나는 냉장고 옆에 등을 기대고 밝은 푸른색 직사각형 모양의 부엌 창문을 마주본다. 미카엘의 등은 창을 향하고 있고 그의 눈에는 냉장고 꼭대기의 빈 병들이나 부엌 문, 복도의 일부, 그리고 욕실 문이 비친다.(p.169)

 

마주보고 앉아 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곳은 다른 두 사람. 소통하지 못하는 부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인상깊었다.

하지만 나는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나에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한나의 내면심리을 좇아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기에 그녀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몽상속에서 추구하는 세계가 너무 허황되고, 여자가 결혼 후 겪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감안하더라도 그녀의 변덕과 불안은 그 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한나를 다 받아주고 가정과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미카엘이 바보같아 보였다. 현실에 이런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작품은 이스라엘 예루살렘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과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작가 아모스 오즈는 내 문학 속 주인공들은 '현실과 꿈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별을 보다 실족하는 이상주의자들이다'라고 했는데, 이 작품은 바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나는 '냉담한 도시' 이자 '억눌린 폭력을 잉태'하는 도시인 예루살렘에서 사는게 힘들다. 그녀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이본 아줄라이'가 되어 자신이 만든 세계에서 그 결핍을 채우려 한다. 그 꿈 속에서 자신은 여왕이자 황제이며 음모에 대항해 세상을 지배하고 싶어하지만 한나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스라엘이며 미카엘의 아내이다.

제목 '나의 미카엘'이 어느 순간 '나의 이스라엘'로 느껴지는건 이상을 추구하는 한나에게 이스라엘과 미카엘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실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나는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을 환기하고 기억에 집착하며 죽음을 두려워한다. 현실에 발 붙이지 못하는 한나에게 시간의 흐름은 견뎌야 하는 고통이다.

이런 한나의 모습은 당시 전쟁으로 암울하고 불안했던 이스라엘의 모습과 겹쳐진다. 예루살렘 도시의 묘사와 한나의 내면묘사가 뒤섞이고 현실과 꿈이 뒤섞이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한나이기도 하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실족한 이상주의자'를 이토록 우울하고 불안하게 당시 이스라엘의 분위기와 연결지어 보여준 아모스 오즈.

쉽게 공감할 순 없었지만 자신의 조국 이스라엘을 균형된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그의 노력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한나와 미카엘의 대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당신의 질문은 무의미해. 사람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야. 그냥 살고 있지. 그걸로 끝이야." (p.265)

 

나는 미카엘의 말에 더 수긍이 가지만 단순히 '그냥 산다'고 말하는 건 어딘가 서글픔이 느껴진다. 내 삶에 질문을 던지는 또 한 권의 책이다.

 

아! 꼭 하고 싶은 말. 책 뒷표지에 아서 밀러의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라는 추천사가 있는데, 이건 러브 스토리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서정시'라는 말도 조금은 부적절하다. 차분한 글이지만 서정시가 주는 아름다움보다는 한나의 불안정한 감정이 지배적이라 우울하고 침체된 문장에 깔리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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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5-26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솔직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하자면, 이 책, 재미 없었습니다. ㅋㅋㅋ

coolcat329 2020-05-2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ㅋㅋ 저도 동감입니다🤣🤣🤣 제가 폴스타프님 글 읽고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사뒀는데 이건 좀 다를거라 기대해 봅니다.
 
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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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페루가 배출한 세계적인 작가로 2010년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했는데, 난 이 작가를 작년에야 알게 되었다. 우연히 중고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사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1988년 발표한 이 소설은 페루의 수도 리마의 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등장 인물은 주인 리고베르토와 아들 알폰소, 리고베르토와 재혼한 아내 루크레시아, 하녀 후스티니아나이며 이야기는 리고베르토의 저택에서 펼쳐진다.

루크레시아는 아름다운 40세 여인으로 처음에 리고베르토와 재혼할 때 의붓아들인 알폰소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했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생일 축하해요, 새엄마!

돈이 없어서 선물은 준비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일등할게요. 그게 내 선물이 될 거예요. 새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가장 예쁜 사람이고요. 나는 매일 밤 새엄마 꿈을 꿔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요! (p.13)

 

자신의 생일날 의붓아들이 손으로 쓴 편지를 받고 아들이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는다. 내가 루크레시아였어도 정말 기뻐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다음부터 이야기는 순수와 욕망, 도덕과 금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참으로 요사스럽게 전개되니 직접 읽어보시길...

 

온몸을 훑어대는 에로틱한 묘사,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사랑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묘사와 이야기 구성에 저속한 외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밝고 건강한 성적 유희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전명화부터 현대 추상화까지 유명 미술작품들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연관지어 풀어나감으로써 작품에 풍성함을 더하는 독특한 서술방식이었다. 처음에 나오는 그림부터 나의 시선을 압도, 또 그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요사의 유머와 자연스러운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루크레시아 남편인 이 리고베르토라는 사람은 또 어떤가!

자신의 육체를 정화하는 그만의 '느리고도 복잡한 작업'이 있으니 이 또한 읽어보시길 바란다.

 

비록 너무 늦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이 분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고 싶다. 일단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사두었다. 조만간 읽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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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5-23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라하는 작가랍니다.

저는 <판탈레온>으로 입문했답니다.

초기작인 <녹색의 집>이 좀 재출간
되었으면 싶은데 소식이 없네요.

최근 모 출판사에서 비교적 초기
작품인 <까떼드랄>을 출간해서 쟁여
두긴 했는데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coolcat329 2020-05-23 13:31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글 읽어서 좋아하시는거 알고있었는데 판탈레온으로 입문하셨군요! 기대가 더 커지네요😚

Falstaff 2020-05-23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 읽으셨네요. 이 작품의 후속작이 <레고베르토 씨의 비밀 노트>입니다. 그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에곤 쉴레의 그림을 좋아하시면 읽으실 만한데, 한 가지 염병할 건, 얇은 책이 두 권으로 되어 있다는 거.... 웬만하면 중고책 사서 읽으셔요. 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0-05-23 21:20   좋아요 1 | URL
아! 꼭 읽어 보겠습니다. 폴스타프님 글 읽고 후속작 에서 요 발칙한 알폰소녀석이 루크레시아를 찾아간다는걸 알았네요.중고를 알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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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각 이야기는 발표된 시기가 다른데, 책 속 순서대로 <초봄>은 1913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은 1908년, <종말>은 1914년에 각기 발표되었고 1915년에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다시 발표되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크눌프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천성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험한 노동을 하지 않아 아름다운 손을 가졌고, 걸음걸이는 날렵하며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밝음을 가진 인물이다. '직업도 없는 방랑자로서 불법적이고 비천한 존재'(p.15)였으나, 사람들은 크눌프를 보며 자유를 꿈꿀 수 있고 '집을 즐겁고 밝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방문을 감사해한다.

 

속세의 관점에서 보면 크눌프의 삶은 비루하고 한심해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자유와 방랑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정직함이 있다.

첫번 째 이야기 <초봄>에서 크눌프는 무두장이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남편은 성실하고 아내는 사랑스러우며 집안은 따뜻하다. 겉보기엔 이렇게 안온한 가정이지만 친구의 부인은 남편 몰래 크눌프를 유혹한다. '예절바르고 근사한' 크눌프와 비교해 투박해 보이는 남편에게 화가 난다. 이것이 세속적인 인간 세상의 민낯이다. 친구는 크눌프에게 방랑을 멈추고 한 곳에 정착하라고 하지만 어린 아이같이 순수한 크눌프는 이런 세상에서 사는게 힘들었을 것이다. 적당히 더러워야 세상살이가 쉬운 법이니까.

 

두번째 이야기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은 '즐거운 청년시절' 여름 한 때 크눌프와 이곳 저곳을 함께 여행하던 '나'의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 중 사랑과 우정, 인간의 영혼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몫을 철저히 혼자서 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 크눌프에게 동의하지 못했던 나는 그가 떠난 후 '고독'이라는 쓰라린 감정을 처음으로 맛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크눌프도 죽기 전에는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갖는다.

자신의 지난 삶에서 그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하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외롭고 비참할것이다.

하지만 헤세는 크눌프를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는다.

크눌프는 죽음을 앞두고 하느님을 만난다. 그에게 따진다. 왜 프렌치스카가 떠나고 내가 망가졌을때 날 죽게 하지 않았냐고. 밝고 유쾌한 크눌프에게도 못 이룬 사랑은 치유될 수 없는 아픔이었었던 것이다. 그는 아름다웠던 순간들 보다는 오로지 이루지 못한 프란치스카와의 사랑에만 집착하고 괴로워한다. 하느님은 크눌프에게 그가 잊고 있던 아름다운 시간들을 되찾게 해준다. 또한 크눌프가 많은이들을 웃게 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그리워하게 했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p.134)

 

하느님이 마지막에 묻는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느냐?"

"네.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p.135)

 

하느님의 음성은 어머니처럼 다시 첫사랑 헨리에테처럼, 또 다시 두번째 애인 리자베트의 음성처럼 들려오고 그는 편안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참으로 따뜻한 결말이다. 하얀 눈위에 누워 드디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죽음을 기다리는 크눌프의 모습이 그려진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순간, 이렇게 평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젠 '잠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다면...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끝맺으려 한다.

<초봄>에서 크눌프는 재단사 친구에게 성경이야기를 하며 이런 말을 한다.

 

"성경의 여기저기에서 난 꼭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네."(p.37)

 

나야말로 헤세의 이 책을 보며 '아름다운 그림책'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도시에 와서 외로워하는 하녀를 위해 건너편 창문에서 휘파람을 불어주는 크눌프의 낭만적인 모습, 친구 부인의 유혹을 피해 몰래 집을 빠져나가는 재밌는 장면, 젊은 시절 함께 방랑하던 친구와 교회묘지에 누워 이야기 나누는 모습 그리고 수북이 쌓인 눈 위에서 평온히 눈 감는 마지막 모습까지 장면 장면이 따뜻한 그림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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