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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14년 3월
평점 :
<슬픈 카페의 노래>는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20세기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작가, 카슨 맥컬러스(Carson McCullers 1917~1967)가 1951년 발표한 책이다. 그녀는 1940년 첫 장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을 발표하여,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 그 후 많은 사랑을 받으며 1967년 뇌출혈로 죽을 때까지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카슨 맥컬러스는 평생을 병과 싸우며 글을 썼다. 15살 때 류머티즘 열을 앓는 것을 시작으로 30세에 두 차례의 심각한 뇌졸중을 겪은 후 왼쪽이 완전히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해야했고, 45세에는 유방암 수술까지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통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결혼 생활도 평탄하지 못해 사랑도 그녀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음을 유추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외로운 사람들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독자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마을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배경은 남부 조지아 주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사팔뜨기, 190센티 장신의 미스 어밀리어.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세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 팔며 벽돌로 옥외 변소 하나쯤은 거뜬히 짓는 그녀지만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느 날 어밀리어 앞에 나타난 꼽추 라이먼. 그 역시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어밀리어의 전남편 마빈 메이시. 180센티의 훤칠한 키에 잘생겼지만 사랑을 하기엔 성정이 사악한 남자이다.
근데 이 세 인물이 사랑을 하게 된다. 어밀리아는 꼽추 라이먼을 라이먼은 메이시를 메이시는 어밀리어를 사랑하는 기이한 삼각관계. 이들이 보여주는 일방적이면서도 엇갈린 사랑의 모습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 이 새롭고 이상한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그래서 괴로워한다. (p.50,51)
사랑은 각기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기에, 사랑은 기본적으로 고통과 외로움이 수반됨을 내포하고 있다.
왜 어밀리어가 라이먼을 사랑하는지, 왜 메이시가 어밀리어를 사랑하고, 왜 라이먼은 메이시를 사랑하는지 소설에서는 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랑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목사가 타락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는 사람이 배신자일 수도 있으며, 머리에 기름이 잔뜩 낀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p.52)고 '신 외에는 그 누구도 이 같은 사랑, 아니, 다른 그 어떤 사랑에 대해서도 최종적인 판결을 내릴 수는 없다'(p.65)고 말한다.
사랑은 둘이 되고 싶어 시작하지만 결국 남는건 나 혼자임을 깨닫는 외로운 행위일까?
결국 사랑을 하려면 외롭고 고통받을 각오를 해야하는 걸까?
쓸쓸한 가을에 읽기 좋은 책이지만 사알못인 나는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