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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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앞유리의 와이퍼가 끈질기게 움직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눈보라를 지워내지 못한다. 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버스의 속력이 잦아든다. 시야가 불분명한 전방을 주시하는 운전기사의 옆얼굴에 긴장이 어려 있다. 운전석 뒤에 앉은 관광객 남자도 초조한 듯 턱을 손으로 고인 채 버스 앞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야 하는 거라고나는 생각한다.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바람 속에서, 거의 감은 눈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할 거다.
인선에게는 이런 눈이 익숙하겠지, 나는 생각한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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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로 - 편혜영 소설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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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는 갑자기 닥친 어떤 일이 일상에
가져오는 균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생 전반을 흔들고도 지금 당장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어떤 물꼬에 관해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한다! 좋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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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랑하기로 했다 - 사랑이 힘든 당신을 위한 심리학 편지
권희경 지음 / 좋은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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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착각 현상은 이상화idealization라는 방어기제에서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어떤 좋은 면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굳게 믿는 것이다. 여기서 ‘확대해석‘과 ‘지레짐작‘ 이란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컨대 근육질의 건장한 남자가 더 든든하게 나를 지켜줄 것이라거나 한 번의 작은 친절만으로 매우 자상한 사람이라고 믿는 것처럼.
이상화하는 내용은 각자 모두 다른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본인이 강하게 원하는 소망이나 피하고 싶은 불안과 관련된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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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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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느낌으로,
여유가 넘칠 때는 언제나 순간의 판단만이 존재한다. 무엇이든감당할 수 있을 것 같고, 시련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해 6월이 오기 전까지 모두들 그랬다. 고연주, 라이 가문 사람들, 중화루에 드나들었던 많은 손님들,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모든 희망이 다 부서지게 된다는 것을.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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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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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를 곯던 사람이 어떤 식으로 음식을주워 삼키는지 알았다. 그러나 예의 바르게 먹으려면 얼마 동안 씹는지, 언제 삼키는지는 더는 알지 못했다. 식사 시간이면 아버지는 내 맞은편에 앉았고, 식탁은 이 세상의 절반만큼이나 커 보였다. 아버지는눈을 반쯤 감고 연민을 감췄다. 그러다 입술 안쪽의 분홍색 석영처럼혐오가 번쩍하는 순간도 있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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