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앞유리의 와이퍼가 끈질기게 움직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눈보라를 지워내지 못한다. 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버스의 속력이 잦아든다. 시야가 불분명한 전방을 주시하는 운전기사의 옆얼굴에 긴장이 어려 있다. 운전석 뒤에 앉은 관광객 남자도 초조한 듯 턱을 손으로 고인 채 버스 앞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야 하는 거라고나는 생각한다.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바람 속에서, 거의 감은 눈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할 거다.
인선에게는 이런 눈이 익숙하겠지, 나는 생각한다. -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