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스 앞유리의 와이퍼가 끈질기게 움직이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달려드는 눈보라를 지워내지 못한다. 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버스의 속력이 잦아든다. 시야가 불분명한 전방을 주시하는 운전기사의 옆얼굴에 긴장이 어려 있다. 운전석 뒤에 앉은 관광객 남자도 초조한 듯 턱을 손으로 고인 채 버스 앞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저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야 하는 거라고나는 생각한다.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바람 속에서, 거의 감은 눈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할 거다.
인선에게는 이런 눈이 익숙하겠지, 나는 생각한다. - P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