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유명한 소설가 페터비에리는 소설가이면서 인문학자인데 그가 2011년 그라츠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출간됐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엄성과 행복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없이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 도덕적 규범 위에 성립돼 있지만 자립적으로 살면서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 나의 존엄성과 행복이 훼손되지 않아야 진정한 자기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외부의 압력이 있을 수도 있고, 내게 처한 여러가지 상황과 사회적 규범 때문에 다소 인내의 세월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을 결정함에 있어서 타인의 눈이나 외부적 시각 때문에 흔들리고 불행한 것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살면서 내 내면세계가 갖는 지휘권을 내가 갖는다면 그것은 훌륭한 자기 결정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한 방법으로 페터비에리는 우리가 우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물음에 대한 답을 내릴 줄 알아야 하는데 이 답은 말이나 글로 내릴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함에 있어서 성숙해지고 자립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언어 습관에 촉을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경각심을 통해 과연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 이를테면 자유, 정의, 애국심, 존엄성, 선과 악 등 중대한 주제를 접했을 때 본능처럼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바로 자기결정적인 삶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만의 생각, 나만의 소신으로 나의 말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자기 결정인데 그 결정이 도덕적이어야 하며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것이어야 진정한 자기결정인 것 같다.


이런 자기결정을 확장하려면 인식된 경험을 세분화하고 인식되지 못한 것을 의식화 해야 한다. 이런 경험은 문학작품을 통해서 이룰 수도 있다.

인간이 삶을 이끌어 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서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단다.


실례로 나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기 결정력이 나아진 것을 느꼈다. 나는 남들이 '다독하시네요.' 할만큼 책을 읽은지 이제 5-6년이 되었다. [데미안] 의 싱클레어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나 역시 '나' 밖에 몰랐던 삶에서 '주위' 를 둘러보는 삶으로 점점 변하는가 하면, '좋은 게 좋은 것' 으로 대충 살아가던 나의 삶에 행복에 대한 고민삶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는 보다 열린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것이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여전히 '나'를 찾는 과정으로 독서와 글쓰기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나를 일깨우는 여러가지 책이 있지만 무엇보다 문학작품, 특히 소설에서 나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마 피터 비에리도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문학의 독해와 문학의 창작을 제시하고 있을테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울림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 울림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순수한지 아니면 냉소적인지, 얼마나 감상적인지, 실망스러운지 아니면 분노해 있는지 나타낼 수 있습니다.p.30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글을 쓰고 싶어한다.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한 적은 터무니없이 많다. 그러나 그 글을 남에게도 읽힐 수 있느냐의 문제는 다른 일 같다. 그럼에도 계속 쓰려고 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완성인 나를 완성해나가는 길이 글이기 때문은 아닐까.

페터 비에리는 자기 결정의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자기 인식을 뽑았지만 이 인식이 타인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흔히 자기 결정이라고 하면 '나' 하고만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분리해서는 절대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외부의 시선과 관계에 동요한다. 타인이 삶을 많이 차지할수록 자기 결정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비에리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배려하되 타인을 타자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단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든 나혼자의 결정이든 '자기 인식'이 선행되어야 이 모든 일이 존엄성과 행복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터 비에리의 강의록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어려웠다. 얇은 책이라 얕봤는데 절대 얕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두번 읽었고, 문장 하나를 여러번 읽은 적도 많았다. 결국 자기 결정이니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타고난 것들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 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고 한다.

왜냐면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혼자 살지 않으니 홀로만 즐거워서는 안되고 더불어 살면서 그 안에서 행복을 저당잡히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하고 자기 비하를 하는 가장 첫번째는 타인과의 비교, 외부로부터의 억압이다. 이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부터 해야한다. 나의 행복의 이유 , 삶의 이유, 내가 존엄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알고나면 타인으로부터 내가 어떻게 내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를 인식하는 것이 잘 안되는 사람은 문학을 읽어라. 그러면 인물들의 세계 속에서 '나'와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글을 써라. 자기가 글을 창조해보면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인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뤄지고 나면 타인을 타자로 인식하라. 타자는 내 삶을 흔들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존엄을 지키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한 것은 여기까지. 혹자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나 소수자들은 자기 결정 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 소리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교육보다는 성찰과 관련이 있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좀 더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우리가 먼저 존엄을 회복하고 나아가 타인의 존엄을 위해서도 일할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자기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도록 보다 자유로운 우리가 더 많은 자의 그것을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우주의 중심은 '나' 니까. 인류의 행복도 '나'로 부터 발전할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시무스 2021-01-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결정에 대한 좋은리뷰 잘 보았습니다! 김영하작가님 라이브하기 전에 읽어야지하고 마음만 먹었는데 친절한박선생님의 리뷰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네요!ㅎ 즐건 저녁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