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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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이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 병원 환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와닿는 말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으로도 이미 소외된 상황인 범죄자라는 정체성이 덧씌워지면서 이곳 환자들은 이중으로 배척받는다. 나는 범죄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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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한정판 리커버)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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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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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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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두 달 남짓한 은둔과 근 기아 상태로 상당량의 근육이 소실되어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편두통과 위경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먹고 몸을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제대로 노력해보기 전에 폭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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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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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맨텔에 대한 모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맨텔이 사망한 직후에 문예신문 에 놀라울 정도로 냉담한 추모사가 실렸다. 맨텔은 엉터리 해부학자였고, 화석학에 대한 그의 연구는 대부분 "정확한 지식이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구아노돈을 발견한 것마저도 퀴비에와 오언의 업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밝혀져 있지는 않았지만, 형식으로 보아서 오언이 쓴 것이 분명했다. 자연과학자들 중에 그런 글을 쓸 사람은 없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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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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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 욕망덩어리 캐리!

처음 이 책이 읽어야 할 도서로 선정됐을 때 두께를 보고 좀 놀랐다. 물론 두꺼운 책을 아예 못 읽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일단 두꺼우면 손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런면에서 약속된 도서는 나름의 강제성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좋다. 내가 이 책을 포기해도 누구 하나 뭐랄 사람 없지만 같이 읽기로 한 이상 읽어내는 것이 내겐 약속된 것이니까.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은 ‘두께에 겁 먹지 말아라, 잘 읽힌다, 재밌다‘ 하였다. 그대로였다. 진짜 재밌었다.



‘[안나카레니나] 산업화 판‘ 이라고 해얄까? 아니, 독자적으로 이건 ‘캐리스토리‘ 다. 하지만 욕망 덩어리의 측면에서 보면 산업화 된 젊은 안나로 봐도 무방할 것 같고.

안나와 캐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출발이다. 안나는 부유로부터 출발하지만 캐리는 가난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고보면 그냥 ‘욕망‘에만 포커스를 맞춰야 안나가 생각나지 다른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네?



캐리는 미국판 이촌향도의 주인공으로 돈벌고 싶어서 시카고 언니네 집으로 오지만 형부는 눈치주고 언니는 눈치보고 잔소리한다. 캐리는 간신히 일자리를 구하지만 너무도 박봉에, 엄청난 노동강도를 자랑하는 공장이다. 주급 4달러 50센트를 받아서 언니에게 4달러를 주고나면 50센트 밖에 안남고. 그걸로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없고. 변변한 옷 하나 못 사는데 기차에서 만난 멋지고 상냥한 남자 드루에가 찾아와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드루에는 순진한데다가 예쁜 시골처녀 캐리에게 관심이 가고 자기가 얼마를 들여서라도 그녀를 변신시켜주고 싶어한다. 작가 드라이저는 캐리가 드루에에게 오기까지의 심경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지속적인 가난의 압박을 명료하면서도 세밀하게 기술한다. 거기다가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문장들은 소설의 재미를 배가한다. 묘사는 물론 서사까지 탁월해서 과연 드루에의 진심은 무엇이며,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캐리를 어떻게 망가뜨릴지 궁금해하면서 독자는 초반 러시를 감행한다.

거기에 접근하는 또 다른 남자 유부남 허스트우드!! 이 두 남자와 슬슬 욕망행 기차에 탑승하게 된 캐리!!
(리뷰 상당히 많이 중략)
#서평전문은블로그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 단편 중에 <복덕방> 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안초시는 일은 않으면서 늘 ‘내가 그루터기만 있으면‘ 이라고 말한다. 안초시가 캐리 이야기를 들으면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내 말 맞지. 그루터기만 있으면 성공한다니까.‘



아예 예쁘지도 않고 가난하기까지 한 사람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사회는 19세기말 산업화 사회뿐만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돈 있는 사람이 돈 버는 세상이다. 자본주의의 팬 속에서 회전하는 우리에게 정지란 없다.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팬은 빙글빙글 돌아간다. 버티지 못하면 죽는 거지 뭐.

아무런 그루터기 없이 성공한다? 그것은 판타지다. 캐리처럼 눈에 띄는 미모를 가지고, 자기 좋다고 하는 남자에게 의지하면서 나가야만 성공의 반열에 설 수 있을까 말까다. 캐리를 비난하려거든 캐리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었는지 제시하라. 우연히 왔지만 어쨌든 기회를 잡아서 그 위에 올라탄 것은 캐리 아닌가. 누구를 위해서 캐리를 파멸시켜야 하지?



시어도어는 우리에게 캐리를 미워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할만큼 했다. 뒤로 갈수록 나는 캐리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원래 가난한 곳에서 시작한 게 아니고, 같이 역경을 이겨본 적도 없이 가장 좋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 고난을 헤치며 나아가기란 판타지에 가깝다. 그래도 참 오래 참았다고 생각했다.

아, 이 소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어느 고전소설보다 잔혹하고도 사실적이었다. 이 느낌 언제더라. 졸라의 [목로주점]을 읽을 때 받았던 느낌이다. 제르베즈가 죽어갈 때!!! 작가들은 알았나 봐. 가난의 끝은 무엇인지. 죽음조차 얼마나 지난한지.

(허스트우드가 죽고 싶은데 방이 없어서 죽지 못하는 장면에서 나는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천재임을 인정했다)
늘 말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씁쓸할 뿐이다.

이 소설이 좋은 점은 개인적인데서 시작해 사회적인데로 옮겨간다는 것인데 뒤로 갈수록 그것이 더욱 짙어진다. 진짜 위대한 소설인데 많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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