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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 지음, 안종설 옮김 / 북앳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크리스토프 프리스트의 <프레스티지>의 표지 디자인은 끔찍하다. 솔직히 가지고 다니기 민망할 정도라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꾹 참고 집에 숨겨두고 다녔다.(디자인뿐만 아니라 부피와 무게도 끔찍한 수준이다. 아... 당신들은 독자인 나를 왜 부끄럽고 힘들게 하는가?) 그렇다고 작품의 재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스티지>의 주인공은 19세기 후반 활약하던 마술사들이다. 그들은 최고의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한다. 엇갈린 운명은 그들을 점점 적대적으로 만들고, 마침내 두 사람의 경쟁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다. 경쟁의 끝은 파멸이다.
<프레스티지>는 두 마술사의 회고록과 일기장의 실린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니까 알프레드 보든의 회고록과 루퍼트 엔지어의 일기를 통해 두 사람의 경쟁, ‘순간이동마술’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난다. 회고록과 일기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경쟁 속에 피어난 두 사람의 감정싸움은 일방적인 분노와 적개심으로 커져만 간다. 독자는 두 주인공의 상황을 차례로 쫓아가며 어리석은 경쟁이 빚어낸 놀라운 결과와 끔찍한 결말을 동시에 맞보게 된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19세기 무대 마술의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설다운 허구가 어우러진다. 실존 인물인 마술사 칭링푸, 충링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천재이자 괴짜로 알려진 과학자 니콜라이 테슬라가 등장하여, 주인공들에게 영감을 준다. 여기에 마술의 트릭을 실제로 폭로하는가하면, 초자연적인(아니면 SF적인?) 설정을 덧대어 재미를 더한다.
다만 루퍼트 엔지어의 일기편이 필요이상으로 길고, 작품의 시작과 중간, 끝에 삽입된 후손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물리지 않는 것이 아쉽다.
<프레스티지>, 흥미로운 부분.
-무대 마술의 핵심을 지적한 대목. 동시에 두 마술사의 차이가 드러난다. 물론 보든의 회고록에 실린 내용인지라 엔지어의 캐릭터가 과장되어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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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의 언제나 마술의 비밀, 즉 마술사들이 흔히 ‘비밀장치(gimmick)'라고 부르는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만약 어떤 속임수가 마술사의 탁자 뒤에 숨겨진 선반에서 비롯된다고 할 때, 엔지어는 오로지 그 자체에만 관심을 쏟을 뿐 마술사가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물론 우리 사이에 불화가 빚어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한복판에는 엔지어의 마술에 대한 이해가 커다란 결함과 한계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마술의 경이는 기술적인 비밀이 아니라 그 비밀을 선보이는 사람의 기술에서 비롯되는 것인데도 말이다.(p.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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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마술의 핵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대목. 이 부분은 엔지어의 일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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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자기가 맡은 역할을 연기할 뿐이지만, 관객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관객들은 햄릿 왕자의 얼굴 뒤에는 단순히 그의 대사를 읊조리는 배우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안다. 나(마술사!)의 관객들은 끝까지 속아 넘어간 상태로 극장을 나서야 한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증거들을 믿기도 하고 믿지 않기도 해야 한다!(p.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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