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된 죽음>은 예전에 ‘표절’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는 프랑스 소설입니다. 장르 문학으로 분류하여 새롭게 출간되었지만 일반 문학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굳이 장르 문학으로 분류한 것에 불만은 없습니다. <편집된 죽음>은 웬만한 장르소설 못지않은 서스펜스를 보장하거든요. <편집된 죽음>을 멋대로 정리하면, ‘출판 복수극’입니다. 성공한 작가를 파멸로 몰아넣는 한 출판인의 복수극인데, 그 방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상대방을 함정으로 몰아넣는 음모는 비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매우 지적이고 고상합니다.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간악한 거짓말로 시종일관 입을 더럽히지도 않고 복수에 성공합니다. 주인공의 지적인 복수극을 보고 있노라면 ‘배운 사람들은 다르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뭐 배운 사람들이라고 해서 늘 고상하고 지적인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요. 거두절미하고 <편집된 죽음>은 말쑥하고 영리한 작품입니다. 작가가 의도한 심리적 서스펜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재미있다는 말이죠. 반면 너무 매끄러운 나머지 뒷맛이 풍성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아마도 작가의 선택이었을 겁니다. 복수에 관한 철학적 고찰을 하고자 이 작품을 쓴 것은 아닐 테니까요. 참고로, <편집된 죽음>의 원제목은 ‘별쇄본’이라는 의미의 ‘Tire a Part’입니다. 작품을 읽고 난 뒤 생각해보니 예전에 출간된 ‘표절’은 작품 전체를 담기에는 모자란 느낌이고, ‘편집된 죽음’은 작품을 설명하기에 좀 추상적이고 모호합니다. 저 역시 뭐 딱히 좋은 제목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우리 말 제목 때문에 편집자가 꽤나 고심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