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서스펜스 걸작선 3 밀리언셀러 클럽 21
에드 맥베인 외 지음, 제프리 디버 엮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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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을 건너뛰고, 곧바로 3편으로 직행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진 적지 않은 혹평의 영향 때문이죠.
기대 이상의 단편집이었습니다. 실린 작품의 고른 수준을 미뤄볼 때 여러 독자들의 불만은 이 작품집의 제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스펜스’에 대한 과도한 기대만 버린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고, 뛰어난 작품들을 여럿 만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걸작선’은 아니어도 ‘엄선’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가장 악명 높은 1편도 주문했습니다.
실체에 어울리는 적절한 제목을 장황하게 써보면,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들이 쓴 단편 걸작선’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즐겁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들뜬 분위기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곧 닥칠 불행을 예고하는 듯 독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단편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전개가 돋보입니다.

<번스타인 죽이기>. 조금은 과한 듯한 설정과 결말이 걸리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빨 달린 성기(vagina dentata)에 대한 비유도 재미있었습니다.

<이것이 죽음이다>.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만드는 뛰어난 단편입니다. 망자 시선에서 생전에 느낀 애증과 분노, 후회, 두려움, 고통이 잘 들어난 작품입니다. 지박령에 대한 서양식 접근이 이채로웠습니다.

<비탄에 잠긴 집>. 블랙유머가 넘치는 유쾌한 단편입니다. 출판계의 현실을 짧은 단편에서 효과적으로 꼬집었는데, 재미있기까지 합니다. 단 이 작품에서 서스펜스를 기대한다면 곤란할겁니다. 그래도 살인사건이 일어나기는 하니 다른 작품들 사이에 끼어있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는 않네요.

<울타리 뒤의 여자>. 미키 스필레인의 이 단편은 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 있는데 오리무중이네요.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작가의 성향을 알고 다시 보니 흥미롭네요. 이야기 초반에 해머 시리즈를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랄까요.

<호수 위의 남자>. 매우 고전적인 분위기의 영국식 추리 단편입니다. 카폰과 찰스 황태자의 이혼에 대한 언급을 빼버리면 크로프츠 시대의 작품이라도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수상한 금발의 여자>.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이고 루 아처가 등장하는 단편이기에 기대가 너무 컸나요? 쩝~.

<인생은 카드치기다>. 보브 프린스라는 해결사의 활약이 담긴 단편인데 마치 영화 같습니다. 기나긴 시리즈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읽는 듯 했는데, 제프리 디버의 소개말을 보니 ‘익명의 경찰 시리즈’의 일부인 듯 합니다. 원제 ‘Stacked Deck’은 아마도 사기도박을 말하지 않나... 추측^^:

<재수 옴 붙은 날>. 읽는 동안 여러 번 키득거렸습니다. 찌질한 주인공이 겪는 각종 사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것들인데요, 한데 모아놓으니 한편의 코미디가 되고 마는군요. 역시 서스펜스를 기대하기보다 작가의 재치를 즐겨야하는 단편입니다.

<추억의 유물>. 또 서스펜스를 기대한 독자를 실망시킬 만한 작품이 나왔군요. 이 작품은 흐른 세월 속에 현명하게 늙지 못한 남녀의 이야기로 서스펜스와는 거리가 멉니다. 흐르는 시간과 덧없는 세월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빼어난 단편입니다.

<협곡 너머의 이웃>.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단편입니다. 차분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거쳐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마무리됩니다. 사건의 설정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모호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마가릿 밀러는 로스 맥도널드의 부인이라네요.

<그 무엇도 날 막을 수 없다>. 글쎄요... 짧다!는 거 말고는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너무 젊고 부유해서 죽은 남자>. 악마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에게 부인을 빼앗긴 남자의 복수극이네요. 찌는 더위, 저택의 수영장, 총, 스포츠카와 금발의 미남, 완전범죄... 전형적인 미국 범죄소설의 분위기 물씬 풍깁니다. 하드보일드한 느낌도 좀 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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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9-04-0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젊고 부유해서 죽은 남자>가 제목도 눈에 들어오고, 시선집중인데요ㅋㅋㅋ

lazydevil 2009-04-07 10:17   좋아요 0 | URL
대부분 좋은 단편들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비탄에 잠긴 집> <이것이 죽음이다> <추억의 유물>이 가장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