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울 속에>는 누구나 호기심이 당길 만한 소재인 도플갱어(生靈)를 추리소설 틀에서 풀어낸 작품입니다만, 그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써먹지도 못했을 뿐더러, 추리소설다운 사건설정에 얽매인 나머지 소재에 어울리지 않는 논리적 정황설명이 이야기를 맥 빠지게 했습니다. 역시 늘 그렇듯, 아리스토텔레스 할아버지 이래,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다지 기억에 남을 것 같지 작품임에도 몇 가지 인상적인 대목은 분명히 있습니다. 바로 탐정역할을 하며 사건을 수사하는 베이질이라는 정신과 의사입니다. 도플갱어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이 사람의 태도는 <X 파일>의 멀더와 스컬리을 동시에 떠올리게 만듭니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건이 실재하기를 바라는 듯 한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가 하면, 중요한 순간에는 과학적 분석과 사고의 틀을 결코 놓지 않습니다. 마치 창조론을 믿고 싶은 진화론자처럼 말입니다. 작품 자체도 사건 전개에 치중하기보단 생령에 대한 목격자들의 진술과 베이질 박사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생령과 관련된 정보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생령 현상에 대한 초급정보 정도는 이 책 한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게 이 작품의 몇 안 되는 재미라면 분명히 문제죠. 잠깐 <X파일>을 들먹였습니다만, 이야기의 결말 역시 <X 파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결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이 경우는 아무래도 좀 무책임해 보입니다. 아예 ‘진실은 저 너머에’라는 <X 파일>의 ‘양다리 작전’을 십분 활용했더라면 더욱 흥미롭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이 작품이 50년을 앞서 등장한 작품인지라 쓸 데 없는 불평은 삼가하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