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진정한 가치는 독창적인 설정에 있는 듯 합니다. 193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이 이후 등장한 수많은 장르소설과 영화에 영향을 끼쳤으니까요. 이 작품을 처음 읽는데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죠. 그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그늘 아래 있는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열거해볼까요? 말 그대로, 손으로 꼽기 힘들 만큼 많은 작품들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말 그대로, 괜한 수고가 될 것입니다.

고립무원의 섬에 모인 열 명의 사람들. 이들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 낯선 사이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씩 차례로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죠.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누굴 믿어야할까요?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흡사한 설정의 소설, 영화, 만화를 많이 읽고 보았다하더라도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장르소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서스펜스를 일으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설정이죠. 크리스티는 이 멋진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인디언 송’이라는 멋진 액세서리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달콤한 한과에 박힌 고소한 잣이나 호두처럼 말이죠. 이른바 화룡점점, 그야말로 서스펜스와 공포를 위한 완벽한 무대장치에 멋진 소품을 더한 것이죠. 

그렇다고 크리스티가 이 무대를 십분 활용한 것은 아닙니다. 등장인물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독자가 느끼는 서스펜스로 충분히 옮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깊이와 무게 면에서는 ‘글쎄요?’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는 크리스티가 장르소설이라는 본분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는 <0시를 위하여>에 실린 헌사에서 친구인 문학평론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에게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이 작품은 당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비평가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문학적 조롱의 대상은 아니랍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쉽습니다. 작가가 작정하고 집요하게 매달렸다면, 이 작품은 인간의 어둡고, 나약하며, 어리석은 내면을 적나라하게 들쳐 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떠날 질 않는군요. 그만큼 크리스티가 만든 병정섬이라는 무대는 빼어난 무대입니다.
그래서 아래 리뷰어님의 언급, ‘그리고 어떤 진지함도 없었다’에 동감하는 바입니다.

참고로, 이 번역본에는 ‘병정섬’이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인디언 송’은 ‘열 꼬마 병정’으로 번역되어있고요. 원래 ‘인디언 섬’이 아니었던가요?

한 가지 더, 명색이 전집인데, 게다가 겨우 두 번째 권인데, 작품연보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쥬베이 2008-02-2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 유명한 애거시 여사님의 작품이네요^^
고전인만큼 읽고 싶긴 한데, lazy devil님 서평을 보니 망설여져요

lazydevil 2008-02-24 20:50   좋아요 0 | URL
읽으시는 거... 강춥니다. 다만 작품 구입은 기호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선택하지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