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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속삭인다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1월
평점 :
최근 장르 소설들의 특징 중 하나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뭐 영화의 영향인지, 아님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적지 않은 작가들이 영화처럼 간단/명료/스트레이트한 진행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인 '곁가지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죠.(물론 영화 중에서 곁가지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로버트 알트만 영화처럼 말이죠.)
<마술은 속삭인다>는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한 추리소설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가 한 둘이 아니죠. 왕따 이야기, 사기 영업, 죄의식, 도시인의 고독, 누가 감히 죄인을 심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에 사건의 핵심인 '마술(?)'까지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죠.
등장인물도 무척 많아서 책을 읽다보면 이름이 헷갈릴 정돕니다.(제가 일본 이름에 좀 약하거든요.) 그런데 작가는 이 모든 소재와 등장인물을 무리없이 엮어서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그래서 <마술은 속삭인다>는 작지만 다양하고 풍부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몰아치는 스피드와 힘은 없지만 촘촘하고, 잔재미가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 소설이란 모름지기 이런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처럼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는 단기전이 아니잖아요. 적어도 며칠은 책을 붙들고 있는 장기전인데 직구만 가지고는 영 밋밋합니다. 다양한 구질을 가지고 덤비는 작품들이 훨씬 매력적이죠.(개인적 취향...^^;;)
작가는 여러 소재를 하나로 엮어내는 접점을 찾는데 탄탄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그래서 결말에 몰아치는 서스펜스가 약해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힘을 잃지 않습니다. 사건의 해결보다 감정의 흐름이 페이지를 지배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지막 십여 페이지를 남기고 사선으로 읽는 성급한 읽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1989년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입니다. 소재도 이미 다른 작품이나 여러 영화에서 써먹은 점을 감안하면 역시 작가의 필력이 책읽기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 말미에 '무엇을 써도 걸작을 써내는 터무니 없는 작가'라는 해설이 실려있습니다. 참으로 터무니 없는 제목이라 실소가 나왔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걸작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의 특징과 이야기 구조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마술은 속삭인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최고작품이 아니라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용의가 있습니다. 미야베를 추종하는 독자님들, 추천해주세요.^^
참... 사족인데요....
제가 별점 짠편인지... 알라딘 리뷰어 분들의 점수가 후한 편인지... 솔직히 리뷰어님들의 별점이 책구입에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그런데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리뷰어님들의 서재에 들어가면 리뷰하신 거의 모든 작품들이 5별이 더군요. 쩝... 저처럼 귀가 얇은 독자들을 위해 좀 냉정한 점수를 주십사.... 부탁합니다. 책은 많고, 돈과 시간은 부족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