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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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탄생 100주년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신학자 문익환 목사님에 대하여 방송과 출판사에서 문익환 목사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조명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 <문익환 평전>은 예전 2004년에 출간된 책을 100주년에 맞추어 새롭게 개정 보완된 평전이다. 
 
사실 내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하여 아는 내용은 많지 않다. 배우 문성근씨의 아버지이자 목사로서 독재정치에 항거하며 민중들 틈에서 활동한 분이라는 것 그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이 책 <문익환 평전>은 일제시기와 6.25전쟁으로 인한 남북 분단,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의 어두웠던 유신시대 등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낸 문익환 목사의 일생을 조명한 만큼 한반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문익환 목사는 1918년 6월 1일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일제시기 북간도에 터를 닦고 그들만의 터를 지은 공동체에 학교가 세워지고 성경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해야만 선생직을 받아들이겠다는 조건 하에 세워진 학교의 영향 아래 문익환 목사의 아버지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문익환 목사가 자라났고 그의 생애는 기독교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문익환 목사의 일생의 초반은 찬란하고 눈부시던 학창 시절이 그려진다. 
만주의 명동학교 재학 시절, "서시"로 유명한 윤동주와 독립 운동가 송몽규와 함께 수학하며 꿈꾸고 자유로웠던 시절. 일제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웠던 그 시절 한국사와 애국심을 배우고 동무들과 함께 문학을 논의했던 그 시절은 문익환 목사의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시절일 것이다. 

 한 마음으로 단결되었던 북간도 공동체는 사회주의 열풍으로 인해 이념의 차이로 분열되기 시작하며 공산당의 잦은 압박으로 인해 그들의 자랑스러운 명동학교가 인민학교로 바뀌고 곧 다른 학교에 강제 편입되어 버린다. 그 때부터 문익환 목사는 공산당에 대한 반항이 시작되었다. 

성정이 부드럽고 여리며 나약했던 문익환의 인생 초반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인생의 눈부신 시절을 함께 했던 윤동주나 송몽규가 일제 시대에서 글과 독립운동가로 저항의 길을 선택했다면 문익환은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었다. 학병으로 끌러 갈 위기에서도 저항이나 순응보다는 만주 봉천으로의 도피를 택했고 윤동주의 석연치 않는 죽음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해방의 순간을 맞게 되었지만 한반도의 현실은 지극히 혼란스러웠다. 문익환은 자유로운 신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되고 머나 먼 타국에서 6.25 전쟁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는 판문점 통역사로 자원해서 한국에 들어온다.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뜻대로 마음대로 좌지우지 당하며 강제로 분단되어지는 이 서글픈 비극의 역사가 우리 민족의 뜻이 아닌 미국과 소련의 결정만으로 한 순간에 그어져버렸음을 이 책에는 자세히 조명한다. 

신학과 성서번역에만 열중하던 문익환을 깨우게 된 것은 바로 4.19 혁명과 전태열 열사의 죽음이었다. 이승만 독재정치를 보다 못한 학생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이승만을 권좌에서 끌어 내린 이 역사적 혁명에 문익환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구원과 교회에서 기득권 세력에 집중하는 기독교를 강하게 비판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야 할 것을 주장하며 민중신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빈약하고 형편없던 노동환경의 개선을 촉구하며 자신을 불에 투신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으며 문익환 목사 또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를 위로하며 그의 본격적인 운동이 전개된다. 

늦봄. 문익환의 호이다. 늦은 봄처럼 문익환 생애 역시 그의 본격적인 민중 운동은 50이 넘은 해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부드럽고 연약했던 그가 피어나자 활화산 같은 열정과 신념으로 그는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독재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인도하며 역사의 한 획을 이어나갔다. 
휴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그리운 고향 북간도가 중국에 종속되고 고구려의 기상을 잃어버린 조국의 현실을 마음 아파하며 통일을 위해 방북을 감행하였던 문익환. 그가 가진 생애는 일제시대부터 별세한 1994년까지 한국의 산 역사이자 증인이었다. 

신학자로서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민중의 편에서 함께 하기를 택한 문익환.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익환의 생애를 읽는 것보다 한국의 현대사 책을 공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왜 그가 진정 이 한국의 현대사의 위대한 거장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아름다운 문어체와 함께 설명해 준다.  
애굽에서 고통받던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한 이스라엘, 히브리 민중에 대입하였던 문익환 목사가 쓴 책 <히브리 민중사>와 함께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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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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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이름은 』 은  <82년생 김지영>으로 서글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김지영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조남주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이번에도 작가는 아홉 살 러니이부터 예순아홉 할머니까지 육십여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옮겼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나의 이야기도 있고 우리 엄마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이야기 등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육십여 명은 나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이다. 워킹맘,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밀양에서 힘들게 투쟁하는 할머니, KTX 복직을 위해 10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해고 승무원 이야기 등등.. 
특출한 인물이라기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전작 <82년생 김지영>이 현실의 김지영의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는 데 집중했다면  『그녀 이름은』은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회사 성희롱 폭로에 타협하라는 회사의 요구에 No라고 말하며 사회에  회사의 부조리함을 폭로하는 소진. 
육아휴직을 요구하자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위협하는 회사 앞에 법규를 프린트해 와 육아휴직이 의무사항임을 주장하며 싸우는 임산부 송지선씨, 그리고 해고 당할 것을 각오하면서도 지선의 편에 서주며 증언해주는 총무부 여자 과장 등등.. 

 힘들지만, 그들에게 다가오는 역풍은 너무 거세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82년생 김지영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안주하거나 앉아서 불평만 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현실의 큰 골리앗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담긴 이 이야기는 현실과 동시에 느리지만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담담한 문체가 꼭 한 명 한 명의 그녀들이 내게 자신의 이름과 그녀들의 이야기를 내게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한 이야기 읽기를 끝마치게 되면 계속하여 그녀들의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비록 변화는 더딜지라도 우리가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포기하지 않을 때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하자고 말한다. 각 사람의 이름과 인생을 묻는 이야기. 작가가 나에게 묻는 듯하다. 당신의 이름과 이야기는 무엇이냐고.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갈 수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이 이야기를 읽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내 지인들에게 서로의 이름을 물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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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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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좋은 일>의 저자 정혜윤씨는 CBS의 굵직한 시사 프로그램  김미화의 여러분』,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등을 기획한 시사 라디오 PD이자 《 인생의 일요일들》,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등 많은 에세이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작가의 책과 책과 독서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다양한 북콘서트 때마다 참석해 깊이 있는 지식을 보여 준 저자를 동경하던 차에 독서에 대한 경험과 삶의 기술에 관한 책 출간 소식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자는 오오에 켄자부로오의 글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포기하려고 했으나 [허클레비 핀의 모험]에 나오는 헉이 도망친 노예 짐과 끝까지 함께 하기로 결정하면서 " 지옥은 내가 간다!" 라는 한 마디에 아이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한 글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매번 힘든 선택을 할 때마다 헉의 대사를 떠올리며 결단하였던 이 인생의 한 문장을 찾기 위해 저자는 수 많은 독서로 인생의 삶의 기술을 배워나간다. 

다독가이자 애독가인 저자답게 이 책에는 내가 아는 책도 있고 또한 전혀 듣도 보지도 못한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저자의 독서는 바로 의문이었다. 
보통 책의 텍스트를 읽는 데에 그치는 나의 독서에 비해 저자의 독서는 끊임없는 의문이였고 현실 세계의 비추어 바라보며 대입하는 것이였다. 
엘레나 페란떼의 나폴리 4부작 에서는 주인공 릴라와 레누의 눈부신 우정을 보며 자신의 주위에 함께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너 없는 나는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똘스또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죽음을 앞둔 이반 일리치 앞에 영혼이 이반 일리치에게 물을 때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어떻게 사는 거 말이냐?" 물을 때 저자는 똑같은 질문 앞에 자신을 세워놓는다. 

"어쩌면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난 정해진 대로 그대로 다 했는데 어떻게 잘못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럼 이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사는 것? 어떻게 사는 것을 원하는 것이냐?" 

자신에게 비추어보고 고민하는 저자에게 책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였고 스승이였다.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전 대법관 김영란씨가 법관 생활을 하면서 문학책을 많이 읽음으로 '공감'훈련을 함으로 판결을 하는 자세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 정혜윤씨 또한 많은 독서를 통해 인물들을 통해 수시로 비추어보고 공감함으로 이 사회의 다양한 약자들과 함께 하는 <416의 목소리>< 세상 끝의 사랑>등의 방송을 하는 데 함께 할 수 있었다. 

"지옥은 내가 간다"의 인생의 한 문장처럼 책 곳곳에는 저자가 찾은 인생의 한 문장들이 자신의 경험과 함께 어떻게 자신이 상황을 바라보게 해 주었는지 설명해준다. 끊임없는 질문 속에 자신을 던져놓고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깊이 있는 독서를 보며 이제까지 써온 주옥같은 글들이 피상적인 독서가 아닌 꾸준한 고찰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전작인 <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책이 쓸모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 책 <뜻밖의 좋은 일>은 Yes라고 답을 해 준다.  저자와 세상의 연결 고리가 되 준 책을 통해 그리고 저자가 느낀 독서의 경험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지고 더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지 어떻게 풍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떻게 "뜻밖의 좋은 일"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책은 답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만약 답이라면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없이 텍스트만 읽어나가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되고 그 답을 찾아감으로  다양한 경험과 함께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갖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풍부하고 오락의 발달로 독서인구가 급격히 줄고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이 때 저자의 이 책이 독서에 대한 작은 경종을 울려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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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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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이 넘은 여성 킬러 조각, 한 때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능한 킬러였지만 그녀 또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다. 퇴물 취급을 받고 있으며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으며 이 생에 아무런 미련도 없을 것 같은 그녀가 업무 수행 중 다친 상처를 강박사로부터 치료를 받게 되면서 그녀 인생에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다. 

연민도 미련도 금물인 직업, 지켜야 할 것은 만들지 말자던 다짐 속에 킬러 일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던 그녀의 교훈이 흔들린다. 예기치 않게 외부 의사 강박사로부터 상처를 치유받게 되고 칼집으로 가득 한 자신의 내부와 심상치 않은 상처를 보았음에도 경찰 신고 대신 눈감아주며 상처를 치료해 준 강박사를 보며 조각은 강박사의 가족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출산 중 세상을 떠난 부인, 그리고 남겨진 딸 혜니,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강박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들에게서 조각은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강박사의 가정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끼게 되고 이 점을 이용한 후배 킬러의 음모. 그리고 그 음모로부터 그들을 지키기 위한 격투 등 이 소설은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을 의심할 정도로 그들의 세계를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오늘도 기약할 수 없는 그들이기에 "다녀,온다"라는 인사 또한 쉽지 않고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않은 킬러의 세계. 그들이야말로 바로 지금의 순간만을 살아간다.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일 수도 있기에... 
길가에 주워 오랜 시간 함께 한 반려견 무용이 세상을 떠났어도 조각은 슬퍼하지 않는다. 그저 죽음을 받아들이고 동료에게 뒷 일을 부탁할 뿐. 모든 것들이 순간일 뿐이며 사라져 가는 것임을 말한다. 
그러하기에 늙어가고 퇴물이 되어가는 몸이지만 끝까지 조각은 삶을 살아간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빛나는 순간을 살아간다. 



"파과" 흠집 있는 과일이라는 뜻과 16세, 이팔청춘, 즉 청춘의 가장 빛나는 시기라는 전혀 상반된 두 가지의 사전적 의미가  있는 단어에 저자는 왜 60이 넘은 여성 킬러의 이야기에 <파과>라는 제목을 부과했을까? 그건 우리 모두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이 순간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뜻이리라. 

저자의 또다른 책 <아가미>와 마찬가지로 <파과> 또한 읽는 이에게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한 번 읽어서는 이 책의 제목을 음미하기가 어렵다. 씹으면 씹을수록 참 맛을 알게 되는 음식처럼 이 책은 생각할수록 읽을수록 느낌이 다르다. 저자의 문장 또한 신선하여 읽을수록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아가미>에서도 아가미를 가진 소년의 이야기와 함께 <파과> 늙은 여성 킬러 등 주변의 중요하게 보이지 않는,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사람들을 따뜻하면서도 저자만의 방식으로 탱탱하게 그려나가는 저자의 또 다른 소설들 또한 궁금해지며 나 또한 저자 작품의 마니아 중의 한 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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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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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와 아이가 있다. 아이 분유값도 없고 월세는 11개월 연체 되 집에서 내쫓긴 남자는 유일한 재산인 자동차 안에서 아이와 함께 생활한다. 기름값도 없어 자동차를 밀어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전철역 화장실에서 세수를 해결하는 속에서 사장님께 1개월 월급 조달을 요구하지만 차갑게 외면당한다. 

희망이 없는 막막한 삶 속에서 남자는 사장을 죽이고 아이와 함께 물 속에 뛰어든다. 

이내호, 귀신 나오는 호수라는 오명과 온갖 사고와 자살 시도로 인해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호수.. 그 곳에서 아이는 손자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옮겨진다.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기억못하는 어린 아이를 보호하던 할아버지와 손자 강하는 귀 뒤에 생겨난 아가미를 발견하며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 아이에게 "곤"이라 이름붙여 주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자신의 다름을 알기에 어느 누구와의 접촉도 거부하며 학교 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지 못하며  집과 호수에서만 생활하는 곤은 날이 갈수록 강하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발각되는 날엔 횟집의 먹이감이 될 거라고 윽박하는 강하의 말에 더욱 움츠려들며 철저한 투명인간처럼 생활하는 이 집에 손자를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떠난 할아버지의 딸이자 강하의 엄마가 돌아오며 이들의 운명은 반전이 일어난다. 

이 책을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가미>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이다. 가정으로부터, 이웃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 사랑에 서툰 아웃사이더들이 그들의 방식대로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이야기다. 온갖 학대로 괴롭게 했던 강하지만 그 또한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려지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아가미를 가진 곤을 보듬어 주었고 그런 강하의 진심을 뒤늦게 전해들으며 그리워하는 곤 또한 그만의 방식으로 강하를 지켜보는 이 소설은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기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사람에게는 여러 사랑의 방식이 있다. 강하와 곤 뿐만이 아니라 동네의 골칫거리인 이내호의 마을 사람들에게도 그들은 서로 사랑했다. 슬픈 운명을 역전할 수는 없었지만, 바뀌는 것은 없지만 이 서글픈 현실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위해주는 모습의 후반부는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어준다.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사랑이란 그런 것일 것이다. 상대방의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바라지 않는 것. 
어떤 모습이건 그 존재만으로도 존중해 주는 것. 
그들의 사랑의 방식만 서툴렀을 뿐 깊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이들이였다.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 <아가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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