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인생 노트 - 매력적으로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09가지 조언
대그 세바스찬 아란더 지음, 김성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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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가 막을 열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은퇴 후 여행이나 휴식을 취하던 노인들은 이제 인생의 제2막을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는 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요양병원 등이 생겨나고 , 노인기초연금과 같은 정부의 복지제도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예전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 분명 희소식같이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그다지 장밋빛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젊었을 때는 서로가 꾹 참고 살다가 자녀들이 결혼하고 분가한 후 과감하게 황혼이혼을 하는 노부부의 수가 늘어나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은 경기의 불황 속에 20대젊은이들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한 아무리 의학기술이 발달하였다고 한 들 갈수록 많아져가는 병으로부터 해방시켜주지는 못한다.

 

<스웨덴 인생노트, 부제 매력적으로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109가지>의 저자는 39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은퇴하고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저자 대그 세바스찬 아란더이다.

사람들은 보통 늙어 가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낀다. 거울을 보며 세월이 지나간 흔적에 대하여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조차 꺼려한다. (나 역시 그렇다.)

저자는 먼저 노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도록 권유한다.


"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나이듦이 주는 많은 기회를 누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것이 당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 " (p29)


그리고 그 태도의 예로 거울을 보며 지금의 나를 미소로 맞이하는 것이다. 예전의 나도 나인 것처럼 현실의 나 또한 좋아해 줄 것을 당부한다. 우리의 태도를 바꿈으로 현재 할 수 없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보다 시간과 생각이 여유로운 현재에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할 때 우리는 노년을 좀 더 지혜롭게 맞아들일 수 있다.

저자의 109가지 조언 중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 하면 할수록, 할 시간이 늘어난다. 당신의 능력을 썩히기에는 너무 이르다."


사람들은 젊었을 때에는 수많은 계획을 세운다. 여러 기술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고 외국어나 악기를 배우는 등 적극적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작하기에 앞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나이에 배워서 뭐해.'' 사람들이 늙어서 주책이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주위의 시선 또한 부담스러워 한다. 나 역시 30대 초반까지는 영어, 중국어 등 열심이었지만 40을 바라보는 지금 나의 고민은 이 공부들을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잡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직 우리에게 시간은 많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강조한다. 어찌되었든 시간은 인정사정없이 흘러간다.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시작하는 게 맞다. 지금이 바로 해야 할 때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의 친한 지인들의 부고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나의 어머니 또한 이웃들의 부고나 투병 소식을 들으면 한없이 우울해 하신다. 하지만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 죽음이란 불청객에 대하여 저자는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명한 대사를 소개해 준다.


"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갈 때가 있고 올 때가 있듯이 우리는 우리의 주어진 모든 삶을 끝까지 살아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라한 연금 수령자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못다한 꿈을 이루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저자는 이외에도 건강 관리, 자녀에게 물질 쓰는 법, 옷차림, 정기 모임 등 여러가지를 조언한다.

하지만 이 모든 조언들 중 가장 먼저 선행 되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태도"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한탄하기 보다 사랑해 주는 것.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것.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우리는 매력적으로 나이 들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남이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겠는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스웨덴과 한국의 복지 제도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북구의 낙원이라 불리는 세계최고수준의 복지국가로 무상의료, 노후연금, 무료교육 등 많은 것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높은 의료비와 20-30만원의 적은 노후연금, 그리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로 인해 늙어서도 자녀의 뒷바라지를 하기 때문에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노년 생활이 스웨덴보다 결코 풍요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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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지비원 옮김 / 글담출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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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읽는 질문 8>. 
자유와 평등감시 사회로봇뇌 과학정체성의사 소통복제환경질문 이 8가지 부분에 대하여 질문을 함으로 현대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사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이 사회를 이해하고 예측하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지만 다 읽고 난 지금 난 더욱 많은 질문 앞에 놓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당연시하였던 상식들에 저자인 오카모토 유이치로는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믿고 있었던 것들에 의문을 남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많은 나라들의 정치 이념으로 삼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는 선거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정치를 한다고 간주된다하지만 저자는 내가 뽑은 이 국회의원이 민심을 대변한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대한민국의 정당 중 국회의원 수가 두 번째로 많은 제1야당의 경우를 보아도 지지율이 채 10%를 넘지 못한다국민들의 지지율이 10%도 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다그러한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는 꼭 필요한 것일까한국의 경우 촛불혁명 이후 이러한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느끼고 직접민주주의를 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거세다청와대의 국민 청원은 낙태금지법 폐지 등 많은 국민들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제안하고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을 잘못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게 하자는 국회의원 소환법 발의가 되어 있다대의 민주주의에 한계를 느낀 현대 사회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과연 직접 민주주의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감시 사회" 경우 과거의 소수의 감시하는 사람이 다수를 감시함으로 권력 관계를 유지한다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학교공장군대  어디서건 끊임없이 감시받던 사회이다
하지만 현대는 이러한 감시에서 해방되었다고 말할  있을까
2013
년에 개봉된 설경구한효주 주연의 <감시자들>이란 영화가 떠올랐다범죄 상대에 대한 감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경찰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범죄를 막는다는 이유만으로 감시하는 경찰은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영화는 현대 사회가 오히려 더욱치밀한 감시 사회가 되었음을 말해 준다
다만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우리의 휴대폰신용 카드감시 카메라인터넷 쇼핑, IC 교통 카드  모든 디지털 정보 기술 수단과 과거에는 감시 목적이 소수의 권력 유지인 반면 현대에서는 범죄 예방 목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거리를 걸어도엘리베이터에서도 어디서든 자신이 감시 대상인 것을 알고 있다또한 감시 사회를 통해 "소수에 의해 다수가 관리되는상황은 아직도 유효하다그렇다면 우리는  감시 사회에 있어야만 안전한 것일까과연 감시 사회가 나를 지켜줄  있을까

 
 외에도 저자는 예전의 남과 여의 생물학적으로만 구별되던 (sex) 벗어나 이제 사회학적 성별인 (gender) 언급함으로 우리가 갖고 있던 동성애성소수자등에 대한 과거의 인식이 현재도 유효한지를 묻고있으며 많은 환경론자들이 주장하는 환경 보호가 과연 자연을 위한 것인지 또는 인간의  살기 위한 욕망을 위해 환경 보호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를 묻는다

저자는 결코 답을 주지 않는다그저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상식의 바다에 돌멩이를 던질 뿐이다과거와 현재가 달라졌듯이 우리가 사회를 이해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어쩌면 저자가 우리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은  바로  사회에 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는 시시각각 변하고 따라서 가치관도 변하기 때문이다답은 어쩌면  사회가 존재하는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데 의원이 하는 정치가 민의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이 정치의 어떤 면이 자유이고 민주주의일까요? 단언하자면 자유이고 민주주의인 것은 선거뿐입니다." 


" 현실 세계에서 의사소통 행위가 줄어들고 전략적 행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도구화한다는 것입니다." 


"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대체로 정해져 있어 이른바 '보이지 않는 대본' 같은 것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먼저 이 대본의 대사를 외워 맡은 역할을 의식하지 않아도 연기할 수 있도록 '배우는=흉내 내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원본에서 복사물이 생겨난다기보다 복사물에서 원본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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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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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는 달의 첫 번째 도시이다.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 달의 도시에서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1%의 부유층들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99%의 힘없는 사람들이 있다.

<아르테미스>의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천재 소녀이지만 힘 없는 하층민이기에 힘 있는 사람들의 밀반입을 도와 생계를 유지하는 포터이다.

EVA 마스터가 되고 싶지만 변변찮은 중고 우주복으로 시험에 불합격하고 좁디 좁은 관에서 지내야 하는 재즈의 소망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집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포터라는 직업으로는 집을 가지는 꿈이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재즈에게 재즈의 주요 밀반입 고객인 갑부 트론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이 들어온다.

, 아르테미스 도시의 유일한 산체스 알루미늄 제조 업체인 산체스 알루미늄 공장의 수확기 4대를 파괴하여 주면 100만 슬러그를 주는 조건이었다. 가난에 찌든 삶에 지긋지긋함을 느낀 재즈는 이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르테미스>는 영화화되어 유명한 <마션>의 저자의 차기작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과학적 사실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자는 <아르테미스>에서도 과학적 사실에 의거해 아주 치밀하게 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책을 읽노라면 한 편의 SF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중력이 없는 달에서의 추격전, 열차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지구인들, 맛 없는 정크푸드와 커피, 아르테미스에서의 신분증인 기즈모까지..  마치 이 아르테미스를 읽고 있노라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지 않은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위험한 불법 거래에 휩싸이면서 위기가 다가오지만 주인공 재즈는 절대 슬퍼하지 않는다. 아니 슬퍼할 시간도 없지만 위기의 순간에서도 자신의 미모를 자화자찬하는 주인공의 유머감각은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특히 트론과의 거래에 실패했고 목숨이 위험한 상태에서도 100만 슬러그를 포기하지 않는 재즈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주인공이기에 겁도 없이 그 위험한 거래에 뛰어들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의 도시이기는 하지만 이 아르테미스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기에 이 곳 또한 돈을 둘러싼 배신과 음모가 존재한다. 부자들은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비싼 물건들을 밀반입하여 들어오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부역한다. 또한 이 도시를 다스리기 위해 주인공의 목숨이 위험할 줄 알면서 일부러 위험 속에 방치하는 철저하게 정치공학적인 행정관 응구기, 독점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기업간의 암투인 트론과 산체스 알루미늄의 조직 오 팔라시우 등, 현실에서의 모습이 우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위기에서 주인공 재즈를 포함한 모두와 협력하여 아르테미스를 구하는 이 통쾌한 한 방으로 인해 저자는 결국 개인의 힘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할 때 이 불의한 사회에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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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
안드라 왓킨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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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5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이제 안정을 추구할 나이다도전보다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인 안드라 왓킨스가 뒤늦게 시작한 자신의 소설 홍보를 위해 34일간 714킬로미터의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Natchez Trace Parkway)를 아버지와 함께 여행한 여행기이다

 나체즈 트레이스 파크웨이는 미국남동부의 미시시피주앨라베마주테네시 주에 걸쳐있는 길로 나체즈족 인디언의 역사적인 자취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길로 거리는 약 714km이다저자는 45세의 나이에 자신의 소설을 홍보할 목적으로 이 714km의 먼 거리를 도보횡단을 결정한다

 매일 24km를 걸어 5주안에 도보 여행을 마무리 하는 일정을 세운 저자에게 여행 기간동안 자신을 숙소까지 데려다 줄 여행 동행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으로 인해 5주동안 자신과 함께 할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시간이 많은 유일한 사람바로 여든 살의 아버지 로이 리 왓킨스였다고집불통에 천둥 같이 울리는 아빠의 고약한 코고는 소리거대한 배로 인해 변기에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는 아빠와의 여행
저자에게 아빠와의 여행은 설렘이 아니라 걱정과 근심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아빠와의 여행은 예상대로 순탄치 않았다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며 숙소를 마음대로 바꿔버리기도 하고 욕조에 있는 동안 갑자기 문을 열고 와서 소변을 누는 등 아빠의 제멋대로 행보는 저자를 기겁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또는 하루 이틀 잠깐 함께하는 것만으로는 서로를 알기에 충분하지 못하다하지만 5주간 아빠와 매일 같은 방을 쓰고 함께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빠와 딸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딸은 어느새 노쇠해지고 대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실수하는 아빠의 약함을 보게 되고 아빠는 어느 새 훌쩍 커버린 딸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도보여행을 계획하며 실행하는 딸을 보게 된다

 이 책의 여행기도 흥미롭지만 아빠의 이야기는 나의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술을 좋아하고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아빠 밑에서 자라서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몰랐던 저자의 아버지.. 나의 아빠 또한 고아로 자라서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하셨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표현에도 많이 인색하셨고 무뚝뚝한 아빠를 떠오르게 했다사랑하지만 단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 시대의 아버지들.. 자신들의 꿈이 있었지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 보니 남는 건 어느 새 노쇠해져버린 몸뚱이 뿐... 
그 속에서 느끼던 좌절감... 아빠도 연약한 인간이었음을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다

딸이 도보를 걷는 동안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향해 자랑스레 딸의 책을 홍보하며 책을 판매하는 아빠피곤한 딸에게 사인을 해야 책이 더 잘 팔린다며 끝까지 사인을 하게 하는 딸.. 아빠는 자신이 딸이 쓴 책의 판매원이 되어 줌으로서 여든이 된 나이에도 딸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부끄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다아직도 자신이 할 일이 있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부모님도와준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 기뻐하시는 부모님바로 우리의  부모님 이야기이기도 했다
파킨슨병 진단 이후에도 일을 하는 나를 위해 나의 아이들을 돌보아 주시는 친정 엄마가 떠올랐고 손주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버스 운전대를 잡고 계시는 아빠가 떠올랐다그것만으로 기뻐하시는 부모님.... 이 세상의 많은 부모들은 다르지 않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저자가 714km까지 먼 여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혼자가 아니였기 때문이었다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책 판매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저자의 아버지함께 걸어주며 먹여주고 챙겨주었던 어머니특별한 일을 한다고 끝까지 격려해주던 남편 마이클과 친구 앨리스그 외에도 이 여행을 응원하며 남 모르게 도움을 준 공원관리원들,마지막 여행을 함께 해 준 리사와 토리..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동행자가 되어 주었기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또한 결코 혼자 갈 수 없다때때로 만나는 긴 고비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기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내일을 꿈꿀 수 있고 미래를 기약한다다음이라는 이름으로 약속을 미룰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우리에겐 당연한 내일이미지만 부모님들에게는 내일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추억을 쌓기 위해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지금 이 시간 오늘 한 시간이라도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족하다우리에겐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그리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할시간도 많지 않다우리의 인생은 바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이지 않던가.

 부모님께 원망이 많던 사춘기 시절과 대학 시절엄마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넌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도 해 봐!" 
너무 당연하게 여겼기에 부모님과 내 가족에게는 소홀하게 대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부모님은 힘든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신다나에겐 더 이상 시간이 많이 있지 않다하루 하루가 부모님과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슬프게도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왜 아빠와 여행을 떠났냐고 묻는다면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다음은 없으니까... 
다음은 없으므로 지금 함께 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노라고..


" 소중한 가족과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도 다음이라는 말로 미루기 일쑤다. 

  그러나 다음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이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버리기 때문이다." 

(p.11) 


"  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야." (p.82) 


" 아빠는 내 책을 읽어보지 않았으면서도 좋은 책이라고 확신했다. 

  왜 나는 아빠가 나를 믿듯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걸까?" (p.239)


"아빠는 숨을 쉬는 한 나를 걱정할 테지. 어쩌면 돌아가신 뒤에도 계속."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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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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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조남주 작가님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작가님의 페미니즘 단편 소설이다.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첫 번째 작품이다.  

<현남 오빠에게>는 주인공이 타지에서의 대학 시절 처음 만나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사귀어 오던 남자 친구 현남 오빠에게 고하는 이별 편지이다. 
 주인공은 현남 오빠를 만난 지 10년 된 사이이다. 현남 오빠는 낯선 타지 생활에서 처음 만났으며 주인공에게 보호자와 같은 존재이다. 
전공 선택, 집 이사, 심지어 진로 선택까지 결정해 주는 것은 물론이며 서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다.
 
현남 오빠의 도와주는 기준은 모두 하나이다. "모두 다 너를 위해서"이다. 주인공을 위해서 도서관 사서로 진로를 정해 주고  학원과 집을 오가는 주인공에게 운전 기사 역할까지 해 준다. 부동산에도 같이 동행해주며 집 위치까지 여자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손수 결정해 준다. 
현남 오빠는 주인공과의 결혼을 단정하고 있고 아이 계획까지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왜 이별 편지를 보냈을까. 

저자는 이 모든 것에 현남 오빠가 한 주인공에 대한 배려와 선택 결정 도움등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루어졌음을 말해 준다. 안정적인 도서관 사서도 결국 야근이 많은 자신을 대신해 그나마 퇴근이 규칙적이므로 아이들 양육에 좋을 것이라는 이유였고 주인공의 자취집 위치 또한 자신의 회사에 가까워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위치 등 모든 것이 현남 오빠의 입장이었음을 말한다. 

<현남 오빠에게>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여자에게 얼마나 불리한 불평등이였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은 30살이면서 왜 25세인 주인공에게 꺽였다며 주인공을 놀리는 것일까? 나 역시 내가 30살이 되던 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성들이, 나에게 "이제 계란 한 판이네"라고 놀렸다. 그 놀린 사람들 중에는 30살이 넘은 남성들이 많았다. 왜 이 사회는 같은 나이인데도 남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여자들에게는 잔인한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아이들의 실질적인 육아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들의 입장보다는 왜 자신의 가워킹맘문을 들먹이며 자신이 꿈꾸는 가족 계획상을 들먹이는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겪게 되는 경력 단절의 위험,당연히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기 원하는 슈퍼우먼을 바라는 이 사회에 대하여 느끼는 부담..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정신적인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의존적이기만 하던 생활에서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 날리는 이별 편지의 맨 마지막에 날리는 싸늘한 일갈. "강현남 이 개자식아!" 는 너무 통쾌했다. 여성에게 예전의 보편적인 사회상만을 주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강력한 펀치 한 방같은 후련함이었다고나 할까. 

이 외에도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 김이설의 <경년>,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등  모두 그 동안 내 자신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자신했던 내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 중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에서 한 가지 대목은 특히 인상깊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보상을 해줄 여자를 구했다."

 

 

많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부모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못 다 한 효도를 자신의 부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에게 잘 하는 것은 기본으로 여기면서 정작 장인 장모에게 자신의 부모처럼 효도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그동안 얼마나 이 사회 부조리에 내 자신부터 세뇌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단지 사회의 제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이러한 불평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여자의 나이, 직업,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여자의 행실만을 문제삼는 이 사회의 관행 등... 페미니즘을 다소 편협한 운동으로 인식하는 남성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주된 피해자인 어머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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