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현남 오빠에게>는 "82년생 김지영"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조남주 작가님과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작가님의 페미니즘 단편 소설이다.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는 조남주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첫 번째 작품이다.  

<현남 오빠에게>는 주인공이 타지에서의 대학 시절 처음 만나 10년이 넘는 지금까지 사귀어 오던 남자 친구 현남 오빠에게 고하는 이별 편지이다. 
 주인공은 현남 오빠를 만난 지 10년 된 사이이다. 현남 오빠는 낯선 타지 생활에서 처음 만났으며 주인공에게 보호자와 같은 존재이다. 
전공 선택, 집 이사, 심지어 진로 선택까지 결정해 주는 것은 물론이며 서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다.
 
현남 오빠의 도와주는 기준은 모두 하나이다. "모두 다 너를 위해서"이다. 주인공을 위해서 도서관 사서로 진로를 정해 주고  학원과 집을 오가는 주인공에게 운전 기사 역할까지 해 준다. 부동산에도 같이 동행해주며 집 위치까지 여자들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손수 결정해 준다. 
현남 오빠는 주인공과의 결혼을 단정하고 있고 아이 계획까지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왜 이별 편지를 보냈을까. 

저자는 이 모든 것에 현남 오빠가 한 주인공에 대한 배려와 선택 결정 도움등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루어졌음을 말해 준다. 안정적인 도서관 사서도 결국 야근이 많은 자신을 대신해 그나마 퇴근이 규칙적이므로 아이들 양육에 좋을 것이라는 이유였고 주인공의 자취집 위치 또한 자신의 회사에 가까워 출퇴근하기에 편리한 위치 등 모든 것이 현남 오빠의 입장이었음을 말한다. 

<현남 오빠에게>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고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여자에게 얼마나 불리한 불평등이였는지를 말해준다. 

자신은 30살이면서 왜 25세인 주인공에게 꺽였다며 주인공을 놀리는 것일까? 나 역시 내가 30살이 되던 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성들이, 나에게 "이제 계란 한 판이네"라고 놀렸다. 그 놀린 사람들 중에는 30살이 넘은 남성들이 많았다. 왜 이 사회는 같은 나이인데도 남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여자들에게는 잔인한 것일까?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아이들의 실질적인 육아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들의 입장보다는 왜 자신의 가워킹맘문을 들먹이며 자신이 꿈꾸는 가족 계획상을 들먹이는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겪게 되는 경력 단절의 위험,당연히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기 원하는 슈퍼우먼을 바라는 이 사회에 대하여 느끼는 부담.. 이 모든 것들에 대하여 과연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정신적인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의존적이기만 하던 생활에서 자신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 날리는 이별 편지의 맨 마지막에 날리는 싸늘한 일갈. "강현남 이 개자식아!" 는 너무 통쾌했다. 여성에게 예전의 보편적인 사회상만을 주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강력한 펀치 한 방같은 후련함이었다고나 할까. 

이 외에도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 김이설의 <경년>, 최정화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 손보미 <이방인> 구병모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김성중의 <화성의 아이>등  모두 그 동안 내 자신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자신했던 내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 중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에서 한 가지 대목은 특히 인상깊었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보상을 해줄 여자를 구했다."

 

 

많은 남성들은 자신들이 부모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못 다 한 효도를 자신의 부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에게 잘 하는 것은 기본으로 여기면서 정작 장인 장모에게 자신의 부모처럼 효도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그동안 얼마나 이 사회 부조리에 내 자신부터 세뇌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단지 사회의 제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생활에도 이러한 불평등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여자의 나이, 직업,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여자의 행실만을 문제삼는 이 사회의 관행 등... 페미니즘을 다소 편협한 운동으로 인식하는 남성들 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주된 피해자인 어머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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