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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독서인구가
갈수록 줄어들어 한국의 출판시장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 또는 번역가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어려운 출판 시장에 대한 고충을 종종 듣게 된다.
SNS의
발달로 글쓰기가 보편화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강좌도 많이 생겨났지만 과연 밥벌이로 글쓰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자세히 알려주는
곳은 없다.
『밥벌이로서의
글쓰기』는 현재 유명하거나 유망한 작가들이 제목 그대로 글쓰기로 밥벌이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경험과 견해를 다룬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총 33명의 작가들이 인터뷰를 했으며 책은 제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은 <희망과 절망 사이: 배가
고파야 예술가라는 말>에서는 작가들의 현실에 대하여 솔직하게 드러낸다. 출판사로부터 선급금과 인세를 몇 번에 나눠서 받게 되는지, 그 기간
동안 집세나 다른 공과금을 내기 위해 신용카드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집세용 수표가 부도가 나는 등 결코 화려하지
않은 작가들의 현실이 그려진다.
한국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작가들 중에 글쓰기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간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에게도
아이가 있고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기에 신문사나 잡지에 서평을 써 주거나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을 병행함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었다.
제 2장 <글쓰기와 생계 사이; 글만
써서 먹고 살 수 있을까?>에는 1장에 이어 글쓰기만이
아닌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타 직종과 병행하는 작가들의 고뇌와 돈과 명예
사이의 갈등 등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그 중 넬 보센스타인 작가의 인터뷰 중
"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소방관이 되거나 경찰이 되거나 선생님이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화학자가 괴거나 전기공이 되세요.
하지만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정확히
말하면 프란츠 슈베르트의 조언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 결코 수도승과 같이 조용한 곳에 틀어 앉아 글만 쓰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글을 읽으면서 살아있는
글은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움직일 때 나올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도
글쓰기만 하고 싶은 욕구가 왜 없겠는가. 기자로 일하면서 또는 서빙이나 여러 파트 타임 일을 병행하면서
고뇌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그 고뇌를 결국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으로 바꿔나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소설은 허구이므로 시간 낭비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야말로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많은 소설가들이 이 참혹한 재난에 대해 소설을 써서 함께 슬퍼하고 애도했듯 가장 힘든
순간 글로 현실을 대변해 왔다.
작가는
세상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글만 쓰지 말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리고 그 고뇌하는 시간을 글쓰기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제 3장의 <예술과
상업 사이: 출판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는 글쓰기만이
아닌 출판사와 에이전트와의 관계 그리고 출간 후의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주로 이야기한다.
작가와의
견해로 인하여 출간을 도중에 포기하게 되거나 직업으로서의 대필 작가, 광고 수입원 등의 이야기들이 그려진다. 미국의 출판 시장에도 먹이 사슬은 존재하고 있었고 출판사에 자신의 원고를 프로포절하고 거절당하는 현실 등은
다시 한 번 글쓰기가 생계형으로 되기 위해서는 좋은 글만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는 현실을 일깨운다.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로 첫 책을 출간한 박혜성 작가의 블로그 글이
떠올랐다.
좋은
출판사를 만나 책을 내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책 홍보를 위한 북 투어에 인터뷰 등 출간 후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푸념 아닌
푸념이 떠올랐다.
이젠
작가들이 원고만 넘겨 주는 시대는 끝났다.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셀프 홍보를 하거나 작가 스스로 이벤트를
벌여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간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받기 위해 독자들과 소통한다. 결국 독자가 있어야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글쓰기만으로는 밥벌이가 힘들다는 솔직한 충고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글쓰기를 포기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현장에서의 글쓰기를 선택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일을 했고 가르치는 일을 택했다. 육아로서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더욱 글쓰기에 몰두했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글쓰기에 집중했다.
그들은
꽃길이 아닌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결국 계속해서
써야 함을 깨우쳤다. 육아의 현장에서도 서빙을 하면서도 글을 써야 한다.
그것이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꿈꾼다. 그리고 나도 꿈꾸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회사에 일하지만 글쓰기만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고 이 책이 내 고민에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읽었다. 해답은 아니지만 내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려준 것 같다.
우선은
써야 한다는 것을. 글쓰기를 멈추지 말라는 것이 자명해졌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솔직하게 자신들의 수입을 고백하고 고충을 토로한 『밥벌이로서의 글쓰기』에 이어 한국 작가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이 시리즈로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