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문학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21명의 작가들이 한국을 말하기 위해 뭉쳤다.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문화일보에 '소설 한국을 말하다'라는 시리즈로 연재되었던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종료 후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소설, 한국을 말하다》라는 엔솔로지로 탄생되었다.


'한국'이라는 시공간을 함께 지나는,

'지금, 여기'의 '우리'를 드러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한국, 그리고 지금 여기의 우리를 드러내야 하는 이 글의 전제조건에서 21명의 작가들이 각자 선정한 한국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뽑은 것은 무엇일까?



AI, 콘텐츠 홍수 시대, 사교육, 새벽배송, 고물가, 낙인, 오픈런 등등... 작가들이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의미의 키워드가 많다. 그만큼 한국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함을 자아낸다.



가장 먼저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장강명의 '소설 2034'는 첫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 작품집이 탄생하게 된 문화일보의 기획 연재  <소설, 한국을 말하다>를 작품에 그대로 가져온다. 분명 소설인데 현실을 그대로 가져오기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어뜨린다. 한국을 말하며 시대정신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를 작품 속 기자들의 입을 빌려 비웃는 시니컬까지 과감하게 펼쳐낸다. 




신문에서 또는 다른 언론에서 10년째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하나도 변한 게 없는 한국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매번 해결해야한다고 말하지 실상 그대로인 우리 사회의 모습 또 말해봤자 뭐하나라는 문장에서 역시 장강명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21명의 작가들이 말하는 한국 사회의 키워드를 가지고 읽다 보면 이 키워드로 인해 생겨난 부의 격차를 느낄 수 있다. 가령 손원평 작가의 <오픈 런>과 최진영 작가의 <삶은 계란>에서는 상반되는 두 인물이 나온다.

<오픈 런>에서는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추운 겨울 이른 아침부터 오픈 런 아르바이트를 해 주는 수민. 돈이 있어 남을 이용해서 편하게 원하는 명품백을 쉽게 쇼핑하는 부유층 세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힘들게 일하면서 일명 몸이 감가상각되어가는 가난한 수민의 처지와 명품에 웃돈을 얹어 리셀 제품으로 다시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부자들의 재테크.


딱 한 번 품에 안았던 그 아이.

날이 갈수록 몸값이 높아져만 가는 그 아이.

모든 면에서 자신과 반대 지점에 서 있는, 다시는 만져보지 못할 그 아이를.

<소설 한국을 말하다> 그 아이 - 손원평



최진영 작가의 <삶은 계란>또한 식단에 따른 빈부격차를 다룬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살아 여유시간이 많은 그 사람. 남는 시간에 건강관리를 위해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며 끊임없이 운동하는 그 아이. 여유로운 생활 속에 건강 관리도 식단도 자유로롭다.  그 반면 나는 어떤가. 건강 관리를 하고 싶어도 1시간 반 이상 대중교통에서 시달리고 피곤해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무엇이든 쑤셔 넣어 몸이 안 좋지만 바빠서 병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경제적인 여유는 마음을 고백할 용기도 포기하게 만든다. 

분명 이 소설집에 나오는 키워드들은 희망적이지 않다. 그 우리는 암울하다고 포기해야만 하는가? 

김멜라 작가의 <마감 사냥꾼>은 고물가에 세일 상품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오와 이영의 모습이 나온다. 원하는 상품권과 세일 물건을 얻기 위해 알람을 켜 두고 열심히 클릭을 누르는 세오. 

함꼐 하고 싶지만 생활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꼐 있을 시간도  단축시켜 버린다. 물가가 오를수록 사랑도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세오의 마지막 말은 우리에게 끝까지 힘 낼 용기를 준다. 


아무리 올라봐라, 우리 사이가 멀어지나.


《소설, 한국을 말하다》에 나오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모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기에 더욱 슬프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상황 속에서 조그마한 희망을 심어놓는다. 그 희망은 바로 우리들, 사람들에게서다.


김혜진 작가의 <사람의 일>에서는 자신이 베푸는 작은 호의가 다른 이에게 전염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아내는 희수의 모습이 나온다. 백가흠 작가의 <빈의 두 번째 설날>에서는 불법 노동자에게 가혹한 한국 사회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선의를 펼치는 이 씨 사장님이 있다. 정보라 작가의 <낙인>에서는 피해자이면서도 조롱당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며 마음을 합한다.

이 모든 모습들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모습이 핑크빛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밝은 색깔로 비춰질 수 있게 하는 건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 부정적인 분위기에 밀리지 말고 우리 사이가 멀어지지 않기. 더 가까워지고 함께 할 때 우리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말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건강 식단은 비싸다는 편견만 뺴면 얼마든지 건강식을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속노화 식사법 -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식단 혁명
정희원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인 정희원 교수의 건강 식단을 다룬  《저속노화 식사법》의 탄생 계기는 매우 특별하다. 노년내과에서 환자를 보면서 식단에서 판가름이 나는 모습을 보면서 정희원 교수는 답답함에 챗gpt에 방법을 물어보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건강 식단을 알려줄 수 있는지 묻는 정희원 교수에게 챗gpt가 알려준 방법은 SNS였다. 그 방법을 실행에 옮긴 정희원 교수는 자신이 만든 '노화를 막는 초간단 식사법'을 SNS에 소개하고 열풍을 타고 난 후 저속노화 식사법의 전도사가 되었다. 


 왜 노년 내과 교수인 정희원 교수는 챗gpt에 물어보면서까지 SNS에 건강식단을 알리는 데 열성적이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 놀라운 경험을 나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건강 식단에 대한 많은 사람의 오해, 즉 '스트레스 받으면서 칼같이 지켜야 하는 일'로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을 덜어주고 싶었다. 

<저속노화 식사법> 프롤로그 


보통 건강식이라 하면 우리는 먼저 편견에 휩싸인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식비가 고공행진을 달리는 요즘 우리의 식사의 질은 현저히 떨어진다. 채소 대신 값싼 냉동 삼겹살이나 가공식품으로 대체되고 이용하기 쉬운 인스턴트 식품으로 대체한다. 건강식은 비싸서, 또는 식단법이 어려워서라는 인식은 우리에게 건강식단은 더욱 멀리하게 된다.  나 역시 요리를 제대로 못 하다 보니 고기 등과 같은 손쉬운 요리만을 하게 된다. 특히 지출을 줄이는 데 혈안이 되다보니 음식의 질은 급격히 나빠진다. 


그런데 정희원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이 '편견'이라고 말한다. 

편견에서 벗어나 제대로 알면 손쉽고 저렴한 식단으로 맛과 건강 두 마리의 토끼를 줄일 수 있는 MIND 식사법을 소개한다. 



자. 그렇다면 저자가 그토록 열렬히 외치는 MIND 식사법이 무엇인가. 


M - Mediterranean -DASH 

I -   Intervention for 

N - Neurodegenrative 

D - Delay 


 지중해식 (Mediterranean) 식사와 대시 (DASH) 식사의 구성 요소를 기반으로 뇌 건강과 인지기능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노화를 늦춰주는 식사법이다. 


단 지중해식 식사와 대시 식사의 구성을 기반이 되지만 연구 결과에 따라 베리류와 푸른잎의 섭취를 특히 권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중해식 식사와 대시 식사 그리고 MIND 식사법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고 개개인의 식단 점수표를 세세하게 구분해 놓아 우리의 식사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해 준다.




 《저속노화 식사법》 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건강에도 '나'를 알아야 한다는 이론이였다. 저자는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의외로 식단을 잘 지켰음에도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목표로 무리하게 하여 오히려 근손실을 일으키거나 신체 기능이 저하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마른 비만인지, 과체중인지 또는 체질량지수등을 파악하며 그에 맞는 식이 조절을 해야 식단이 빛을 발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자신이 섭취해야 하는 기초 대사량과 활동량을 계산할 수 있는 서식을 제공하여 각자의 체질에 맞는 다양한 해결법을 제시해 준다. 



 《저속노화 식사법》 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권의 책에 실질적인 MIND 식사 레시피들이 대량으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 서적들이 소량의 레시피만으로 소개하고 그치는 반면 저자는 이  《저속노화 식사법》의 3분의 1을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할애한다. 그만큼 저자의 건강식단에 대한 열심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은 한 집안의 식사를 책임지는 엄마의 입장으로 매우 부끄러웠던 책이였다. 

무엇보다 저자가 금기하는 붉은 고기 섭취량이 많았고 백미 위주의 식단은 당장 고쳐야 할 점이었다. 

그리고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저렴한 카놀라유나 식용유만을 사용했는데 다음에는 가격이 높더라도 올리브유만은 꼭 지켜야 하는 나만의 기준을 정립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저자가 알려준 식단과 레시피를 주말만이라도 제대로 챙기는 것 또한 나의 작은 목표로 우선 시작하려고 한다. 


바빠서 제대로 챙겨먹기 힘들다는 현대인들을 위한 저자 정희원 교수의 초간단 레시피. 오히려 나와 같은 맞벌이 부부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건강 식단은 비싸다는 편견만 뺴면 얼마든지 건강식을 저렴하고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저속노화 식사법》은 두고 두고 봐야 할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나라는 세계를 만드는 법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에 관한 책이다. 



정지우 작가는 자신의 신념을 강의 식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자신의 삶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는 자기 계발에 가깝지만 저자의 삶이 깊게 녹여 있기에 에세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내가 정지우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의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 SNS에서 나오는 그의 글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를 읽고 부터이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분명 글쓰기 책인데 글보다 삶을 더 말하는 부분. 글쓰기로 시작해서 좋은 삶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글쓰기의 방법만을 나열해온 책들과 달랐다. 작가의 신간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을 말한다. 이 책은 '좋은 삶'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좋은 여정으로 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실패란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여정'뿐이다. 





정지우 작가는 자신이 실패한 것들을 나열한다. 소설가. 학자, 언론사 취업 등등.. 

그의 20대 삶 중에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삶인 소설가가 아닌 에세이 작가, 변호사, 강연 등은 전혀 꿈꿔보지 못했던 모습이였음을 이야기한다. 정지우 작가는 소설가가 되기 위하여 수많은 소설책을 읽었고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하여 많은 문제집을 풀며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루지 못한 목표는 과연 헛것인가? 그 시간들은 모두 사라지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그 경험들이 저자의 새로운 출발에 보탬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수없이 썼던 문장들은 다른 종류의 작가가 되는 과정이고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해 읽었던 칼럼들과 문제들은 지금 하는 강의나 문화평론가에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하나의 삶에 충실했던 여정이 초기 목표에는 실패했을지라도 다음의 시작점으로 가는 '여정'이 되어주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니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는 당장 성공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정' 자체를 버거워한다. 왜 그럴까? 그건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넘어 '실패'="끝"이라는 여정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내가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아이들 출산 후부터였듯 싶다. 

인플루언서를 꿈꾸었지만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나만의 콘텐츠를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가 너무 버거워서 한 달 종료 후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한 서평단을 보며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지만 정작 머리에 남는 책은 소수의 몇 권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 정지우 작가의 여정에 나를 대입해본다. 닥치고 책읽기는 나의 사고를 폭넓혀주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를 꿈꾸며 수없이 썼던 글들은 지금의 내가 매일 써내는 글들의 글감들이 되어주고 있다. 독서모임에서 남을 능숙하게 이끌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글을 쓰는 게 나의 강점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실패'한다는 건 결국 '진짜 나에게 어울리는 과정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다. 


나의 시간을  써서 돈이 아닌 무엇을 쌓아왔는지, 또 쌓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의 글은 내게 한 가지 질문을 불러온다. 


"돈이 없어도 내게 남는 것들이 있는가?" 


그 말은 결국 돈을 제외하고 나를 정의할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 생각해본다. 


돈만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들은 돈을 잃는다면 남는 게 없는 공허한 사람으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돈 이외에 가족과의 추억을 쌓는다면 그 사람에게는 '가족'이 남을 것이다. 혹은 '그림'을 그려온 사람이라면 '그림'으로 남을 것이며 그 힘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나는 전문가만큼은 아니지만 '책 읽는 시간'들이 내게 남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심한 우울증과 부부 불화 속에서 내가 나만의 동굴에서 서평 쓰기 위해 읽어 나갔던 시간들. 그 시간들과 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잇다.그리고 그 책을 읽는 습관들이 내가 실패했던 순간마다 다시 책을 찾는 초심으로 나를 불러들였다. 이 시간들이 고명환씨처럼 혹은 김소영씨처럼 확 뜨게는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실패의 순간들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여러 괴로움은 '타인들의 가치관'에서 오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내게 더 어울리는 가치관에 몰입하면서,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을 계속 찾고 함께 하는 일이다. 219p



 

가끔씩 남편은 내게 말한다. 그깟 '소설책' 읽어서 뭐하냐고. 돈이 되는 책을 읽으라고 말한다. 재테크와 경제 관련 서적 이외 소설 읽기를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가치관과 주위 온통 성공하기 위한 열풍을 보면서 나는 과연 이 시간들이 시간 낭비인 것인가 생각할 때가 많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나의 행위는 시간 낭비처럼 보이고 쓸모없는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분위기에 이끌려 여러 모임을 들어가지만 결국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건 내가 좋아하는 행위들을 할 때임을 깨닫는다. 남이 시켜서가 아닌 내가 자발적으로 읽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때 온전히 나 다움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위에는 나를 방해하는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정지우 작가는 '동료'를 찾아 나설 것을 요구한다. 소수의 동료들이더라도 자신의 것들을 함께 지켜나갈 때 그 세계가 비로소 조금씩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처음 말한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자문해본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였다. 돈이나 주위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취향이나 태도를 쌓아 나만의 삶, 나만의 가치관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 그 여정 자체를 즐겁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내 취향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최고의 화두는 '폭염'이다. 말복을 지나 8월 말이 다가와도 가을이 찾아오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일기예보에서는 연일 '폭염 특보'를 나타내는 빨간색을 보여주고 뉴스 속보에는 고온 현상으로 물고기와 동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사들이 보여진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단 1분도 견디기 힘든 이 폭염 속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기후 위기'를 체감한다. 
















'폭염'우려에 그치지 않고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보편화되어갈 사회에 대한 경고장을 던지는 학자가 잇다. <폭염 살인>의 저자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다. 그는 기후 최전선에서 기후 재난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폭염'의 정의를 명확히 한다. 


더위는 적극적인 힘, 철로를 휘게 한다거나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알아챌 새도 없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그런 힘이다.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도 섬뜩한데 예고 없이 죽일 수도 있다니 소름이 돋는다. 


왜 그는 쥐도새도 모르게 죽일 수도 있는 힘이라고 했을까? 


저자는 폭염의 현장을 찾아 세계 여러곳을 방문한다. 빙하가 녹고 있는 남극은 물론 여러 농장들을 방문하며 농부들의 하소연을 듣는다. 한 때 옥수수를 심었던 곳이 더위로 인해 알로에 농장으로 바뀌고 이제 알로에마저 포기해야 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햇다 . 눙부들은 제프 구델에게 말합니다


"더는 심을 작물이 없다." 


매년 최고 온도를 찍고 있는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더위에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농부들은 가장 중요한 본질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결국 물리학과 생물학의 법칙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무엇이든 죽지요. 그게 이 세상의 순리예요." 

아무리 인간의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결국 자연을 거슬릴 수 없다는 사실. 
무엇이든 죽게 된다는 이 사실이 바로 『폭염 살인』 의 핵심 메세지이다. 

『폭염 살인』 은 과학자답게 여러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우리가 혹시 이런 비극에 이미 전염된 게 아닐까? 

둥둥 떠있는 얼음조각에서 갈 길을 잃은 북극곰을 보면서 우리는 모두 탄식했다. 안타까움과 함께 각성의 목소리가 함께 '북극곰'은 환경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위기에 처한 북극곰을 봐도 그다지 슬퍼하지 않지 않는다.  이제 북극곰의 비극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로 단어가 바뀌어도 우리들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폭염 살인』과 같은 과학적 진실은 우리에게 현실을 안겨주는 동시에 이미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염세론에 빠지게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대니얼 셰럴의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에 주목하게 된다. 












대니얼 셰럴은 1990년생 기후변화 활동가이다. 미국 환경단체 NY 리뉴스 연합을 조직하고 활동하는 MZ세대 기후활동가인 그는 과연 누구에게 편지를 쓰는 걸까? . 

바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자기 아이에게이다. 

그런데 왜 결혼도 하지 않은 대니얼 셰럴은 아이에게 편지를 쓸까? 

이 편지의 목적은  '사람들을 실재하는 존재로 만들기' 이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사람들,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앞으로 결코 존재할 일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우리가 만난 사람들, 만나지 못한 사람들 또는 아마 만날 일이 없을 사람들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기후 위기를 눈감는 사람들, 경제 운운하며 아직 괜찮다고 말하는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행위는 실재하는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기후 위기의 주범임을 대니얼 셰럴은 명백히 밝힌다. .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주범인 미국이 아프리카의 기후난민의 존재를 부정한다. 허리케인 피해자 숫자를 통계로 두리뭉실 최소화하며 숫자를 지운다.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그들을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이 빈번하게 저지르는 행위이다. 

기후위기를 위해 싸우는 저자는 지구의 폭염을 '그 문제'라고 말합니다. 
갈수록 커져가는 이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려는 움직임. 
그리고 이 문제를 두리뭉실하게 축소화시키려는 정치권에 대해 수시로 좌절합니다. 때로는 주지사 사무실로 가서 언론의 관심을 끌고 행진을 하기도 하며 연방정부 국회의원을 만나 법안에 부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자신들은 온 몸을 다해 '그 문제'와 싸우는데 대다수 시민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현실에 지치기도 합니다. 

천천히 기후 변화에 대처해가야 한다고 자꾸만 느슨해지는 정치가들을 향해 대니얼 셰럴은 말합니다. 

당신들도 연구 결과를 읽었잖아요.
근데 왜 절박해하지 않아요? 왜 위기감을 못 느껴요? 
절벽을 피할 때는 핸들을 40도 각도로 꺾는 걸로는 충분치 않다고요. 
180도 꺾어야지. 

이 현실들을 보다 보면 결국 우리의 미래는 답이 없는 것일까 깊은 회의감에 잠깁니다. 그렇지만 대니얼 셰럴은 분명히 말합니다. 

"우린 괜찮아"나 "우린 망했어"는 답이 아니야. 
우리 스스로 '그 문제'를 직시하지 않기 위해 세운 벽일 뿐.
언젠가는 '그 문제'와 너 나름의 관계를 정립해야 하고, 결국에는 너도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될거야.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이제 기후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서사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과학적 진실은 우리에게 진실을 들려주지만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이게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압도적이게 되면 우리는 '그 문제'와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지 못하고 '이젠 끝났다'고 포기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는  대니얼 셰럴처럼 우리가 하나씩 해 나갈 수 있는 걸 끝까지 해 나가는 것.  폭염의 비극 속에 두려워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진실을 직면하되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새로운 서사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그 '새로운 서사'를 최진영 작가의 소설집 <쓰게 될 것>에서 본다. 

<썸머의 마술과학>처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며 나아가는 것.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새롭게 써야 할 '기후위기'의 서사라고 생각한다. 


올해 여름의 '폭염'이 지구 종말의 상징이 아닌 우리가 새롭게 써나가야 할 서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인간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보다 희망일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