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의 살인범
마리온 포우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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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살인범>은 아들 애런을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싱글맘 이리나와 이웃집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8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자페 증세가 있는 제빵사 레이의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아들 애런이 문제를 일으켜 어린이집에 종종 불러나가는 변호사 이리나의 모습은 아무리 복지가 발달한 네덜란드라 하더라도 워킹맘의 고달픈 현실은 한국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라는 것을 보여 준다. 
싱글맘으로 그녀가 기댈 곳은 바로 엄마. 하지만 엄마 또한 손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휴가와 손톱 관리도 중요한 할머니다. 

레이는 이웃집 싱글맘 로지타와 딸 안나를 살해했다는 죄명을 쓰고 8년째 복역중이다. 제빵사로 일할 당시 마음에 흠모했고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를 하며 살아갔던 레이는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배신감에 모녀를 살해했다. 자페 증세가 있는 레이는 자신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모든 증거물이 레이의 죄를 입증하고 이웃들의 증언도 레이에게 부정적이다. 결국 8년째 수감 생활을 하며 치료 감호소에 이동한 레이는 제발 자신의 물고기를 키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하며 물고기들의 이름을 계속하여 반복한다.

8년 전 일어난 사건이고 현재의 이리나와 레이의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리나가 엄마의 집에  있는 큰 대형 수조의 관리를 위해 수조 관리장을 찾던 중 R. 보렌스라는 이름을 발견하면서 이 이야기는 거대한 반전을 제공한다.
대체 R.보렌스라는 사람과 엄마와는 어떠한 관계일까? R.보렌스는 누구일까 궁금해하던 이리나는 진실을 향해 추적하기 시작한다. 

8년 전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이 책은 책의 중반까지도 쉽게 독자에게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힌트를 주지 않는다. 모두가 의심스럽고 더구나 레이의 과거 회상은 레이가 범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준다.  

주로 미스터리 소설들이 현재에 일어난 사건에 집중함으로 긴박성이 넘치는 반면 <옆집의 살인범>은  8년전에 일어난 레이의 과거와 현재의 이리나와 레이의 시점이 교차하여 일어난다. 
그러하기에 타 추리 소설보다 다소 긴박감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이야기의 반전은 읽는 독자의 예상을 과감하게 뛰어넘는다.  

레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옆집의 살인범>. TV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고 하는 데 과연 어떻게 나왔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리메이크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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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혜린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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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엄마는 흔히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전업맘과 워킹맘

우리들은 가지 구분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두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창업맘이다. 하루에도 백개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쓰러져 가는 용감하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어 살아남기 위해 부모교육 전문기업 [그로잉맘] 공동 창업자로 치열하게 싸우는 창업맘의 이야기다

고학력 여성들이 많아지고 유리 장벽이 전보다는 얇아지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위 임원, 또는 정치계에서도 여성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있다
임신을 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바로 여자에게 집중되는 . 일과 육아 어느 것을 선택할 결정받는 것도, 아이가 아프면 누가 눈치를 봐가며 회사를 조퇴해야 하는 지도, 모두 여자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저자 또한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아이 출산 전업맘을 선택한 케이스다

뜻이 맞는 동업자 엄마를 만나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창업의 세계. 일반 성인도 하기 힘든 창업의 세계에서 저자와 동업자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일을 시작한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부랴부랴 사무실에 가서 아이가 하원하는 3,4시까지 맞추기 위해 초스피드로 업무를 진행하고 아이 하원 육아 모드 돌입해서 아이가 잠들고 10시가 넘어서야 그들의 업무는 다시 시작된다

전업맘과 워킹맘의 경계에서 있는 창업맘. 일을 하기에 완전한 전업맘도 안정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워킹맘이라도 부르기 애매하지만 전업맘과 워킹맘 모두를 소화해 내야 하는 창업맘의 일상은 누구보다 투철하다. 아이들로 인해 비상 사태가 많은 엄마이기에 뛰어야 하며 프리젠테이션을 하러 사람들을 만나면 '애는 누가 봐요?'라는 틀에 박힌 질문들을 들을 때도 많고 토요일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며 일을 해야 때도 종종 생긴다

매번 지원금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야 하며 육아도 함께 챙겨야 하는 일상에서 저자는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퇴사를 선택할 정도로 아이들도 사랑하고 가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자신이 행복해야 가족도 행복하게 있다는 그녀의 말은 나에게 울림을 준다


그렇다고 일을 포기할 수도 없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도 아니고 엄청난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을 포기할 없는 이유는 이것이 자신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선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가 아닌 이름 석자를 걸고 살아가는
그것이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기에 힘든 세계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다
결혼하면서 잊혀지게 되는 여자의 이름.. 저자는 창업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 . ..으로 살아갈 있었다

육아도 스펙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직원이 임신하면 격한 축하와 함께 육아 휴직 복귀가 자연스레 이루어지며 엄마가 마음껏 일할 있는 회사를 꿈꾸며 만들어가는 저자의 비전을 보며 저자의 글이 그렇게 페이스북에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을 있었는지 느낄 있었다

여자들은 일을 여러 제약들이 많다. 갑자기 아이가 아플 때는 눈치봐가며 결근을 해야 때도 있고 아이 하원 때문에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도 야근은 그림의 떡이다. 회사의 회식도 빠질 때가 빈번하다. "여자는 이래서 !"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오로지 엄마이기에 가능하다고
아이를 살려 키우는 엄마이기에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의 정신으로 회사를 돌보고 일을 있다고
엄마라는 이름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더욱 당당히 일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세상의 걸크러시들이 많아지기를 꿈꾸는 저자 ..린씨의 꿈에 함께 동참하고 싶다
엄마들에게 시원한 핵사이다를 안겨주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힘내라고 토닥토닥 등을 두들겨 준다

엄마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만들어 주는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의 필독서가 하나 생긴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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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 완벽해 보이지만 모든 것이 불안한 그녀의 인생 새로고침
숀다 라임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부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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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8년 새해, 나에게는 갈급함이 있었다. 

매번 직장과 쌍둥이 육아 등  다람쥐 쳇바퀴같은 일상과 고됨 속에서 이번 한 해 만은 특별한 해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올해가 반절을 넘어선 현재까지 반복되는 나의 일상은 그대로였고 나를 힘들게 하는 무기력함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올해가 또 이렇게 끝나는 걸까라는 불안함과 좌절감에 있던 때에 만난 책이 바로 {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였다. 

미드 매니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그레이 아나토미>, 그 인기리에 시즌 14까지 방영된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작가 숀다 라임스의 1년간의 도전기를 그린 책이다. 

저자 숀다 라임스는 공적으로는 유명한 <프린세스 다이어리 2>, <그레이 아나토미>, <스캔들>등의 드라마와 영화의 작가이자 제작자이며 사적으로는 마흔 다섯에 아이 세 명을 둔 싱글맘이다. 
높은 인지도와 경제적인 부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숀다 라임스, 세 명의 육아를 도와주는 도우미와 친정 부모님과 언니들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그녀의 인생은 언니의 한 마디에서 바뀌게 된다. 

"넌 뭐든 좋다고 하는 법이 없지!" 

바쁘다고, 아이 셋을 둔 싱글맘이라고, 핑계를 대며 못 할 구실을 찾는 그녀에게 언니가 내 뱉은 말 한마디였다. 그리고 이 한 마디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레이 아나토미> 드라마의 성공 후 찾아오기 시작한 불행,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1년동안 자신이 No라고 말했던 것을 Yes라고 말하고 실행하기로 결심한다. 

저자의 도전은 결코 우리와 무관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의 것들이였다. 
사람들 앞에서 나서길 두려워하는 무대 공포증, 비행기 안전벨트가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육중한 몸,
주변의 칭찬을 받을 때 무조건 자신을 낮추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수의 의견을 따르게 되는 학부모 총회.  저자는 자신의 약점을 스스럼없이 고백하고 어떻게 극복하며 인생에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모교 대학교에 졸업식 축사를 하고 TV 쇼에 출연하고 58kg 감량에 성공하며 학부모 총회에서도 당당히 No라고 외친다. 

일과 육아 그리고 잠만 자는 지루한 일상이 매일 도전거리가 되고 새로운 기쁨을 발견해 나가는 그녀의 도전기는 드라마 작가답게 위트와 유머가 넘쳐 흐른다. 

"실력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허풍이 아니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고 당당해지기로 택하고 즐겁고 쉬운 것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그녀의 도전은 무기력함에 있는 나에게 충분한 자극제가 되어준다. 
매너리즘과 발전이 없는 직장생활에서 전문가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며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나에게 쉬운 길은 없다며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나와 입장은 매우 다르지만) 같은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 동시에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라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죄책감을 가지지 말도록 요구하는 그녀의 사이다 같은 발언에는 통쾌함을 느끼게 해 준다. 

{1년만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를 읽으면서 나 또한 그동안 No라고 말했던 것들로부터 Yes로 바꾸어야 할 것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일과 육아에 찌들려 산 나를 내가 너무 방치했었다는 반성과 함께 내게 새로운 도전거리를 제공한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남은 한 해의 반년,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이 책이 너무 고맙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 준다. 
나와 같은 엄마들, 전업맘과 워킹맘 모두에게 꼭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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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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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무민 만화를 보지 못했지만 혜성처럼 나타나 어느 새 국민 캐릭터가 된 무민을 보며 작가가 궁금했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앗아간 주인공을 알고 싶었고 만화가 아닌 무민 연작소설이 나왔다는 말에 만화보다는 소설로 무민을 알고 싶었다.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제목 그대로 무민의 이야기가 아닌 무민파파의 이야기이다. 
지독한 감기에 걸려 침대에서 누워만 있어야만 했던  파파에게 마마는 소일거리로 지난 과거에 대한 회고록을 써 볼것을 권유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소 허세가 있는 파파의 모습은 이 책은 실생활 속에서 아이들에게 잘나보이고 싶어하는 아빠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평범한 갈색 종이봉투에 감싸여 보육원에 가게 된 무민파파는 규칙적이고 엄격한 헤물렌 이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호기심 많고 자칭 특별하다고 믿는 무민파파의 존재는 바쁜 헤물렌 이모에게는 골칫덩어리와 같은 존재였다. 자유를 찾아  보육원을 탈출한 무민파파는 호지스와 머들러 요스터를 만나게 되고 호지스가 만든 배를 타고 바다로 모험을 떠난다. 

자신이 제일 특별하다고 찰떡같이 믿는 다소 허풍기가 있는 무민파파, 만들기를 좋아하는 호지스, 게으른 요스터 등등 각 캐릭터의 개성이 잘 어울러진 만큼 그들의 좌충우돌 모험은 큰 재미는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잔재미들을 안겨준다. 

무민 만화를 먼저 본 독자라면 이 소설의 재미가 더욱 배가 될 수 있을 것같다. 하지만 나처럼 무민 만화를 보지 않은 독자라도 이 책을 읽기에 큰 무리는 없다. 다소 엉뚱하지만  자유로운 모험가의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무민파파의 꿈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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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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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탄생 100주년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신학자 문익환 목사님에 대하여 방송과 출판사에서 문익환 목사의 인생과 작품에 대한 조명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 <문익환 평전>은 예전 2004년에 출간된 책을 100주년에 맞추어 새롭게 개정 보완된 평전이다. 
 
사실 내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하여 아는 내용은 많지 않다. 배우 문성근씨의 아버지이자 목사로서 독재정치에 항거하며 민중들 틈에서 활동한 분이라는 것 그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이 책 <문익환 평전>은 일제시기와 6.25전쟁으로 인한 남북 분단,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의 어두웠던 유신시대 등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낸 문익환 목사의 일생을 조명한 만큼 한반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명한다. 

 문익환 목사는 1918년 6월 1일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났다.  일제시기 북간도에 터를 닦고 그들만의 터를 지은 공동체에 학교가 세워지고 성경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해야만 선생직을 받아들이겠다는 조건 하에 세워진 학교의 영향 아래 문익환 목사의 아버지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문익환 목사가 자라났고 그의 생애는 기독교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문익환 목사의 일생의 초반은 찬란하고 눈부시던 학창 시절이 그려진다. 
만주의 명동학교 재학 시절, "서시"로 유명한 윤동주와 독립 운동가 송몽규와 함께 수학하며 꿈꾸고 자유로웠던 시절. 일제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웠던 그 시절 한국사와 애국심을 배우고 동무들과 함께 문학을 논의했던 그 시절은 문익환 목사의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시절일 것이다. 

 한 마음으로 단결되었던 북간도 공동체는 사회주의 열풍으로 인해 이념의 차이로 분열되기 시작하며 공산당의 잦은 압박으로 인해 그들의 자랑스러운 명동학교가 인민학교로 바뀌고 곧 다른 학교에 강제 편입되어 버린다. 그 때부터 문익환 목사는 공산당에 대한 반항이 시작되었다. 

성정이 부드럽고 여리며 나약했던 문익환의 인생 초반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 
인생의 눈부신 시절을 함께 했던 윤동주나 송몽규가 일제 시대에서 글과 독립운동가로 저항의 길을 선택했다면 문익환은 현실 도피라고 할 수 있었다. 학병으로 끌러 갈 위기에서도 저항이나 순응보다는 만주 봉천으로의 도피를 택했고 윤동주의 석연치 않는 죽음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해방의 순간을 맞게 되었지만 한반도의 현실은 지극히 혼란스러웠다. 문익환은 자유로운 신학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되고 머나 먼 타국에서 6.25 전쟁 소식을 듣게 된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그는 판문점 통역사로 자원해서 한국에 들어온다. 한반도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뜻대로 마음대로 좌지우지 당하며 강제로 분단되어지는 이 서글픈 비극의 역사가 우리 민족의 뜻이 아닌 미국과 소련의 결정만으로 한 순간에 그어져버렸음을 이 책에는 자세히 조명한다. 

신학과 성서번역에만 열중하던 문익환을 깨우게 된 것은 바로 4.19 혁명과 전태열 열사의 죽음이었다. 이승만 독재정치를 보다 못한 학생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이승만을 권좌에서 끌어 내린 이 역사적 혁명에 문익환은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구원과 교회에서 기득권 세력에 집중하는 기독교를 강하게 비판하고 민중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되야 할 것을 주장하며 민중신학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빈약하고 형편없던 노동환경의 개선을 촉구하며 자신을 불에 투신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으며 문익환 목사 또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를 위로하며 그의 본격적인 운동이 전개된다. 

늦봄. 문익환의 호이다. 늦은 봄처럼 문익환 생애 역시 그의 본격적인 민중 운동은 50이 넘은 해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부드럽고 연약했던 그가 피어나자 활화산 같은 열정과 신념으로 그는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독재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인도하며 역사의 한 획을 이어나갔다. 
휴전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그리운 고향 북간도가 중국에 종속되고 고구려의 기상을 잃어버린 조국의 현실을 마음 아파하며 통일을 위해 방북을 감행하였던 문익환. 그가 가진 생애는 일제시대부터 별세한 1994년까지 한국의 산 역사이자 증인이었다. 

신학자로서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민중의 편에서 함께 하기를 택한 문익환.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문익환의 생애를 읽는 것보다 한국의 현대사 책을 공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왜 그가 진정 이 한국의 현대사의 위대한 거장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아름다운 문어체와 함께 설명해 준다.  
애굽에서 고통받던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한 이스라엘, 히브리 민중에 대입하였던 문익환 목사가 쓴 책 <히브리 민중사>와 함께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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