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달에 십칠일쯤 출근하는 직장 스케쥴에 맞춰서 출근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좀 늘어지는 경향이 생긴다. 삼일 일하고 나면 하루쯤 쉬게 되어 있는데 확실히 좋은점 하나는 월요병이 사라졌다. 오늘이 무슨요일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 출근을 할것인지, 아닌지, 밤을 세워 근무해야 하는 날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요즘>엔 시간이 좀 남아서 인지 인기있다는 드라마도 보게 되고, 영화도 제법 보게 되고 낮잠도 맛있게 자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다.
근무가 오락가락 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은, 같이 놀아줄 사람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주말에 출근하고, 평일에 쉬게 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새삼 돌아보니 내 주변에는 잉여로운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아... 정말 다들 열심히 살고 있구나. 그래, 열심히 살아서 나에게 맛있는것을 사주면 되지. 생각보다 잉여로운 사람이 주변에 없는 관계로 요즘엔 혼자 무엇을 하는것에 대해 자연스러워 졌다. 혼자 컬투 공연을 다녀오고, 혼자 스테이크와 와인을 마시러 가기도 한다. 영화관을 들어서기전 스넥바 코너에서 오렌지 에이드를 하나 주문하는 일은 이제 거의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이렇게 혼자 움직이는것에 대한 단점을 꼽자면 이인분씩 파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와인 한병을 시키면 혼자 다 마시지 못하고 나온다는 점. 다행인 일은 집 근처에 생긴 파스타집에서 와인을 과도하게 바가지 씌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할인마트 가격에서 만원정도 더 붙은 가격에 와인을 내놓는다. 종종 늘어지게 더운 오후에 스파클링 와인 한병을 마실때 까지 눈치주는 사람도 없는 단골가게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와인한병을 다 마시도록 한사람을 생각하며 웃을수도, 추억할 수도, 그리워 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역시 좋은 일이다. 미치도록 바쁘게 몰아치는 생활이 정리되자 마자 나는 간사하게도 누군가를 다시 생각하고, 그리워 한다.
2.직장이 바뀌었다.
미치도록 바쁘고, 정신없고, 격한 업무적 스트레스에서 한꺼풀 벗고보니, <요즘>의 나는 상상이상으로 잉여롭다. <한가하다>라는 말이 얼마나 축복스러운 일인지 몸소 경험하고 있다. 출근해서 근무시간동안 나는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제외하면 아주 조금도 직장생활에 시간을 더 할애하지 않는다. 유니폼을 갈아입는 시간, 점심시간, 아침에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실시간과 오후에 시원한 냉커피를 마실시간 모두가 업무시간에 포함되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추가근무, 시간외수당, 휴일특근, 업무의 연장같은 회식따위는 전혀 없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3. 그러니까 지금 이글은 내 친구가 나 하는거 봐서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을 주겠다고 해서, 그래서 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친구에게 내가 조금은 이쁘게 보였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이렇게 지내고, 이렇게먹고,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