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번째 손가락과 손톱사이로 날카로운 물질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당연히 세번째 손가락 쓰기가 어렵다. 손가락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캔 음료 하나 따기가 어렵고 자꾸만 오타가 나고(손가락이 멀쩡해도 나는 오타니 오죽하랴.) 글 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글자를 쓰기도 어렵고. 힘이 쓸대없이 들어가다 보니 손목도 삐그덕 거린다. 그러더니만 결국 어깨가 결리고 오른쪽 팔이 마비 온것처럼 뻣뻣해져 고생을 했다. 이 모든게 세번째 손가락 하나 때문이였다. 뿐만 아니라 요새 손가락들이 아주 난리다. 작년 서류를 정리해 넣으면서 하루에도 몇만장의 종이를 만지고 있다. 여기저기 종이에 베이기도 엄청나게 베이고 있는 중이다. 워낙 이쁘지도 않은 손가락들이 더더욱 이쁘지 않아지고 있다.
2.나는 손에 약간의 페티쉬가 있다고 봐도 좋을만큼 손이 좋다. 내 손을 만져주는게 좋고, 누군가와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것이 좋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은 손가락사이에 땀띠가 나서 벅벅 긁으면서도 손을 놓지 않고 걸었던 적이 있었다. (헤어질때 되니까 그 축축한 손이 싫어지더라만은.. 아.. 간사한 따라쟁이) 손이 이쁜 대리님과 상담후에 잘부탁합니다 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한다는 것이 <손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악수를 청했던 적도 있다. 손가락이 길고 이쁜 사람을 만나면 덥썩 손부터 잡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손때문에 사랑에 빠졌던 적도 당연히 있다.
3.나의 미카엘에서 보면 그녀도 나와 같다.
겨울날 아침 아홉시에 나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졌다. 한 낯선 청년이 내 팔꿈치를 잡아주었다. 그의 손은 강하고 엄청나게 자제력이 있었다. 나는 짧은 손가락과 납작한 손톱을 보았다. 관절 부위가 약간 거뭇한 창백한 손가락이였다.
나는 그의 미소와 손가락이 좋았다. 그의 손가락은 각가이 개별적인 생명을 갖고 있다는 듯이 찻숟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찻숟가락은 그 손가락에 쥐여 있는 것을 좋아했다.
푸른색 울 옷감을 통해 나는 그의 다섯손가락을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손가락때문에 그와 사랑에 빠졌다는 구절이 직접적으로 나온건 아니지만 미카엘의 손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온다. 특히 그가 팔꿈치를 잡았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까지 했다.나는 내 팔꿈치를 잡는 강하고 엄청난 자제력의 손을 느껴보고 싶었다. 차를 피하라면서 팔뚝을 잡아채는 그의 손길에 두근댔었다고 말했던 누군가처럼 나도 그 두근거림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 남편은 이럴때 쓰라고 나는 결혼을 한거다!! J군에게 부탁했다
-팔뚝 좀 잡아봐봐. 강하고 자제력있게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왜. 왜 말이 안돼?
-잡혀야 잡지. 잡혀야. 니 팔뚝이 그냥 강하고 자제력 있게 잡힐 팔뚝이냐? 장난해?
그래.. 문제는 강하고 자제력있는 손가락이 아니였던 것이다.
4. 나는 여전히 굵은 팔뚝과 대일밴드가 덕지덕지 붙은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번주 토요일엔 그 손가락도 이쁘다고 말해줄 사람을 만날꺼다. 이히힛+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