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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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낭패는 보통 계획한 일에 실패할 때 쓰는 말이지만, 그 유래는 자못 흥미롭다. 낭(狼)과 패(狽)는 모두 이리의 일종(一種)으로서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패(狽)는 그와 반대(反對)이다. 그 두 짐승이 같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지면 균형(均衡)을 잃고 넘어지게 되므로 당황(唐慌ㆍ唐惶)하게 되는 데서, 이들은 공동운명체다.

 

이 소설에서는 낭패는 유래에 따르지만, 결론은 일을 그르쳤다는 의미, 즉 중의적 의미로 쓴다. 정조가 당시 노론 벽파의 대신 정적인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어찰 297통이 2009년 공개됐다. 심환지의 후손이 보관했는데,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갔다.

 

아버지 장조(장헌세자, 사도세자)의 죽음을 당연시한 벽파, 정조의 탕평책을 반대하는 세력이다. 시파는 그 반대다.

 

낭패에서 정조의 정적으로 나오는 심환지는 환갑이 지난 1792년 이후 정조에게 중용돼 핵심 요직을 거쳤으며, 원칙을 강조하는 강한 성품을 지녔던 알려졌다. 정조는 심환지와 비밀편지로 소통하며 여러 정치 현안에 관해 막후에서 지시하고 조정했다.

 

이 소설은 이 과정, 누가 비밀편지배달을 했는가, 전달자인 사자(使者)가 주인공이다. 그는 정조와 심환지 사이에서 그에게 비친 두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권력 구도, 정치는 역시 냉정한가? 팽례 재겸의 눈에 비친 두 사람….

 

주인공 재겸은 10년 전 살인누명을 쓰고, 진범을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데, 특이한 능력이 있다. 심리랄까,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고, 참과 거짓을 밝힐 수 있다. 투전판에서 사람들의 표정만 보고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팽례 재겸, 정조는 그에게 심환지의 표정을 읽으라 한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심환지는 그에게 정조의 의도를 알아내오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심환지와 닿아있는 10년 객주부부를 살해한 진범, 그 진범은 재겸을 쫓는데,

정조 비밀편지의 또 하나의 비밀, 편지만이 아니라 팽례, 심부름꾼을 통해 서로의 의도를 진실인지 거짓인지, 줄타기하는 주인공 재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심환지 말을 듣고 정조가 여러 대신에게 보내는 사자들을 쫓는다. 금위영에서 그들을 처치하고…. 혼란의 나락으로 떠밀려 들어가는데,

 

낭패? 누가 낭패를 당한 것인가?

 

꽤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주인공 재겸의 캐릭터와 설정, 지은이는 안대회<정조의 비밀편지>(문학동네, 2010)를 참고하면서, 이 편지를 전한 사람의 눈으로 두 사람을 본다. 비밀편지의 왕래와 담긴 내용 외에 당대의 분위기와 어찰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혹여 팽례의 영향은 없었을까, 이런 상상의 세계, 흩어진 퍼즐을 하나둘 맞춰나가는 것도, 낭패는 누가 본 것일까? ? 정조는 죽었다. 그 이후 김조순의 딸을 세자빈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심환지 앞에 도착한 편지…. 그리고 또 다른 세력, 지은이는 나머지 전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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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심연 속으로
앤서니 데이비드 지음, 서지희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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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속으로 

 

영국 UCL 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앤서니 데이비드의 임상 사례 연구 노트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제목 ‘심연 속으로’를 보는 순간, 20여 년 전 조승우가 출연했던 영화<H>가 떠오른다, H는 최면의 머리자다. 조승우는 연쇄살인범으로 교도소에 복역 중인데, 그의 수법을 모방한 사건이 이어지고…. 교도소로 찾아온 형사에게 “심연을 들여다보라고”라는 말을 남기며, 최면을 건다…. 꽤 강렬한 인상을 받아서인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기억한다. 

 

“심연(深淵)” 문자 그대로 깊은 못,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한 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그가 경험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신건강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7장 체제인데, 1장은 파킨슨병과 우울, 이 사이에 심연은 도파민이다. 부족해도 문제, 넘쳐도 문제, 이를 어떻게 조절, 조율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2장 외상성 뇌 손상의 무서운 후유증, 현실과 비현실의 망상을, 조율하려 해도 그사이에 놓인 깊은 구렁텅이는 결국 그의 인격마저 변화시키는데, 신체와 정신의 그 중간 어디에 존재하는 무엇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가?, 3장에서는 자살을 뒤르켐이 도덕적 선택이라고 말했던 것들, 자살에 관한 우리 인식과 오해, 자살의 메커니즘 등, 4장 병원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인종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종사고, 조증과 우울의 중간은…. 5장 허기와 생식에 관하여, 6장 조용한 음악, 조현병 환자, 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놓이는데…. 7장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히스테리를 들여다보기도….

 

뇌와 정신, 심신의 작동, 자살의 메커니즘

 

이 책은 뇌와 정신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지배권을 두고 다투는지에 관한 내용인데, 우울과 조증에 관한 설명이 꽤 재미있다. 인종시각, 즉 조현병이든 뭐든 인종차별이라는 요소가 관여한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뒤르켐의 자살론, 개신교도와 가톨릭교도의 자살률 차이에 관한 설명에서 종교적 요인을 들고 있는데, 본질에서 개신교는 더 개인주의적이며 ‘자살 완화 작용’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이 대목 역시 흥미롭다. 많은 쟁점,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여러 현상에 관한 지은이의 견해 또한 새겨 둘만 하다. 

 

생리 리듬을 깨지면, 심신의 균형이 깨지고, 잠재적 질병 상태는 드러나는데, 

 

우리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순환 기분 장애”를 경험하면서 산다. 뭐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떤 때는 생각하는 대로 말이 술술 나와서 재치 있고 영리하고 박식해 보이며, 더불어 행동거지도 부드럽고 우아해지고 센스도 고양되는 경험 말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창의력과 에너지가 높아지는 시기와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침체기가 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순환, 이 양극성은 유전적 결함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다수의 전문가는 말한다. 이는 생식주기와도 관련성이 있는듯하다. 겨울잠을 자야 하는 포유류가 그렇지 못할 때, 또 일부 포유류는 성적 흥분 상태인 발정주기가 있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보자. 해가 뜨면 일어나서 일을 하러 나가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이런 생리 리듬은 하루 주기로 돌아가는데, 이런 생리 리듬은 복잡한 호르몬과 신경 생리학적 제어체계에 의해 뒷받침된다. 예를 들어 주·야간 교대근무 (최근 빌딩 경비팀장의 쉼 없는 근무로 갑작스레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을 기억해보라) 는 생리 리듬을 방해하여 안녕과 기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태 변화에 특히 취약한 사람(개인차는 분명 존재한다)은 조울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심신의 조화는 생리 리듬이다

 

우리는 심신의 조화라는 옛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지금도 그러지만 말이다. 그런데 최근 정신건강에 관해 태도, 정신건강이란 말만 나와도 정신병자 취급을 하던 그 시절에서 지금은 누구나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열린 태도로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은가, 감정노동, 장시간 노동, 주·야간 교대근무 등이 정신과 신체, 뇌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다. 아직도 왜곡된 형태로 인식하는 때도 적지는 않지만….

 

이 책은 심신 건강, 정신건강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공사례를 다루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69시간 노동 시간제…. 이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보내고 싶다. 인간은 기계와 달리 생리 리듬이 깨지면 그 후유증은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놀랍게도 연결돼있으니 말이다. 또 이 책은 우울과 조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뒤르켐의 자살론의 소개에서 자살에 관한 우리의 인식의 천박함까지... 꽤 많은 이야기거리를, 과제를 남기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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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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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는 혼군? 진짜, 병자호란은 인조의 무능으로 일어난 것인가? 

 

인조, 1636년,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역사에 만약~ 라면이라는 전제는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실체적 진실발견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당대에 혹은 후대에 나온 관련 사건을 다룬 책을 통해서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해석하고 또 톺아보면서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 지은이, 대중 역사서는 역사의 단락을 상상력을 메꾸기도 하는데, 이덕일 등이 다뤘던 주제 “소현세자”, 청나라에서 돌아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의문의 죽음을…. 독살설이 등장하기도….

 

이 책은 역사평설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비평하여 설명하는 ‘평설’, 인조가 왜 혼군인가, 이 책 행간에 드러나는 인조의 언설, 영화<남한산성>에 나오는 청과 화평을 주장하는 비둘기파의 최명길, 항전을 주장하는 매파의 김상헌, 우리는 심증적으로 최명길의 선택이 옳았고, 김상헌을 유학 논리에 찌든 골빈 양반네라고 그저 체면에 체면을 입에 달고 사는 고집불통으로 현실 파악에 아둔했다고, 말하기 쉽지만. 이 둘 다 광해를 몰아낸 사람들이며,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다. 둘 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청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놓고 생각이 다를 뿐이었다. 청을 일개 여진의 오랑캐로 보면서 명나라에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파이고, 최명길은 실리파일 뿐…. 이 책의 구성은 병자호란전 인조, 병자호란 중 인조, 병자호란 후 인조로, 병자호란과 인조를 파헤친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 중 인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만문노당 등 1차 사료와 병자호란에 관련된 서적을 참조했다고 한다. 글쎄다. 인조실록은 인조를 왕좌에 올린 세력이 쓴 것아닌가, 아무튼... 인조를 조명해 볼 욕심이 생기게 한 건 사실이니... 

 

인조는 왕권을 제대로 행사한 왕인가?, 아니면 사대부의 일인자로 그들과 공동정권을 구성한 파트너일 뿐인가?, 병자호란 발생의 결정적 원인은 당대 국제질서에서 찾아야….

 

당시의 권력을 잡으려던 사대부들이 선택한 왕, 이른바 “택군”을 했던 이들이다. 인조가 혼군인가?, 인조를 왕으로 보는가, 아니면 사대부의 일인자로 보는가, 이 대목에서 설명은 조금 부족한 듯 보인다. 인조의 언행에 영향을 주는 쪽이 어디였는지, 이들과의 공동정권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 황제를 일인자라고, 그러니 누구든 왕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인조도 사대부의 한 명이며 그 지위는 일인자일 뿐인데... 조선왕조실록은 왕을 중심으로 기술할 수밖에 없기에, 왕이 절대적 위치에 있는 것을 전제로 할 뿐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듯하다. 

 

광해의 대명정책, 대청정책을 비판하면서 쿠데타를 일으킨 이들, 대청 화해, 화평전략을 취했다면 인조는 또다시 왕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게 아닌가?, 아들과의 관계 며느리와 손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쫓아낸 시아버지, 할아버지라는 이유로 혼군, 어리석은 왕이라 할 수 있나?, 이런 결정을 인조 스스로가 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힘의 작용으로 자신을 왕좌에 올린 이들과 소현세자의 사상을 위험스럽게 

생각한 이들, 같은 부류일 수도 있고, 다른 부류일 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조선에서 무능한 왕 중으로 손꼽히는 인조, 왜 인조는 그렇게 됐나? 의문이다. 

이 책은 병자호란이 일어나게 된 하나의 배경과 남한산성에서의 항전, 누르하치와 청 태종과 청 제국의 완성 등의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인조의 자기애, 무 베려, 덜 된 품성, 왕재로서는 하자가 있는 사람이다. 애초에 왕의 자질이 없던 사람, 이런 사람을 왕좌에 앉힌 이들, 결론적으로는 혼군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한데, 그게 인조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들인가, 말 그대로 사대부의 일인자로서 왕, 사대부와 함께 국정을 끌어가는 공동정권….

 

아무튼, 새롭게 소개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책 표지에 적힌 대로 어리석은 임금의 전쟁, 병자호란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 있을까?, 국제정세라는 커다란 흐림과 소용돌이에 휩쓸린 조선,

청소년 도서에 역사 인물 명장<임경업 장군>이라는 이미지, 그러나 임경업은 실제 조선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고, 청과의 전쟁을 피했다고, 명에 충성하는 그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이 대목에서 그런 역사적 평가가 있었던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꽤 흥미로운 주제다. 

 

청의 통역으로 조선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태관 정명수의 쇠락을 다루기도 한다. 뭐 좋게 말하면 병자호란의 전모를 드러내 보이려 했던 노력이 보인다. 다만, 인조 자체는 왕재의 자질이라기보다는 그저 실세 권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왕좌에 올려진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러기에 국운과 백성의 목숨, 그리고 전쟁으로 고생의 늪 속에서 헤맬 모든 사람을 외면했다고, 혼군이라한다면, 광해를 무너트린 쿠데타 세력과 인조의 관계, 국정에서 인조영향력 등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했어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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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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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 청소년 뒤에는 위기 사회가 있다?

 

지은이 김광민 변호사는 경기도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학생운동과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했던 청년 시절, 변호사가 되어 힘없는 사람을 도와주겠노라고 변호사가 되어, 2015년 부천 청소년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했다. 

 

이 책<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은 그가 변호사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맞물렸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직접 센터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가 없기에 사건 발생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책 제목은 변론 이유서 같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라라고, 아니 일 보다는 활동이 좋겠다. 나는 왜 이 활동을 하는가라고, 아무래도 사회적 책임이지 않을까, 아니다 본래 그런 사람이어서... 이타적이어서,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가 세상 사람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든 위기 청소년 뒤에는 위기 사회가 있다고, 세상 사람에게 나와 너라는 구분법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 아이들을, "비행 청소년"이라는 낙인을 찍기 전에 먼저 따뜻한 눈으로, 배려의 마음으로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아파트 숲이 주거의 전형이 돼버린 지 오래, 아파트라는 주거문화가 가져온 단절, 불과 1미터 조금 밖에 안되는 거리에 다른 세계가 닫힌 세계가 있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 문을 닫으면 닫힌 세계가 되고 고립돼버린 그런 공동주택, 무늬만 공동주택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담장 낮은 주택가, 담너머 이웃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애써 알려 하지 않더라도 담장을 타고 들려오는 웃음이 넘쳐나고 왁자지껄하던 풍경이 고스란히, 한편으로 때대로 한숨섞인 목소리로 그 집 큰아들이 사고를 쳤다는 걸 알게 되고, 우리 이웃은 오지랖넓게 그럴 애가 아닌데라고 주변을 설득하기도 하는데…. 이런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라고 믿어주려는 마음과 태도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와 관계없는 일, 남의 일, 하지만 “관계”가 있다면? “트롤리 딜레마”

 

자, 이렇게 생각해보자 윤리학 분야의 사고(가치판단) 실험으로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 기차가 달려온다. 2개의 선로, 한 선로에는 1명이 서 있고, 다른 선로에는 5명이 서 있다. 이때 기차를 어느 방향으로 틀게 해야 하는가,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여기에 조건을 붙여보자, 1명 그룹은 선한 사람, 5명 그룹은 흉악한 범죄인이라면 어떨까, 미련 없이 5명이 있는 쪽으로 기차를 유도할지도…. 자 또 다른 조건을 보자. 1명 그룹이 내 아들이고, 5명 그룹이 모두 선한 사람이라면, 결과는 어떨까, 결정자는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1명 내가 아는 누군가를 더군다나 아들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사물을 보고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있을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에 의존하여 판단하게 될 것인데….

 

이런 생각을 이 책으로 읽을 때 그 전제로 놓고 보자, 대상화된 그저 TV 뉴스에서 사건의 가해자로만 본다면 당연히 나쁜 사람이라고 흉악범이라고, 그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흉악범을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부로 보내,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못 본 척, 무관심, 대상화, 왜곡된 정보, TV의 선정 보도가 아닐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금의 오지랖이 세상을 밝게 할지도 모른다

 

들끓는 여론이 진정한 공동체 의사일까?, 뭔가 잘못된 정보에 가져온 집단 광기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되는 순간, 느끼는 정도와 심각성은 달라진다. 나 몰라라 하고 살다가 TV에 언론을 도배한 청소년의 잔혹 범죄, 모두 공분을 느끼겠지만, 이게 진짜 그런가, 이를 내 문제로 끌어들여 생각해보자. 위기 청소년의 일탈, 비행의 배경을 일일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회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히 보일지 모르겠지만, 

 

절대 우연이 아니다. 사건 발생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다. 느낄 정도로까지, 다만, 이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가족 안에서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각자의 미묘한 행동 변화를 서로 쉽게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은 <한밤중의 아이>처럼 위험한 도시의 밤을 헤매는 건 아닌지

 

츠지 히토나리<한밤중의 아이>(소담출판사, 2023)는 무호적의 5살배기 어린아이가 일본 남단 규슈의 최대환락가 나카스의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학교 갈 나이가 돼도 호적이 없어 초등학교 입학도 할 수 없다. 아버지와 엄마는 화류계에서 일하기에 어린아이를 거의 유기하다시피…. 하지만, 이곳 공동체가 부모 역할을 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물론 허구다. 하지만 현실 어디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내는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오고, 범죄자라는 생각에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어릴 적 돌봐주던 이웃들은 그를 여전히 반기며 맞아준다. 전과자이건 뭐든, 있는 그대로…. 품어준다. 

 

모두의 무관심이 위기 청소년을, 위기 사회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아마 이 책에 실린 사례들, 지은이의 모든 감정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최소단위인 ‘가족’을 두고 있어야 할 모습을 찾는다는 자체가 이상 그 자체일 뿐이라는 점을, 이상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가정”, “완벽한 가족”을 그리고, 이를 향해 부지런히 다가서려는 행동, 실은 그런 것 없다. 다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일 뿐이다. 아무튼, 이상의 가족, 이 틀에서 벗어나면 무시, 외면, 혐오, 차별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지, 민주주의 사회는 갈등이라는 긴장되고도 신선한 힘이 없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 우리 사회도 알게 모르게 만들고 만들어진 틀을 끊임없이 부수고 나아가지 않으면, 어느덧, 틀이 생기고, 구분 짓고, 혐오와 차별이 정당한 것처럼…. 그렇게 이상스러운 사회가 된다. 지은이는 이를 위기 사회라 했다. 위기 청소년과 위기 사회, 위기 사회라서 위기의 청소년이 생기는지….

 

이 책에 담긴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혜민이, 민석이 그 밖에 많은 청소년….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비난하기 전에 그를 둘러싼 환경을 봐야 한다. 그리고 비행을 조장하는 환경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비행 청소년 혜민이만 눈에 보이는 사회, 가정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혜민이를 모른 척한 어른들…. 어쩌면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한밤중의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만나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계에 서 있는 아이들, 청소년들….

 

내 자식이라면, 내 손자라면, 내 이웃이라면…. 모두 그렇게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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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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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장편소설<한밤중의 아이> 규슈의 후쿠오카에 있는 홍등가 나카스, 일본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 “렌지”를 2년 동안 지켜보던 신입 경찰 미야다이 히비키는 8년 세월이 흐른 뒤 순사부장(경사)이 돼, 다시 이곳 파출소로 오면서, 한밤중의 아이 렌지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목격하는데 7살이었던 그 꼬마는 이제 16살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랐다... 이야기는 히비키의 신입 시절로…. 회상하면서, 렌지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나카스국, 렌지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짐작, 아니 의심만 하게 할 뿐, 밝히지 않는다. 엄마는 호스티스다. 번역은 룸살롱에서 일한다고 돼 있지만, 한국과는 다른 클럽(크라부)이다. 이른바 멤버십. 아무튼, 렌지는 나카스국의 대통령이다. 나카스 동네의 경계에 매직으로 표식을 남긴다. 이건 국경이다. 여기를 넘어서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렌지의 심리세계는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우연히 한적한 곳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구석에서 낚시를 하는 이상한 할아버지, 세계를 돌아다니다 멀쩡한 고급맨션을 두고, 공원에서 노숙을 한다. 갇히기를 거부하는 자유인... 자연인일까, 이 또한 렌지눈에 보이는 세상이다. 

 

렌지는 호적이 없다. 정확하게는 부모가 일본인이니까, 국적은 일본이 맞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서 취학 통지도, 예방접종도…. 이른바 살아있는 인간이되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다.

 

호적없는 아이, 하지만 모두가 키운 아이

소설은 무호적의 아이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일본의 호적제도, 취학, 그리고 나카스라는 커뮤니티의 존재 방식, 밤의 거리에서 만나는 여러 군상 호객하는 삐끼, 동남아 어디선가 어렸을 적에 엄마와 같이, 양아버지와 살면서 일본인으로…. 그가 겪는 세상을, 호스트인 아버지(생부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끝내….)는 렌지를 그저 있는 아이, 보통의 아버지들이 아들을 대할 때의 모습, 그런 전형은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 모두 화류계에서 일하다 보니, 밤늦은 시간에 홍등가를 배회하게 되는 렌지, 이 아이를 나카스 사람들이 키운다. 공동육아까지는 아니지만, 저마다 렌지를 보면서 뭔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본 듯…. 라면 가게에 한 끼 얻어먹고, 마치 길고양이처럼 나카스를 돌아다닌다. 만나는 이들이 모두 형이고 이모다. 

 

우연히 나카스에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의 엄마도 호스티스다. 밤늦은 시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이 두 아이는 밤의 나카스 탐험에 나서기도, 

 

연약한 아이 렌지가 살아가는 방식, 화려한 일본 속 별 세계에서…. 어릴 적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는 렌지를 사랑한다. 그 여자는 대학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렌지 곁에 있으려 한다. 어느덧 16살이 된 렌지는 과거 아버지란 사람이 호스트로 일하던 가게를 찾아가고, 거기서 손님으로 여자아이의 엄마와 우연히 만나는데….

 

어느 날 생부라고 나타난 깡패처럼 생긴 사람이 엄마를 얼굴에 칼을 들이대고….

소년원에 다녀온 렌지, 전과자를 대하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그러나 나카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공동체 모꼬지의 상징물 가장 중요한 신가마(신여), 어릴 때, 동네 어린이 그 가마행렬로 이끌어 가마에 태워주던 기억들, 나카스 사람들은 신가마를 메고 갈 사람이 부족하다며 렌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해피엔딩이지만, 츠지 히토나리가 왜 한밤중에 나카스를 배회하는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모두 힘들다고 아이를 낳지 않은 시대,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다, 제 먹을 복은 타고나는 법이여. 세상에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끼우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삶이 그러했듯이,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한 아이의 성장기로도, 또, 관찰자 시점에서 히비키 순사부장이 렌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이런 저리 뛰어다니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밤중의 아이는 사회파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렵지만, 호적에 오르지 않은 사람, 그냥 마구잡이 식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도 보이는 그 무언가가 있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아동학대가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회문제다. 법의 한계들, 원칙보다는 인정으로 그렇다고 원칙을 깨면서까지는 아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인간적인 고뇌가 있음을…. 매몰차고 차가운 사람이 아닌 내면 한구석에 사람을 측은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니냐고…. 어쩌면 렌지의 이야기는 잊혀진 과거의 어느 시점의 일본 사회의 모습일지도, 공동체는 렌지를 키웠다. 황무지에서 꽃이 피듯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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