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심증주의 - 변호사 유머와 함께 보는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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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 “디케”


한국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칼 대신에 법전을 들고 눈을 뜨고 있다. 디케,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정의 여신은 후대에는 유스티티아로 불린다. 저스티스(정의)는 여기서 유래한다. 여신 디케는 오른손에는 칼, 왼손에는 저울, 그리고 안대로 눈을 가린 모습도 있다. 


변호사인 지은이는 이 책 곳곳에 변호사와 관련된 유머를 싣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불신과 부러움’, 즉 양가감정이 존재한다. 변호사는 정의의 수호자인가, 정의로운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는가?, 여기서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가 규명되어야 하는데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 유머 3- 범인은 누구?


정의로운 변호사와 산타클로스, 경찰이 한 방에 있었고, 그 방 탁자 위에는 많은 돈이 놓여있었다. 잠깐 사이에 정전이 일어났다가 불이 켜지자 돈이 사라졌는데 누가 그 돈을 가져갔을까? 정답은 경찰이다. 왜?, 정의로운 변호사와 산타클로스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자들이기에(29쪽)


변호사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위험한 외줄 타기) 사람이라고들 한다. 아무튼, 지은이가 변호사이기에 이런 우스갯소리도 해도 탓할 사람이 있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직업에 과한 유머니 뭐 괜찮지 않을까싶다. 


이 책의 핵심은 실제 법원의 판결에 터 잡아, <자유심증주의>가 재판정에서는 어떤 식으로 해석되고 있을까 하는 이야기다. 자유심증주의는 민사소송법 202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근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 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이 책이 구성은 2부이며, 1부는 9장에 걸쳐 4개의 사례와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2부는 편지, 증거자료 목록을 싣고 있다. 글이 보통 책 편집과는 조금은 형식을 달리하고 있어, 생소하기도 하지만, 지은이의 주장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국가가 재판권을 독점하고, 국민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공정, 정의, 형평, 논리와 경험의 법칙(경험측)에 터 잡아 사실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공인이다. 법은 판단의 근거이며, 양심은 보편적 양심(사람에게 보통기대하는 수준), 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며, 정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이다. 정의를 둘러싼 담론은 분배를 둘러싼 네 가지가 쟁점이다. 무엇을 분배할 것인가,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 어떤 기준에 따라 분배할 것인가, 누가 분배 기준 요소를 판단할 것인가이다.


진실과 정의, 자유심증주의 


이 책에 실린 사례의 바탕에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자유심증주의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열쇳말이다. 진실이란 거짓 없는 사실이다. 정의란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말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누구든지 승인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는 장애가 있다. 그리고 자유심증주의는 구체적인 재판과정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개념이자 도구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유심증, 여기서 자유란 법관 맘대로 재단하라는 게 아니라 사회정의와 형평 이념에 근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르라는 규준에 맞춰야 한다(한계 혹은 조건). 현실에서는 “법관의 특권인 것처럼” 마치 법관에게 주어진 재량 혹은 자유처럼 여기고 있다는 증거나 정황이 판결에서 읽히는 경우가 있다. 도대체 왜, 이 책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H 건설 사례에서 뚜렷이 보인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왜 눈을 가렸을까? 한 손에는 칼, 또 한 손에는 저울을. 그만큼 형평을 블라인드처리 됨으로써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터 잡으라는 기본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자유심증주의를 보장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성 보장에 걸맞은(삼권분립의 원칙고수 장치로서)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 사건 등 이른바 정치 판사라는 표현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겠냐는 우려감, 불안감 또한 존재한다. 변호사 유머가 이제는 사법부의 유머로 확대, 확장될 수 있다. 아니 확장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정치 판사, 정치검사들 이들은 모두 국민의 편에서 이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침해된 재산권을 회복시켜주는 든든한 방패이자 심판관이었는데, 이제 그 이미지가 흔들리고, 신뢰하지 않는 경향도 짙어진다.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의 형사재판은 말 그대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재벌에게는 한 없이 약하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더 없이 가혹하고 냉정한 법적 판단, 이중 잣대라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일반의 법감정이니)라는 비판이든 비난이든 피해갈길이 없을 듯하다. "자유심증주의"가 어떻게 작동되는가 하는 전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법률가 혹은 법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준이기는 하지만, 법과 양심, 정의, 형평, 공정 등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고 실제 사건에 적용되는지를 살펴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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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두리 2025-07-0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옹두리 입니다.
소중한 리뷰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음 따뜻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도서출판 옹두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