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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장편소설<한밤중의 아이> 규슈의 후쿠오카에 있는 홍등가 나카스, 일본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 “렌지”를 2년 동안 지켜보던 신입 경찰 미야다이 히비키는 8년 세월이 흐른 뒤 순사부장(경사)이 돼, 다시 이곳 파출소로 오면서, 한밤중의 아이 렌지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목격하는데 7살이었던 그 꼬마는 이제 16살 어엿한 청소년으로 자랐다... 이야기는 히비키의 신입 시절로…. 회상하면서, 렌지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나카스국, 렌지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아버지는 누구인지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짐작, 아니 의심만 하게 할 뿐, 밝히지 않는다. 엄마는 호스티스다. 번역은 룸살롱에서 일한다고 돼 있지만, 한국과는 다른 클럽(크라부)이다. 이른바 멤버십. 아무튼, 렌지는 나카스국의 대통령이다. 나카스 동네의 경계에 매직으로 표식을 남긴다. 이건 국경이다. 여기를 넘어서려면 여권이 필요하다. 렌지의 심리세계는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우연히 한적한 곳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구석에서 낚시를 하는 이상한 할아버지, 세계를 돌아다니다 멀쩡한 고급맨션을 두고, 공원에서 노숙을 한다. 갇히기를 거부하는 자유인... 자연인일까, 이 또한 렌지눈에 보이는 세상이다.
렌지는 호적이 없다. 정확하게는 부모가 일본인이니까, 국적은 일본이 맞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서 취학 통지도, 예방접종도…. 이른바 살아있는 인간이되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다.
호적없는 아이, 하지만 모두가 키운 아이
소설은 무호적의 아이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일본의 호적제도, 취학, 그리고 나카스라는 커뮤니티의 존재 방식, 밤의 거리에서 만나는 여러 군상 호객하는 삐끼, 동남아 어디선가 어렸을 적에 엄마와 같이, 양아버지와 살면서 일본인으로…. 그가 겪는 세상을, 호스트인 아버지(생부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끝내….)는 렌지를 그저 있는 아이, 보통의 아버지들이 아들을 대할 때의 모습, 그런 전형은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 모두 화류계에서 일하다 보니, 밤늦은 시간에 홍등가를 배회하게 되는 렌지, 이 아이를 나카스 사람들이 키운다. 공동육아까지는 아니지만, 저마다 렌지를 보면서 뭔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를 본 듯…. 라면 가게에 한 끼 얻어먹고, 마치 길고양이처럼 나카스를 돌아다닌다. 만나는 이들이 모두 형이고 이모다.
우연히 나카스에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의 엄마도 호스티스다. 밤늦은 시간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이 두 아이는 밤의 나카스 탐험에 나서기도,
연약한 아이 렌지가 살아가는 방식, 화려한 일본 속 별 세계에서…. 어릴 적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는 렌지를 사랑한다. 그 여자는 대학에 가는 것도 포기하고, 렌지 곁에 있으려 한다. 어느덧 16살이 된 렌지는 과거 아버지란 사람이 호스트로 일하던 가게를 찾아가고, 거기서 손님으로 여자아이의 엄마와 우연히 만나는데….
어느 날 생부라고 나타난 깡패처럼 생긴 사람이 엄마를 얼굴에 칼을 들이대고….
소년원에 다녀온 렌지, 전과자를 대하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 그러나 나카스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린 시절 공동체 모꼬지의 상징물 가장 중요한 신가마(신여), 어릴 때, 동네 어린이 그 가마행렬로 이끌어 가마에 태워주던 기억들, 나카스 사람들은 신가마를 메고 갈 사람이 부족하다며 렌지를 따뜻하게 맞이하고….
해피엔딩이지만, 츠지 히토나리가 왜 한밤중에 나카스를 배회하는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았을까, 모두 힘들다고 아이를 낳지 않은 시대,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다, 제 먹을 복은 타고나는 법이여. 세상에 굶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끼우는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삶이 그러했듯이,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한 아이의 성장기로도, 또, 관찰자 시점에서 히비키 순사부장이 렌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서 이런 저리 뛰어다니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밤중의 아이는 사회파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렵지만, 호적에 오르지 않은 사람, 그냥 마구잡이 식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도 보이는 그 무언가가 있다.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아동학대가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회문제다. 법의 한계들, 원칙보다는 인정으로 그렇다고 원칙을 깨면서까지는 아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인간적인 고뇌가 있음을…. 매몰차고 차가운 사람이 아닌 내면 한구석에 사람을 측은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게 아니냐고…. 어쩌면 렌지의 이야기는 잊혀진 과거의 어느 시점의 일본 사회의 모습일지도, 공동체는 렌지를 키웠다. 황무지에서 꽃이 피듯이,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