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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그들을 위한 변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광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평점 :
모든 위기 청소년 뒤에는 위기 사회가 있다?
지은이 김광민 변호사는 경기도의회 의원이기도 하다. 학생운동과 시민단체 활동가로 활동했던 청년 시절, 변호사가 되어 힘없는 사람을 도와주겠노라고 변호사가 되어, 2015년 부천 청소년법률지원센터장으로 일했다.
이 책<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은 그가 변호사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맞물렸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직접 센터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가 없기에 사건 발생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책 제목은 변론 이유서 같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라라고, 아니 일 보다는 활동이 좋겠다. 나는 왜 이 활동을 하는가라고, 아무래도 사회적 책임이지 않을까, 아니다 본래 그런 사람이어서... 이타적이어서,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가 세상 사람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모든 위기 청소년 뒤에는 위기 사회가 있다고, 세상 사람에게 나와 너라는 구분법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 그리고 그 구성원으로서 아이들을, "비행 청소년"이라는 낙인을 찍기 전에 먼저 따뜻한 눈으로, 배려의 마음으로 살펴봐달라는 것이다.
아파트 숲이 주거의 전형이 돼버린 지 오래, 아파트라는 주거문화가 가져온 단절, 불과 1미터 조금 밖에 안되는 거리에 다른 세계가 닫힌 세계가 있다.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아파트, 문을 닫으면 닫힌 세계가 되고 고립돼버린 그런 공동주택, 무늬만 공동주택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담장 낮은 주택가, 담너머 이웃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애써 알려 하지 않더라도 담장을 타고 들려오는 웃음이 넘쳐나고 왁자지껄하던 풍경이 고스란히, 한편으로 때대로 한숨섞인 목소리로 그 집 큰아들이 사고를 쳤다는 걸 알게 되고, 우리 이웃은 오지랖넓게 그럴 애가 아닌데라고 주변을 설득하기도 하는데…. 이런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라고 믿어주려는 마음과 태도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와 관계없는 일, 남의 일, 하지만 “관계”가 있다면? “트롤리 딜레마”
자, 이렇게 생각해보자 윤리학 분야의 사고(가치판단) 실험으로 유명한 ‘트롤리 딜레마’, 기차가 달려온다. 2개의 선로, 한 선로에는 1명이 서 있고, 다른 선로에는 5명이 서 있다. 이때 기차를 어느 방향으로 틀게 해야 하는가,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여기에 조건을 붙여보자, 1명 그룹은 선한 사람, 5명 그룹은 흉악한 범죄인이라면 어떨까, 미련 없이 5명이 있는 쪽으로 기차를 유도할지도…. 자 또 다른 조건을 보자. 1명 그룹이 내 아들이고, 5명 그룹이 모두 선한 사람이라면, 결과는 어떨까, 결정자는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1명 내가 아는 누군가를 더군다나 아들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사물을 보고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있을 수 없다는 걸 알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에 의존하여 판단하게 될 것인데….
이런 생각을 이 책으로 읽을 때 그 전제로 놓고 보자, 대상화된 그저 TV 뉴스에서 사건의 가해자로만 본다면 당연히 나쁜 사람이라고 흉악범이라고, 그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 흉악범을 형사재판이 아닌 소년부로 보내,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못 본 척, 무관심, 대상화, 왜곡된 정보, TV의 선정 보도가 아닐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금의 오지랖이 세상을 밝게 할지도 모른다
들끓는 여론이 진정한 공동체 의사일까?, 뭔가 잘못된 정보에 가져온 집단 광기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되는 순간, 느끼는 정도와 심각성은 달라진다. 나 몰라라 하고 살다가 TV에 언론을 도배한 청소년의 잔혹 범죄, 모두 공분을 느끼겠지만, 이게 진짜 그런가, 이를 내 문제로 끌어들여 생각해보자. 위기 청소년의 일탈, 비행의 배경을 일일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회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히 보일지 모르겠지만,
절대 우연이 아니다. 사건 발생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다. 느낄 정도로까지, 다만, 이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가족 안에서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으면 각자의 미묘한 행동 변화를 서로 쉽게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청소년은 <한밤중의 아이>처럼 위험한 도시의 밤을 헤매는 건 아닌지
츠지 히토나리<한밤중의 아이>(소담출판사, 2023)는 무호적의 5살배기 어린아이가 일본 남단 규슈의 최대환락가 나카스의 밤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학교 갈 나이가 돼도 호적이 없어 초등학교 입학도 할 수 없다. 아버지와 엄마는 화류계에서 일하기에 어린아이를 거의 유기하다시피…. 하지만, 이곳 공동체가 부모 역할을 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물론 허구다. 하지만 현실 어디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내는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오고, 범죄자라는 생각에 사회에서 받아주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어릴 적 돌봐주던 이웃들은 그를 여전히 반기며 맞아준다. 전과자이건 뭐든, 있는 그대로…. 품어준다.
모두의 무관심이 위기 청소년을, 위기 사회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닌지
아마 이 책에 실린 사례들, 지은이의 모든 감정이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최소단위인 ‘가족’을 두고 있어야 할 모습을 찾는다는 자체가 이상 그 자체일 뿐이라는 점을, 이상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행복한 가정”, “완벽한 가족”을 그리고, 이를 향해 부지런히 다가서려는 행동, 실은 그런 것 없다. 다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일 뿐이다. 아무튼, 이상의 가족, 이 틀에서 벗어나면 무시, 외면, 혐오, 차별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지, 민주주의 사회는 갈등이라는 긴장되고도 신선한 힘이 없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듯, 우리 사회도 알게 모르게 만들고 만들어진 틀을 끊임없이 부수고 나아가지 않으면, 어느덧, 틀이 생기고, 구분 짓고, 혐오와 차별이 정당한 것처럼…. 그렇게 이상스러운 사회가 된다. 지은이는 이를 위기 사회라 했다. 위기 청소년과 위기 사회, 위기 사회라서 위기의 청소년이 생기는지….
이 책에 담긴 우리 사회에서 낙인찍힌, 혜민이, 민석이 그 밖에 많은 청소년….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을 비난하기 전에 그를 둘러싼 환경을 봐야 한다. 그리고 비행을 조장하는 환경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비행 청소년 혜민이만 눈에 보이는 사회, 가정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혜민이를 모른 척한 어른들…. 어쩌면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한밤중의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누구를 만나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경계에 서 있는 아이들, 청소년들….
내 자식이라면, 내 손자라면, 내 이웃이라면…. 모두 그렇게 모른 척하지는 않겠지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