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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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낭패는 보통 계획한 일에 실패할 때 쓰는 말이지만, 그 유래는 자못 흥미롭다. 낭(狼)과 패(狽)는 모두 이리의 일종(一種)으로서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패(狽)는 그와 반대(反對)이다. 그 두 짐승이 같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지면 균형(均衡)을 잃고 넘어지게 되므로 당황(唐慌ㆍ唐惶)하게 되는 데서, 이들은 공동운명체다.

 

이 소설에서는 낭패는 유래에 따르지만, 결론은 일을 그르쳤다는 의미, 즉 중의적 의미로 쓴다. 정조가 당시 노론 벽파의 대신 정적인 심환지에게 4년간 보낸 어찰 297통이 2009년 공개됐다. 심환지의 후손이 보관했는데,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갔다.

 

아버지 장조(장헌세자, 사도세자)의 죽음을 당연시한 벽파, 정조의 탕평책을 반대하는 세력이다. 시파는 그 반대다.

 

낭패에서 정조의 정적으로 나오는 심환지는 환갑이 지난 1792년 이후 정조에게 중용돼 핵심 요직을 거쳤으며, 원칙을 강조하는 강한 성품을 지녔던 알려졌다. 정조는 심환지와 비밀편지로 소통하며 여러 정치 현안에 관해 막후에서 지시하고 조정했다.

 

이 소설은 이 과정, 누가 비밀편지배달을 했는가, 전달자인 사자(使者)가 주인공이다. 그는 정조와 심환지 사이에서 그에게 비친 두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권력 구도, 정치는 역시 냉정한가? 팽례 재겸의 눈에 비친 두 사람….

 

주인공 재겸은 10년 전 살인누명을 쓰고, 진범을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데, 특이한 능력이 있다. 심리랄까,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고, 참과 거짓을 밝힐 수 있다. 투전판에서 사람들의 표정만 보고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팽례 재겸, 정조는 그에게 심환지의 표정을 읽으라 한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심환지는 그에게 정조의 의도를 알아내오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심환지와 닿아있는 10년 객주부부를 살해한 진범, 그 진범은 재겸을 쫓는데,

정조 비밀편지의 또 하나의 비밀, 편지만이 아니라 팽례, 심부름꾼을 통해 서로의 의도를 진실인지 거짓인지, 줄타기하는 주인공 재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심환지 말을 듣고 정조가 여러 대신에게 보내는 사자들을 쫓는다. 금위영에서 그들을 처치하고…. 혼란의 나락으로 떠밀려 들어가는데,

 

낭패? 누가 낭패를 당한 것인가?

 

꽤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주인공 재겸의 캐릭터와 설정, 지은이는 안대회<정조의 비밀편지>(문학동네, 2010)를 참고하면서, 이 편지를 전한 사람의 눈으로 두 사람을 본다. 비밀편지의 왕래와 담긴 내용 외에 당대의 분위기와 어찰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혹여 팽례의 영향은 없었을까, 이런 상상의 세계, 흩어진 퍼즐을 하나둘 맞춰나가는 것도, 낭패는 누가 본 것일까? ? 정조는 죽었다. 그 이후 김조순의 딸을 세자빈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던 심환지 앞에 도착한 편지…. 그리고 또 다른 세력, 지은이는 나머지 전개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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