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여행 독일어 - 급할 때 바로 찾아 말하는 시원스쿨 여행 외국어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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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 때 바로 써먹는 독일어

 

시원스쿨의 여행 때 쓸 수 있는 긴급, 응급 독일어, 아베체데에에프게, 이히 디히 어쩌고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도, 손발, 표정 그리고 어눌하지만, 단어(열쇳말)로 의미전달은 가능하다. 우리가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건 언어표현이 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글쎄 비언어가 70%다. 즉, 표정, 몸짓, 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정, 떨림 등 거기에 언어적 요소인 단어가 곁들여지면, 대충. 통한다. 어느 나라, 어느 언어권이든 욕설은 그냥 알아차리는 듯, 아무튼 그게 목소리의 톤이라든가 표정에서 읽히니 말이다.

 

이 책은 잡동사니가 다 들어있다. 사전처럼, 비언어 소통, 표정, 몸짓이 70%

 

외국에서 그곳에서 소통하는 언어를 정확히, 완벽히, 잘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버벅…. 예로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보면, 이해가 된다. 열심히 학원에 다니면서 한국어 연마를 해온 여행객, 실력 발휘를 해보겠다고 일행 앞에서 유창한 한국말로 뭐라 떠들지만, 정작 한국 사람은 이 사람 뭐라는 거야라는 표정이다. 어디가 잘못된 걸까?,

 

반면 한국말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국어 낱말을 적당한 표정과 함께, 이른바 분위기 전달을 한다. 이를 듣는 한국 사람은 이미 아,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하는 말이구나 싶어, 이를 받아들인 태세로 모드전환이 된다. 이른바 상호작용…. 즉, 아이컨택트, 상대방의 눈을 보고, 핵심 낱말을 먼저, 짧고 또렷하게 천천히 발음하면, 상대는 아, 이 사람이 지금 이 말을 하려고 한다고 짐작하게 된다. 이런 원리는 모든 언어에서 공통으로 통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이 말은 우리가 독일에 갔을 때, 또는 독어권으로 여행 갔을 때, 독일어로 정확한 뜻만 전달하는 데 집중하면, 만사오케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로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은 우선 독일어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서바이벌 독일어다. 급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비상약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지에서 공통으로 겪을 수 있는 10가지 상황과 10개의 부분으로 정리됐다. 또, 듣고, 발음해보고, 문장 단위로 기억해 둘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싶을 때는 MP3 파일을 얻을 수 있다.

 

자, 그럼 연습해보자.

 

기내에서 공항에서, 거리에서 택시나 버스에서, 전철이나 기차에서, 호텔, 식당, 관광, 쇼핑, 귀국…. 거기에 ㄱ~ㅎ을 머리글자로 하는 낱말들을…. 이른바 확장판이 실려있다.

 

독일어가 쉬워지는 꿀 Tip, 정말 실수하기 쉬운 독일어 발음(E[e:] 등 5개와 필수회화 표현, 안녕/할로, 좋은 아침입니다/구튼 모어겐. 천만에요/게안게쉐엔

 

 

 

 

기내에서는 말할 게 뻔한 단어만 알면 된다.

 

좌석/플랏츠, 이거/다스, 화장실/토일레트, 마실 것/케트랭크, 기내면세품은 좀 길다. 슈터이어프라이에 봐렌 임플록초익, 이럴 때는 아무튼 통째로.

 

 

이 책은 한 달 정도 제대로 읽고 또 읽으면, 대충 어디에 어떤 표현이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될 듯한데. 아무튼, 여행 독일어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특징을 적어둔다. 여행 때 필요한 표현을 사전식으로, 독일어권 여행지의 최신 정보, 그리고 발음 연습에 빠뜨릴 수 없는 모델(MP3, 원어음 음성파일), 꽤 입체적인 구성이다.

 

이 한 권이면 우선 독일어권 여행은 조금, 아니 많은 두려움이 있겠지만, 항공권을 예약해두고 열심히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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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이승준 지음, 박초아 그림 / 인문MnB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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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지은이 이승준의 핵 사이다 같은 거침 없는 글쓰기는 우리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청년들의 직업 경험 경로. 일본의 3 신기, 종신고용, 연공서열, 기업별 노조, 신자유주의 물결은 불안전고용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희한한 구분법, 이른바 우석훈과 박권일의 절망 세대에 쓴 희망의 경제학 <88만 원 세대>(레디앙, 2007)가 나온 뒤, 벌써 1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대 간의 불균형을 명쾌히 분석, 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88만 원에서 119만 원 사이를 받는 이들,

 

온갖 스펙을 다 갖추고도 비정규직은 당연, 5%도 되지 않은 대기업,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직 전선, 이런 험악한 전쟁터를 온몸으로 뛰고 달리는 청년의 분투기다. 회사(會社=모을회, 모일사)는 공동체이며, 10인 이상이면 사내의 운영규정인 취업규칙(모든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는 기본원칙), 구인공고, 광고, 성별 표기를 할 수 없고, 임금액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건 상식.

 

구직자나 구인자 모두가 공개된 기준을 신뢰하고 이를 통해서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할 이유(물론 일자리가 없어서 궁여지책, 호구지책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유인이 되기도 한다.

 

지은이가 거친 회사들, 중소 혹은 영세,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미래가 불안한 회사다. 무슨 구조조정을 장기판을 휘젓든, 그의 표현에 따르면 타노스 손가락 튕기듯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임금 미지급(체납)을 월급 주듯이 하는 회사, 너도 무능 나도 무능, 업무에 적응하기도 전에 회사가 거지 같음을 먼저 알았다.

 

이건 회사가 아니다. 무늬만 회사다. 사람 한 명을 고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건 애들 장난이 아니다. 4대 보험, 퇴직금, 사무실 운영비 등등을 고려하면, 창업이란 청년창업과 같은 구호가 수준이 아닌, 생존의 수준이다.

 

하루에도 몇 개의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생겨났나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지은이와 같은 경험을 한 청년들은 셀 수 없을 듯하다. 병영, 회사, 직장 내 괴롭힘은 선임의 당연한 권리, 까라면 까. 같은 월급쟁이 처지에 개떼들처럼 서열을 정하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본이다. 자본계급은 노동계급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본다. 그게 세상이니까, 이들은 이것이 공정하다고, 노동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국가에는 법인세를 깎아달라,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늘 적자라고 말한다. 단체교섭에서 회사의 경영정보를 단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으니…. 정보 비대칭, 무기 불평등이다.

 

이 책이 핵 사이다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야 나가, 너는 해고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불 속에서 눈물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제 일어선다. 이 책은 나침판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이 없도록, 용기를…. 손에 손잡고, 함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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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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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모든 것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까지도 애써서 들춰보려는, 아픈 곳을 골라서 쿡쿡 찔러보면서, 가까운 미래 우리 사회의 질서를 뒤바꿀 AI 등장. 5.18을 지나 6.10, 그리고 1991년 5월, 숨 가쁜 현대사의 흐름 속에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아픈 것들을 끄집어내어 우리 앞에 던진다. 바로 모든 것의 이야기로, 리얼리즘의 서사...

 

지은이 김형규는 지금 직업은 변호사이면서 작가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또 한때는 출판사를 열고 책을 쓰고 펴내기도…. 이 책<모든 것의 이야기>은 그의 첫 소설집이다. 사회를 꿰뚫어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 나비클럽 소설선의 하나다.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파격적인 글쓰기에. 다소 혼란스럽지만, 여기에 실린 글 중에 "대림동에서, 실종"은 계간 미스터리 2021. 겨울호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2023 같은 잡지의 봄호에 그리고 "구세군"은 역시 같은 잡지 2022. 가을호에 실린 것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와 가리봉의 선한 사람이 새롭게 실렸다.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정하다는 착각

 

노동자, 소외계층, 계급 문제로의 귀환,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가, 인천국제공항, 롯데타워, 신문 지상을 도배했던 공정, 진짜 공정한가,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020)을 쓴 마이클 샌델은 현대 사회에 들어갈수록 능력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열정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다. 지금 일어난 일, 그 바탕을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하다는 것은 자본이 주인인 세상의 질서가 기본이고 기준이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공정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사회성격에 따라 공정이란 개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주의 사회가 아닌 인간이 주인인 사회가 희망적이고 미래가 있는 사회다.

 

디지털 시대의 '계급 정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동계급이 아닌 자본계급이다. 자본계급은 지금 시대의 당면과제들을 만들고 있다. 노동자 계급 내에서의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들끼리 투쟁하게 한다. 이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정이다.

 

죄의식과 도덕 감정

 

이 소설집 끝에 있는 문학평론가 최성실의 작품 해설을 눈여겨보자. 계몽주의, 시민사회의 미래 등, 이 소설은 프리즘 같은 역할을 한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 속 등장인물 K, 중국에서 귀화한 외사 특채 경찰관인 그는 한국인이 됐고, 경찰관이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중국 동포 특유의 말투다. 형식적으로는 주류질서에 편입됐지만, 처음부터 차별적인 경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 허탈하게도. 여기서 등장하는 도덕 감정, 사회적 질곡에 저항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식물 되기(대상화, 관리받는 인간=노예)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구세군"에서, 기본소득부, 직업있는 사람들, 유직자를 대표하는 납세당,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유당, 무직자를 대변하는 기본소득당, 혁명이 일어나고, 국회의원들은 연예인 선발대회처럼... 블랙코메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를 묻는다.

 

극단적인 상황

 

극단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지구를 떠난 화성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철저하게 국가와 자본, 계몽의 명분과 논리에 의해 관리되는 남과 여가 존재할 뿐이다.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이 소설집을 참여문학 계열로 보는 이들의 추천사. 이 소설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추어낸다. 우리 사회라는 커다란 그림, 그림 속에는 명암과 원근이. 가까이 다가가 오랫동안 숨죽이고 뚫어져라 보고 있노라면, 보이는 게 있다. 우리 사회다. 어지럽게 시끄럽게 늘 일어나는 사건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톺아보면, 그 안에는 새로운 그 무엇이 보인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빙빙도는 머리 속, 한국사회의 숨가픈 달리기가 다가온다. 새마을, 민주화, 복수노조, 비정규직, 조선족, 노동의 세계에도 귀천이 존재한다. 이것이 공정질서다. 착각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자유, 민주는 박제화 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고사성어 "조삼모사" 전국시대를 살았던 저공(狙公)은 형편이 좋지 않아 자신이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줄 도토리 양을 줄여야 했다. 8개에서 7개로, 원숭이들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원숭이들은 난리가 났다. 저공에게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아침에 4개,저녁에 3개를 달라고... 왜 8개를 주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원숭이는 없었다. 왜 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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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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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인(淚人), 눈물을 흘리는 사람,

 

루하서의 장편소설 <밤이슬 수집사 묘연>, 이슬은 새싹을 잉태하고, 새싹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생명이다. 판타지 소설이면서, 인간 세상을 지탱하는 밑바탕에 사랑과 희생이 있음을 어느 뛰어난 현자의 설교보다 이 소설의 설득력이 더 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죽음, 염라대왕, 저승사자, 그 가운데 기막힌 반전의 '이슬' 이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후회의 눈물, 새싹을 키워내는 원천이 된다. 지은이 루하서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위로와 축복을 전하는 한 권의 책이 될 듯하다.

 

세상에 법 없이도 착하게 너무 착하게 그래서 바보스럽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림을 당해도 원망하는 법이 없이 그런 엄마, 아들 이안에게는 더 없이 모자라게 답답하게 보였다. 자신의 존재가 아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 싫다며, 떠난 엄마, 이안 앞으로 남긴 엄마의 유서는 나를 속이고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을 벌하면, 내가 떠난 뒤에 혹시나 네가 위험해 질까 봐. 엄마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들을 위해서, 꾹꾹 눌러 참고 참았다. 이를 안 이안은 엄마를 뒤를 따라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그의 앞에 나타난 이들, 밤이슬 수집사 묘연(猫緣=고양이와의 인연이라는 뜻)과 그를 따르는 집사 문현남….

 

이안 앞에 할아버지라 칭하면서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이안에게 석 달만 이슬집사 일을 해달라고, 30억을 주겠노라고, 그리고 현찰이 든 가방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이슬 모으기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밤이면 이안과 같은 또래 스물 세 살의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해가 뜨면 고양이로 변하는 묘연, 고양이는 영물이다. 영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고양이만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설이 있어 그렇다고 하지만, 왜 여기서 고양이로 변한 걸까... 저승사자는 니콜라스케이지 주연의 영화 <고스트 라이더>처럼 불덩어리로 나타나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런 상상만으로도, 궁금증 유발이다.

 

문현남과 이안, 그리고 묘연과의 관계는, 이슬을 수집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감, 분노, 냉소, 화해와 오해와 용서, 요즘 가족이란 집단, 생래적으로 선택의 여지 없이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누군가의 자식이 된다는 우연, 필연…. 가족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 기대, 사랑, 귀찮음, 무책임, 매우 다양할 것이다.

 

가족 내 누군가를 돌봐야 할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족이란 때로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기도, 또, 절절한 안타까움과 사랑, 사라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외로움을.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태생적 운명이다.

 

누군가와 가족이란 인연으로 맺어지는데, 그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또, 반려견이나 반려묘와의 관계, 이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인연과 신뢰, 이 소설은 전래동화처럼, 밀땅하는 연애기처럼, 인과를 밝히는 이야기처럼, 뭔가를 암시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아, 그런 일이라는 "반전"까지도, 흔한 스토리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는 책으로 빨려들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참회의 눈물은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운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해피엔딩일까, 슬픈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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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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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의 말

 

오키나와의 현재, 원주민인 오키나와인과 본토(야마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그리고 미군, 이 소설의 무대는 오키나와다. 외부에서 찾아온 이들이 함께하는 현실과 온라인을 통해 넓은 세상 우주에서 심해와 어딘가에 있는 수용소까지, 모두들 소통을 원한다.

 

이 소설의 세 축 중 하나인 슈리의 말(馬)의 등장, 오키나와, 두 개의 태풍이 찾아오는 날, 집 마당에 말이 찾아왔다. 보통 말이 아니다. 지금은 단종되어 볼 수 없는 류큐 경마로 명성이 높았던 미야코산(宮古産)경주마 히코키.

 

또 하나의 축, 주인공 미나코(未名子)는 예전에 부두였던 곳, 지금은 매립되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지만, 동네 이름으로만 남겨진 곳에 있는 오래된 집에 산다. 어릴 적 학교를 빼먹고(아니 가기 싫었는지도, 또 이름 미명자란 아직 이름이 없는 아이,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일부러 그런 한자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찾았던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서, 지금도 일정한 직업이 없이 그 지역에서 발견된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나서서 돕고 있다.

 

소설은 오키나와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현재 오키나와가 놓인 처지와 환경을 모르고는 이 책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수리(首里)란 도읍이란 말이기도 하다.

 

외지인들에게 밟힌 오키나와, 근세, 일본 바쿠후에 조공을 그리고 1879년에 현으로 편입된 류큐 왕국의 역사를, 최근 오키나와는 화두다. 광주 군 공항 이전으로 오키나와 가테나 기지의 한국 거점이라는 사실과 날마다 뜨고 내리는 오프레스(화물기)의 소음과 함께 곳곳에 자리한 미국의 흔적, 세계 2차대전 동안 일본 국내에서 지상전이 펼쳐진 곳, 가미시마 전투를 시작으로 최후의 항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동굴에 서 “집단자살” 이른바 옥쇄사건이 일어난 곳 오키나와.

 

일본 본토(야마토)에서 분리, 무려 27년간이나 미군 점령 아래 놓여 있다가 1972년 일본으로 복귀됐다. 일본으로 복귀는 하나로 수렴되지 못하고 오키나와인, 반오키나와인(섬에서 나갔던 사람들),

 

이를 배경으로 지은이 다카야마 하네코는 오키나와와 본토(야마토)의 관계를 다룬 오시로 다쓰히로의 <신의 섬>의 흐름과 결이 닮아있다.

 

세 번 째 축인 공간,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지금을 함께 사는 사람들, 등장인물의 사연을이 조금씩 흘러나오지만 여전히 불투명한체,

 

미나코가 새로 얻은 직업,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보도 못 한 일, 일본인을 빼고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이미지가 없다. 공간 또한 오키나와 외에는 특정할 수 없다. 우주, 심해, 감금시설 등,

 

오키나와의 사라진 영화를 현재로 소환한 말과 미군과의 전쟁 역사, 그 지역의 자료를 찾아 만들어가는 기억, 온라인으로 발신하는 정보 등이 연결되는 축들,

 

히코키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주민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집단자살이라는 비극의 장이었던 동굴에 숨어있다. 히코키는 거센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았지만,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을 건설기계 소리와 대형트럭의 소음에는 극도로 공포감을 느낀다. 왜 그럴까, 히코키는 여전히 오키나와를 감싸고 있는 전쟁의 위험을 감지한 것일까? 슈리에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던 미야코산 류큐의 말이, 경주마가 나타났다. 이제 오키나와의 역사를 되돌리는 새로운 그 무엇인가,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 차곡차곡 정리한 역사,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뼈, 사진, 그림들... 고스란히 우주로 보내 보관한다.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영원히 다른 곳에...

 

미나코는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 뒤, 마지막 인사 겸 세 단어로 된 퀴즈- 니쿠자가(감자조림),마요우(헤매다), 가라시(겨자), 이 힌트는 어디로 향하는가, 바로 그 잡은 슈리, 옛 류큐 왕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슈리성,

 

오키나와의 근현대사를 꿰뚫은 열쇳말, 단종됐던 류큐의 미야코산 경주마 히코키, 오키나와 도서자료관, 슈리성….

꽤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쉽지 않은 소설이다. 아마도 이런 상징성과 추상성 그리고 묘하게 연결되는 구도가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게 아닌가 싶다.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그리고 김동현의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과 오키나와가 미묘하게 겹친다. 김동현의 책은 제주와 오키나와를 논하고 있어, 꽤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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