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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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인(淚人), 눈물을 흘리는 사람,

 

루하서의 장편소설 <밤이슬 수집사 묘연>, 이슬은 새싹을 잉태하고, 새싹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생명이다. 판타지 소설이면서, 인간 세상을 지탱하는 밑바탕에 사랑과 희생이 있음을 어느 뛰어난 현자의 설교보다 이 소설의 설득력이 더 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죽음, 염라대왕, 저승사자, 그 가운데 기막힌 반전의 '이슬' 이 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후회의 눈물, 새싹을 키워내는 원천이 된다. 지은이 루하서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위로와 축복을 전하는 한 권의 책이 될 듯하다.

 

세상에 법 없이도 착하게 너무 착하게 그래서 바보스럽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림을 당해도 원망하는 법이 없이 그런 엄마, 아들 이안에게는 더 없이 모자라게 답답하게 보였다. 자신의 존재가 아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기 싫다며, 떠난 엄마, 이안 앞으로 남긴 엄마의 유서는 나를 속이고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을 벌하면, 내가 떠난 뒤에 혹시나 네가 위험해 질까 봐. 엄마는 바보가 아니었다. 아들을 위해서, 꾹꾹 눌러 참고 참았다. 이를 안 이안은 엄마를 뒤를 따라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그의 앞에 나타난 이들, 밤이슬 수집사 묘연(猫緣=고양이와의 인연이라는 뜻)과 그를 따르는 집사 문현남….

 

이안 앞에 할아버지라 칭하면서 나타난 백발의 노인은, 이안에게 석 달만 이슬집사 일을 해달라고, 30억을 주겠노라고, 그리고 현찰이 든 가방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이슬 모으기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밤이면 이안과 같은 또래 스물 세 살의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해가 뜨면 고양이로 변하는 묘연, 고양이는 영물이다. 영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고양이만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설이 있어 그렇다고 하지만, 왜 여기서 고양이로 변한 걸까... 저승사자는 니콜라스케이지 주연의 영화 <고스트 라이더>처럼 불덩어리로 나타나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런 상상만으로도, 궁금증 유발이다.

 

문현남과 이안, 그리고 묘연과의 관계는, 이슬을 수집하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교감, 분노, 냉소, 화해와 오해와 용서, 요즘 가족이란 집단, 생래적으로 선택의 여지 없이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누군가의 자식이 된다는 우연, 필연…. 가족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고, 그 원인은 무엇인가. 기대, 사랑, 귀찮음, 무책임, 매우 다양할 것이다.

 

가족 내 누군가를 돌봐야 할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가족이란 때로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기도, 또, 절절한 안타까움과 사랑, 사라진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외로움을. 인간이란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태생적 운명이다.

 

누군가와 가족이란 인연으로 맺어지는데, 그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또, 반려견이나 반려묘와의 관계, 이들 사이에 맺어진 끈끈한 인연과 신뢰, 이 소설은 전래동화처럼, 밀땅하는 연애기처럼, 인과를 밝히는 이야기처럼, 뭔가를 암시한다. 읽는 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아, 그런 일이라는 "반전"까지도, 흔한 스토리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는 책으로 빨려들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참회의 눈물은 새로운 희망을 싹 틔운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 해피엔딩일까, 슬픈 이야기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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