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이승준 지음, 박초아 그림 / 인문MnB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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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지은이 이승준의 핵 사이다 같은 거침 없는 글쓰기는 우리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청년들의 직업 경험 경로. 일본의 3 신기, 종신고용, 연공서열, 기업별 노조, 신자유주의 물결은 불안전고용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희한한 구분법, 이른바 우석훈과 박권일의 절망 세대에 쓴 희망의 경제학 <88만 원 세대>(레디앙, 2007)가 나온 뒤, 벌써 1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대 간의 불균형을 명쾌히 분석, 대학을 졸업하고도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88만 원에서 119만 원 사이를 받는 이들,

 

온갖 스펙을 다 갖추고도 비정규직은 당연, 5%도 되지 않은 대기업,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직 전선, 이런 험악한 전쟁터를 온몸으로 뛰고 달리는 청년의 분투기다. 회사(會社=모을회, 모일사)는 공동체이며, 10인 이상이면 사내의 운영규정인 취업규칙(모든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는 기본원칙), 구인공고, 광고, 성별 표기를 할 수 없고, 임금액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건 상식.

 

구직자나 구인자 모두가 공개된 기준을 신뢰하고 이를 통해서 내가 이 회사에 들어가야 할 이유(물론 일자리가 없어서 궁여지책, 호구지책으로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유인이 되기도 한다.

 

지은이가 거친 회사들, 중소 혹은 영세,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미래가 불안한 회사다. 무슨 구조조정을 장기판을 휘젓든, 그의 표현에 따르면 타노스 손가락 튕기듯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임금 미지급(체납)을 월급 주듯이 하는 회사, 너도 무능 나도 무능, 업무에 적응하기도 전에 회사가 거지 같음을 먼저 알았다.

 

이건 회사가 아니다. 무늬만 회사다. 사람 한 명을 고용해서 사업을 한다는 건 애들 장난이 아니다. 4대 보험, 퇴직금, 사무실 운영비 등등을 고려하면, 창업이란 청년창업과 같은 구호가 수준이 아닌, 생존의 수준이다.

 

하루에도 몇 개의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생겨났나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지은이와 같은 경험을 한 청년들은 셀 수 없을 듯하다. 병영, 회사, 직장 내 괴롭힘은 선임의 당연한 권리, 까라면 까. 같은 월급쟁이 처지에 개떼들처럼 서열을 정하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주인공은 자본이다. 자본계급은 노동계급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본다. 그게 세상이니까, 이들은 이것이 공정하다고, 노동생산성에 맞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국가에는 법인세를 깎아달라,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늘 적자라고 말한다. 단체교섭에서 회사의 경영정보를 단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으니…. 정보 비대칭, 무기 불평등이다.

 

이 책이 핵 사이다라고 한 이유는 간단하다. "야 나가, 너는 해고야,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이불 속에서 눈물 흘리며, 참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제 일어선다. 이 책은 나침판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이 없도록, 용기를…. 손에 손잡고, 함께.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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