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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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모든 것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 우리와 함께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까지도 애써서 들춰보려는, 아픈 곳을 골라서 쿡쿡 찔러보면서, 가까운 미래 우리 사회의 질서를 뒤바꿀 AI 등장. 5.18을 지나 6.10, 그리고 1991년 5월, 숨 가쁜 현대사의 흐름 속에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아픈 것들을 끄집어내어 우리 앞에 던진다. 바로 모든 것의 이야기로, 리얼리즘의 서사...

 

지은이 김형규는 지금 직업은 변호사이면서 작가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또 한때는 출판사를 열고 책을 쓰고 펴내기도…. 이 책<모든 것의 이야기>은 그의 첫 소설집이다. 사회를 꿰뚫어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 나비클럽 소설선의 하나다.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파격적인 글쓰기에. 다소 혼란스럽지만, 여기에 실린 글 중에 "대림동에서, 실종"은 계간 미스터리 2021. 겨울호에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2023 같은 잡지의 봄호에 그리고 "구세군"은 역시 같은 잡지 2022. 가을호에 실린 것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와 가리봉의 선한 사람이 새롭게 실렸다.

 

누구에게도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정하다는 착각

 

노동자, 소외계층, 계급 문제로의 귀환,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자본의 논리가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가, 인천국제공항, 롯데타워, 신문 지상을 도배했던 공정, 진짜 공정한가,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020)을 쓴 마이클 샌델은 현대 사회에 들어갈수록 능력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열정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다는 것으로 사람들을 실패자로 낙인을 찍는다. 지금 일어난 일, 그 바탕을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공정하다는 착각은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하다는 것은 자본이 주인인 세상의 질서가 기본이고 기준이다. 사회주의 사회에서 공정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이다. 사회성격에 따라 공정이란 개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주의 사회가 아닌 인간이 주인인 사회가 희망적이고 미래가 있는 사회다.

 

디지털 시대의 '계급 정치'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노동계급이 아닌 자본계급이다. 자본계급은 지금 시대의 당면과제들을 만들고 있다. 노동자 계급 내에서의 분열을 조장하고, 피해자들끼리 투쟁하게 한다. 이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정이다.

 

죄의식과 도덕 감정

 

이 소설집 끝에 있는 문학평론가 최성실의 작품 해설을 눈여겨보자. 계몽주의, 시민사회의 미래 등, 이 소설은 프리즘 같은 역할을 한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 속 등장인물 K, 중국에서 귀화한 외사 특채 경찰관인 그는 한국인이 됐고, 경찰관이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중국 동포 특유의 말투다. 형식적으로는 주류질서에 편입됐지만, 처음부터 차별적인 경계를 넘어설 수 없었다. 허탈하게도. 여기서 등장하는 도덕 감정, 사회적 질곡에 저항하다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식물 되기(대상화, 관리받는 인간=노예) 삶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구세군"에서, 기본소득부, 직업있는 사람들, 유직자를 대표하는 납세당, 자본가를 대변하는 자유당, 무직자를 대변하는 기본소득당, 혁명이 일어나고, 국회의원들은 연예인 선발대회처럼... 블랙코메디,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를 묻는다.

 

극단적인 상황

 

극단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지구를 떠난 화성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철저하게 국가와 자본, 계몽의 명분과 논리에 의해 관리되는 남과 여가 존재할 뿐이다. 자유의지를 박탈한 상태에서.

 

이 소설집을 참여문학 계열로 보는 이들의 추천사. 이 소설은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의 파편을 모아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추어낸다. 우리 사회라는 커다란 그림, 그림 속에는 명암과 원근이. 가까이 다가가 오랫동안 숨죽이고 뚫어져라 보고 있노라면, 보이는 게 있다. 우리 사회다. 어지럽게 시끄럽게 늘 일어나는 사건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그 모든 것들을 톺아보면, 그 안에는 새로운 그 무엇이 보인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빙빙도는 머리 속, 한국사회의 숨가픈 달리기가 다가온다. 새마을, 민주화, 복수노조, 비정규직, 조선족, 노동의 세계에도 귀천이 존재한다. 이것이 공정질서다. 착각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자유, 민주는 박제화 된 것인가.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고사성어 "조삼모사" 전국시대를 살았던 저공(狙公)은 형편이 좋지 않아 자신이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줄 도토리 양을 줄여야 했다. 8개에서 7개로, 원숭이들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원숭이들은 난리가 났다. 저공에게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아침에 4개,저녁에 3개를 달라고... 왜 8개를 주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원숭이는 없었다. 왜 일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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