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의 말 -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다카야마 하네코 지음, 손지연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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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의 말

 

오키나와의 현재, 원주민인 오키나와인과 본토(야마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그리고 미군, 이 소설의 무대는 오키나와다. 외부에서 찾아온 이들이 함께하는 현실과 온라인을 통해 넓은 세상 우주에서 심해와 어딘가에 있는 수용소까지, 모두들 소통을 원한다.

 

이 소설의 세 축 중 하나인 슈리의 말(馬)의 등장, 오키나와, 두 개의 태풍이 찾아오는 날, 집 마당에 말이 찾아왔다. 보통 말이 아니다. 지금은 단종되어 볼 수 없는 류큐 경마로 명성이 높았던 미야코산(宮古産)경주마 히코키.

 

또 하나의 축, 주인공 미나코(未名子)는 예전에 부두였던 곳, 지금은 매립되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지만, 동네 이름으로만 남겨진 곳에 있는 오래된 집에 산다. 어릴 적 학교를 빼먹고(아니 가기 싫었는지도, 또 이름 미명자란 아직 이름이 없는 아이,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일부러 그런 한자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찾았던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서, 지금도 일정한 직업이 없이 그 지역에서 발견된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나서서 돕고 있다.

 

소설은 오키나와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현재 오키나와가 놓인 처지와 환경을 모르고는 이 책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수리(首里)란 도읍이란 말이기도 하다.

 

외지인들에게 밟힌 오키나와, 근세, 일본 바쿠후에 조공을 그리고 1879년에 현으로 편입된 류큐 왕국의 역사를, 최근 오키나와는 화두다. 광주 군 공항 이전으로 오키나와 가테나 기지의 한국 거점이라는 사실과 날마다 뜨고 내리는 오프레스(화물기)의 소음과 함께 곳곳에 자리한 미국의 흔적, 세계 2차대전 동안 일본 국내에서 지상전이 펼쳐진 곳, 가미시마 전투를 시작으로 최후의 항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동굴에 서 “집단자살” 이른바 옥쇄사건이 일어난 곳 오키나와.

 

일본 본토(야마토)에서 분리, 무려 27년간이나 미군 점령 아래 놓여 있다가 1972년 일본으로 복귀됐다. 일본으로 복귀는 하나로 수렴되지 못하고 오키나와인, 반오키나와인(섬에서 나갔던 사람들),

 

이를 배경으로 지은이 다카야마 하네코는 오키나와와 본토(야마토)의 관계를 다룬 오시로 다쓰히로의 <신의 섬>의 흐름과 결이 닮아있다.

 

세 번 째 축인 공간,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지금을 함께 사는 사람들, 등장인물의 사연을이 조금씩 흘러나오지만 여전히 불투명한체,

 

미나코가 새로 얻은 직업,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보도 못 한 일, 일본인을 빼고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이미지가 없다. 공간 또한 오키나와 외에는 특정할 수 없다. 우주, 심해, 감금시설 등,

 

오키나와의 사라진 영화를 현재로 소환한 말과 미군과의 전쟁 역사, 그 지역의 자료를 찾아 만들어가는 기억, 온라인으로 발신하는 정보 등이 연결되는 축들,

 

히코키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주민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집단자살이라는 비극의 장이었던 동굴에 숨어있다. 히코키는 거센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았지만,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을 건설기계 소리와 대형트럭의 소음에는 극도로 공포감을 느낀다. 왜 그럴까, 히코키는 여전히 오키나와를 감싸고 있는 전쟁의 위험을 감지한 것일까? 슈리에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던 미야코산 류큐의 말이, 경주마가 나타났다. 이제 오키나와의 역사를 되돌리는 새로운 그 무엇인가,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 차곡차곡 정리한 역사,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뼈, 사진, 그림들... 고스란히 우주로 보내 보관한다.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영원히 다른 곳에...

 

미나코는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 뒤, 마지막 인사 겸 세 단어로 된 퀴즈- 니쿠자가(감자조림),마요우(헤매다), 가라시(겨자), 이 힌트는 어디로 향하는가, 바로 그 잡은 슈리, 옛 류큐 왕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슈리성,

 

오키나와의 근현대사를 꿰뚫은 열쇳말, 단종됐던 류큐의 미야코산 경주마 히코키, 오키나와 도서자료관, 슈리성….

꽤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쉽지 않은 소설이다. 아마도 이런 상징성과 추상성 그리고 묘하게 연결되는 구도가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게 아닌가 싶다.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그리고 김동현의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과 오키나와가 미묘하게 겹친다. 김동현의 책은 제주와 오키나와를 논하고 있어, 꽤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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