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품고 슬퍼하다 - 임진왜란 전쟁에서 조선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활인검 이야기
이상훈 지음 / 여백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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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의 활인검, “포검비” 칼을 품고 슬퍼하다

 

이상훈의 전작 장편소설, <한복 입은 남자>와 <김의 나라>에서 보여준 치밀한 자료조사는 글의 깊이를 더해주어 꽤 기억에 남는다. 신라의 마지막 후예 마의태자 김일은 어디로 간 걸까, 청나라 황제의 성, 재판기록에 남겨진 마지막 황제 푸이의 본명 “애신각라 부의(愛新覺羅 傅儀)” 신라를 사랑하고 기억하라는 뜻이, 그의 소설<김의 나라>는 강원도 인제를 중심으로 신라 부흥세력을 규합했던 마의태자 김일의 흔적과 역사 자료들을 발굴하고, 그가 더 넓은 북방의 땅으로 건너가 발해를 일구었던 우리 조상의 후예들을 만나고 여진족과 합심해 새로운 대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다졌다는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추리를 완성한다.

 

그의 이번 소설<칼을 품고 슬퍼하다>의 등장인물 사명대사의 어린 시절 응규, 그녀의 첫사랑 이랑, 그리고 그를 평생 그리워했던 스승 황여헌의 딸인 미옥과 그녀의 딸 빈, 빈을 사모한 손현, 보우대사, 서산대사, 허봉, 허난설헌, 허균, 우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 부르는 전쟁을 일본에선 각각 분로쿠의 에키(文?の役)와 게이초의 에키(慶長の役)라 한다. 분로쿠니 게이초는 당대 천황의 연호(치세)에 일어난 일이라...

 

이순신과 권율, 그리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수많은 주인공 중 누구를 중심으로 당대의 그렸는가에 따라 사뭇 온도와 감도가 달라진다. 사명대사의 유품 중에 황금 십자가가 있었다. 어디서 얻은 것인가, 어떻게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된 것인가로 시작되는 이야기.

 

어린 천재 소년 응규의 겹치는 불행 속에서 출가를 선택한 응규는 사명이란 법호를 받고, 승려가 되지만, 그를 잊지 못한 스승의 딸 미옥의 영원한 사랑, 조선의 썩은 입만 번지르르한 비겁한 유학자들을 규탄하는 허균과 그의 형 허봉과의 교유, 그리고 조선의 뛰어난 시인인 허균의 누이 허초희, 그리고 미옥의 딸로 사명대사가 이름을 지어 준 빈과 손현의 아픈 사랑 이야기가 흐른다.

 

사명은 허봉과 허초희의 죽음, 속세의 슬픔을 떨쳐버리고 정진하기 위해 옥천산 상동암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활연대오(豁然大悟), “내 머릿속에 여태껏 헛걸을 담고 살았구나”

 

무고한 중생을 구하기 위한 보살 정신으로 칼을 들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함보단 불구덩이에 죽어가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의병장이, 승병이 돼, 그의 손에는 목탁 대신에 포검비가 쥐어졌다. 서산대사는 죽이는 건 불제자의 길이 아니라고, 사명은 그의 스승인 서산대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부처님께서도 옳은 일을 위해서 목숨을 끊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무고한 백성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내 생명을 바쳐 중생의 고행을 대신하는 것이 보살의 정신이라고, 그리고 칼을 품고 슬퍼하는 사명대사는 “더 이상의 살생을 막기 위해 칼을 들었다”

 

옛 역참에 떠 있는 무거운 태양은(古驛重陽)

칼을 품고 슬퍼하는 내 마음이네(抱檢悲) (134쪽)

 

사명대사의 괴로움의 씨앗이었던 미옥, 진정한 속세와 번뇌에서 벗어나는 구도자로서 정진 수도를 통해 해방된 것인가, 왜군 손에 일본으로 끌려간 미옥과 빈 모녀는 살아남아 있고, 왜군의 공격에 죽임을 당했다던 비변사 관리이자 빈의 정인 손현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조선 포로를 구출을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사명대사와 손현, 그곳에서 기적처럼 미옥과 빈을 만나게 되고, 사명과 미옥이 살지 못했던 보통의 삶, 자식 낳고 오순도순 살아가는 삶의 업보가 그 후대로 이어지는가 싶은데, 손현과 빈은 다시 만나, 조선으로 돌아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선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일본은 조선 정벌로 얻은 것은 성리학이다. 많은 서책과 보물을 얻어갔다. 영광의 강황을 비롯한 유학자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그 땅에 유학을 전파한다.

 

사명대사를 주인공으로 그 주변 인물들과의 사랑과 번뇌, 갈등, 좀 더 우리에게 구체적인 형상이 보이는 사명대사, 고매한 고승과 구국충절이라는 외형은 거짓이다. 고매하게 선방에 들어앉아 자신의 깨달음을 얻는 구도자가 아니라, 썩어빠진 왕과 지배층을 위한 공명심과 출세의 욕망에서 이는 충절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끼는 사랑, 아무런 죄가 없이 그저 지배층의 무능으로 고통과 고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는 중생의 희생을 막고자 할 뿐, 그것이 사람된 도리요. 불제자로서의 일이라고.

 

1610년 8월 26일 해인사에서 사명대사가 세상을 뜨는 날, 미옥은 평생을 그리던 사명의 옆자리에 나란히 누웠다. 사명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았다. 사명은 아기를 어루만지듯 미옥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미옥은 사명의 손길에 잠들이 들고, 사명은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이들의 이별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인가,

 

허균의 자통홍제존자 사명대사 석장비

 

허균이 짓고 백성들이 사명에게 바치는 시호는 자통홍제존자다. “말법을 붙들어 구하는 것을 자(慈)라 하고, 한 교(敎)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통(通)이라고 하며, 은혜로 백성들에게 끼친 것을 홍(弘)이라고 하고, 그 공덕이 거듭 화복한 것을 제(濟)라 하며, 존자(尊者)는 고귀한 인물을 말함이다. 이제 비를 세워 대사의 의로움을 새기면서 시호를 머리에 쓸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 그러므로 내가 짓는 것이 분수에 지나치지만, 개인적으로 대사의 시호를 지어 저승길을 밝히고자 한다. 임자년 2월 2일 교산”(에필로그 441쪽)

 

사명은 임진왜란에서 세운 공으로 정2품 자헌대부 형조판서에 올랐지만, 승려에게 시호를 내릴 수 없다는 유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일제강점기에 이 비석은 일본 손에 네 조각으로 잘려져 땅속에 묻혔다.

 

구국의 승병장으로 기억되는 사명대사에게도 인간적인 삶과 고뇌가, 그가 만약 이순신의 난중일기 같은 기록을 남겼더라면, 당대의 숨 가쁜 일을 엿볼 수도 있으련만.

 

지은이의 이 소설은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을 듯하다. 김의 나라에서 청의 황제 성인 “애신각라”처럼,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명대사의 큰 그림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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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높이는 말의 기술
후지요시 유타카.오가와 마리코 지음, 최화연 옮김 / 북스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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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나를, 전문가는 상대를 중심으로 대화한다

 

지은이 후지요시 유타카와 오가와 마리코는 이 책에 “말하기와 전달력”의 절대 법칙을 담았다. 우선 이들은 대화법에 관한 명저 100권을 읽고 핵심을 파악했는데 말 잘하는 사람의 기본 테크닉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 이를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지은이들의 주관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우선 대화법 즉 의사전달법 베스트 40을 뽑아, 3장으로 나누어 1장에서는 상대 중심으로 말하기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기본 법칙 7가지를 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등 대화력, 전달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13가지, 3장에서는 인사로 훌륭한 인간관계 시작하기 등 신뢰와 호감을 얻는 커뮤니케이션 20가지로 나누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첫째, 내 말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둘째, 성대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대화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두었던 것은 이른바 “공통의 노하우”다. 한 번밖에 소개되지 않은 노하우보다는 많은 책에서 언급된 노하우를 먼저 파악하는 편이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짜 중요한 법칙 7가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를 중심으로 대화하기”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기, 상대가 바라는 말을 하기, 언뜻 봐서는 쉬울 것 같지만, 연습이 필요하다. 무조건 듣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듣는 자세와 태도, 적당한 타임에 끄적인다든지, 몰입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상대의 말하기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은 자신이 말하는 동안,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줄 알면서도 머쓱해지기 싫다거나 상대방에게 밉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헛소리할 때도 분명 있다. 그러니 우선은 부정하지 말고 그냥 끝까지 들어주고, 상대가 원하는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사항은 상대가 억지를 쓰고 있다고 자신도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평가를 하지 않으며,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다. 이것은 강의도, 상담도, 협상도 그 어느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짧게, 그리고 설명과 보충으로 전개하는 역삼각형으로, 설득력을 높일 때는 이른바 PREP(결론, 이유, 구체적 예시, 결론 혹은 포인트 요약) 순으로, 대화할 때와 청중 앞에서 이야기할 때는 같은 방식으로 풀어나가되 천천히 말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좋은 질문으로 이야기 끌어내기

 

대화법에서 질문은 빠질 수 없다. 즉 질문력이 요구되는데, 좋은 질문은 뭘까,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 보면 질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상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다. 정말 잘 듣는 사람이 진짜 질문의 고수라는 말이다.

 

단골 소재로 막힘 없이 잡담하기

 

잡담은 대화를 시작하기 전 몸풀기다, 상대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참고할 만한 12가지 주제(음식, 출신지나 지역, 여행, 날씨와 계절, 스포츠, 반려동물, 업무, 건강, 최근 뉴스, 나나 상대의 근황, 엔터테인먼트) 하지 말아야 할 것, 음담패설, 외모나 나이, 험담이나 소문, 자기 자랑, 돈 관련 이야기, 가족, 가정환경 등은 거북스럽기도 하고 상대에 부정적인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 뭐, 다들 잘 알고 있지만, 늘 경계선을 넘는 눈치 없기로 소문난 사람도 있기에.

 

칭찬은 아낌없이,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가기

 

이유를 들어 칭찬하거나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특히 다른 사람 앞에서 칭찬, 여기서 주의할 점, 너무 자주 많이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다. 때와 장소를 가리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상대의 눈을 보면서 말하기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 게 좋지만은 않다. 시선 처리가 뭐,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시선의 높이를, 청중 앞에서 말할 때는 한 사람씩 눈을 맞추는 아이콘텍트가 중요하다.

 

특히, 이 책은 실전 연습용이다. 항목마다 요점과 예문이 실려있어, 최소한 40가지 목차만 반복적으로 읽어도 효과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100권의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다면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기왕에 제대로 해볼 요량이라면 참고목록에 실린 100권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지은이가 참고한 책은 다행히도 국내에서 번역 소개된 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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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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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 통일되면 우리 아버지가 파묻어놓은 금괴를 찾으러 가야지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 방영되기도, 남한의 재벌 딸이자 성공한 사업가 여성이 행글라이더를 타다 바람결에 북으로, 당거위 간부의 아들이 중대장으로 있는 경비구역에 불시착, 그녀가 북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대목, 정겨운 이웃들, 하지만 세대주(남편)의 지위, 혹은 그 사회에서의 지위 상승을 위한 눈에 보이는 생존형, 생계형 가식, 밉지 않다. 오히려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의 온화함이 묻어난다. 이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사랑의 불시착’의 북한 장면이, 장마당, 고위층의 삶이 문화가 겹쳐진다.

 

고호 작가의 장편소설<평양골드러시> 한반도의 근현대사라는 물결 속에서 부침하는 사람들, 등장인물 최인식과 인지 남매, 탈북 브로커 원 씨, 그리고 13살 소년 평양 꽃제비 애꾸, 일본제국의 강점기 아래에서 평안도 최고 지주로 살았던 경주 김씨 김판동, 최인식 남매의 할머니 김사끝 여사, 입버릇처럼, 백 칸 대궐같은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노라고, 해방되고 예전에 집안의 머슴이었던 리 상태는 바람처럼 나타나 아버지(최인식 남매의 증조부)를 일제 부역자, 뒤 구린 지주 놈. 반동분자! 그렇게 외치고는 500년도 넘었을 듯한 서낭당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사람들에게 때리도록 했다고, 원수 놈이라고…. 할머니 오빠들, 일억, 이억, 삼억. 일, 이억은 죽고, 삼억은 반공하겠다며, 사끝 너를 찾겠노라며 사라졌는데….남쪽으로 내려운 김사끝, 시동생만 아홉이나 딸린 집으로 시집가고,

 

최인식은 대한민국 경찰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마구 질러대는 못 먹어도 고우를 외치던 주식투자의 개미군단원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땅을 팔아서 건넨 돈도 이미 해 먹어버렸다. 이런 할머니가 그에게 집안의 비밀을 알려준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 집 외양간 옆에 우리 아버지가 금괴 사과 상자 한 개 크기를 묻어두었다고” 통일만 되면 찾으러 가겠노라고, 그런데 집 주소를 적은 쪽지를 잃어버려서, 어딘지 모르겠다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밝혀진 비밀, 최인식에게 땅 판 돈을 주었다는 사실, 동생 인지는 인식에게 따져 묻고, 인식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지의 추궁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결국에는 "자, 가자 평양으로 우리 증조부가 묻어둔 금괴를 찾으러." 시가 112억의 돈을 캐러,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을 찾아서, 할머니의 남겨진 통장에서 인출된 3천 만원, 최인식은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 보이스피싱 당한게 아니냐고, 이 돈이 또다른 사건을 부르는데...

 

금괴는 찾았을까,

 

적어도 두 세대 전의 인연의 끈들이 다시 엉키는데, 청봉노래단의 최고 가수 손향, 그리고 그의 아버지, 손향의 할아버지는 혁명전사 리삼태, 남북 간의 화해 멋 속에 북한 공연단이 남한방문 공연, 이 공연을 보러온 재미교포의 착각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디에 손향의 가족은 한순간에 파멸로. 김사끝 여사는 죽기 전 통장에서 3천 만을 탈북브로커에게 주고 1.4후퇴이후 소식이 없었던 남조선국군포로 삼억이 오빠를 찾아달라고….

 

최인식 남매와 원 씨, 그리고 애꾸 소년, 이 한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일 과연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남한으로 돌아온 최인식은 못내 아쉬운 듯, 한탄한다. 에이 바로 앞에서, 그리고 애꾸는 중국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엄마를 찾아간 걸까, 반동분자로 몰려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 탈북 길을 택한 손향은 운명처럼 김삼억 할아버지를 만나고, 삼억의 눈에 비친 손향은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둘은 강을 건넌다. 손향을 쫓던 군인들이 쏜 총알을 맞은 김삼억, 그가 쓰러져 있던 곳에서 보이는 주둥이가 열린 가방 안에서 빛에 반짝이는 금괴가 보이고. 이렇게 인연은 엉키는가, 손향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북의 사회의 현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인가?,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남파간첩이니 북파공작원이니, 생계형고정간첩, 그 분의 여인을 데려오라는 풍산개, 그리고 탈북자로 분한 공유의 영화<용의자>와는 또 다른, 메시지 결국, 인연의 끈이란, 사람사는 게 다 그렇지 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양골드러시 돈이면 지옥이라도 쫓아갈 듯한 사람들의 물신숭배를 제대로 까발린다. 소설 속의 군상들의 모습을, 남북분단,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도 삶이 신난하고 팍팍해서 그저 모른 척 사는 것과 현재 제도로는 가로막혀 있는 장벽 때문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어서 70년을 기다리며, 가슴 한 켠 깊숙이 묻어 둘 수 밖에 없는 슬픈사연 또한, 돈을 주고라도 풀 수 있다면...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다른 남북주제의 이야기다. 탈북브로커 원 씨는 탈북해서 남쪽 조상님들의 땅을 내놓라고 소송한다는데..너희들은 금괴찾으러 평양에 온 거니,

 

이 소설의 압권은 “평양에 금괴를 찾으러 가자. GoGo!!”가 아니라, 작가가 차례 다음 쪽에 써 둔 “이 소설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허구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허가 없이 입북을 시도할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라고 쓴 대목이다.

 

왜 썼을까, 이 정도로 모를 사람들이라서, 아니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보기관의 빌미를 주기 않기 위해서... 글쎄다. 막걸리 보안법은 아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조금도 세련되지 않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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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문학인 산문선 4
메도루마 슌 지음, 박지영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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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산과 들은 오키나와 인들의 것인가?

 

지은이 메도루마슌(目取?俊)은 1983년 소설<어군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97년<물방울>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2003년 고교교사를 그만두고, 작품활동과 본격적인 헤노코(?野古) 군사기지 반대 운동을 하면서부터 발표한 정론을 모아 내놓은 글모음의 세번 째가 이 산문집<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이다. 여기에는 오키나와의 사람들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있는 100여 편의 글이 담겨있다. 그는 제7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받았다.



오키나와는 1945년, 오키나와는 미군이 점령 군사기지를 설치, 1972년 일본에 반환까지 27년 동안 지배했다. 일본 땅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군의 태평양함대의 주요 기지다. 섬의 20%를 차지하는 공간에 동북아 최대 미 공군기지인 가데나 공군기지와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 요미탄 보조비행장, 화이트 비치 훈련장, 나하 군항, 마키미나토 보급기지, 헤노코 탄약창기지, 북부 훈련장, 가데나 탄약창기지가 있다. 가데나 공군기지의 한반도 계류지가 광주군공항이다.

 

오키나와, 일본 내 미군 기지의 75%가, 섬 면적의 20%를 차지

 

이 책은 2006년에서 2019년까지 13년 동안 오키나와의 헤노코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비폭력투쟁의 역사다. 2023.9.4. 헤노코의 군사기지 건설에 오키나와 지사는 불승인을, 이에 불복 정부가 나서서 상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 10.4. 일본의 100명이 넘는 행정법학자가 성명을 냈다.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불합리하고, 실질적으로 재판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고. 이것이 일본 오키나와의 현주소다.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미군이 기지를 설치할 수 있다고.

 

고모한테 들은 오키나와 전투의 기억(2006년)

 

메도루마의 기억, 2005년 가을, 고모는 그에게 1944년 오키나와섬 북부에 있는 나키진촌에 일본군이 쳐들어왔고, 마을에는 위안소가 설치됐다고, 1945. 4. 1.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다. 마을 위안소의 여성들은 이제 미군을 상대하게 됐다고, 미군보다 무서운 것이 일본 패잔병들이다. 미군과 접촉했던 마을 사람을 미국 첩자로 몰아 학살했다고 한다. 고모 이야기만 들어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오키나와 전투의 실상, 오키나와의 위안소에는 한반도에서 끌려온 여성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에 대한 적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16쪽)고 지은이는 적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얀바루의 숲과 바다는 오랜 역사 속 오키나와에서 미군이 차지한 지금까지를 상징한다. 오키나와는 누구의 땅인가, 일본본토 방위를 위해 언제든지 휴짓조각처럼 버려질 운명의 섬. 일본 뉴스의 단골 메뉴, 마치 80년 전두환의 땡전 뉴스처럼,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이전으로. 가데나 기지에서 오프로스(화물기)소음 문제가, 오키나와에서 미군 병사가 여성을,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여학생을 납치해…. 오키나와현민들이 시위하고, 끊이지 않는 갈등의 세월, 그렇게 오키나와의 날은 새고 저문다.

 

2010년,2014년 나고 시장 선거결과, 오만한 정부와 오키나와 정책

 

1월 24일 나고 시장 선거에서 이나미네 스스무 후보가 당선됐다. 헤노코 군기지 건설 반대파다. 헤노코 선거사무실에서 함성이 터진다. 13년 남짓 해변에서 농성과 집회참가, 시와 현, 오키나와 방위국에 요구 신청 등 신기지 건설 반대 대처를 착실하게 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70~80대를 선두로 끈질긴 주민들의 운동이 있었기에 이번 선거결과가. 그리고 2014년에 또 다시 시장 선거에 이긴다.

 

민의를 짓 밝고 현행계획을 강행하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고 이는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13년이 지나도록 후텐마 기지 이전은 요원하고, 오키나와현 안에서 이전이라니, 최대 실수다. 미, 일 안보체제의 군사적 부담을 오키나와에 집중시키고 있는 차별정책을 고치려 하지 않고 일본 정부는 진흥책이라는 당근을 주며 오키나와의 기지 고착화를 노려왔다.

 

2018년 헤노코 신기지 건설, 토사를 바다에 쏟아붓고, 희귀종 듀공이 얀바루 숲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교육, 육아 지원, 의료, 복지, 환경보호 등에 먼저 늘려야 할 예산이 왜 미군기지 건설에 쓰는가, 국민의 혈세를, 헤노코의 신기지 건설은 일부 종합건설이나 군수산업, 그와 결부된 정치인의 이권 소굴이 되고 있다.

 

일본 본토 사람들의 속내, 오키나와 사람들이 독박써, 일본 전체를 위해

 

일본 본토 사람들은 오키나와 사태와 상황을 일부러 모른 척한다. 일본방위를 위해 미·일 안보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본인이 많다. 그러나 이 조약에 명시된 기지 제공의무를 자신이 지는 것은 싫다. 미국에 의한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것도 싫고, 폭음(소음) 등의 환경 악화로 일상생활이 위협받는 것도 싫다. 미군기지는 필요하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능한 한 멀리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키나와가 바람직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본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참아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일본인 대다수의 본심이다.

 

오키나와4.28에서 제주의 4.3이 보인다. 미 군정에 짓밟힌 눈 속에 떨어진 붉은 동백은 4.3 희생자의 상징이다. 서귀포 강정마을에 2015년 기지가 들어섰다. 군민합동항이라지만, 유사시(전시, 무력충돌)에 군항이다. 미군함이 들어올 수도 있다. 미·일 가상의 적은 중국이요. 현실의 적은 북한이다. 오키나와건 제주건 한·미·일 군사동맹이 맺어진 지금. 오키나와 너머로 제주가 보이고, 제주 너머로 오키나와가 보인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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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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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생각해 볼 12가지 과학 이슈, "미래와 교양을 위해"

 

지은이 조숙경 선생은 물리학에서 과학사 과학철학이라는 비교적 신생 학문영역 가운데서도 과학문화를 전공,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학제 간 융합부문에서 줄 곳,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다, 켄텍(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는 여성학자다. 여성학자라고 굳이 말하는 이유는 그는 결혼과 함께 영국 유학을 떠났고, 줄 곳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키우는 이중, 삼중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연구 활동을 계속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지은이는 영국에서 과학사 과학철학 석사를 마치고 귀국하여, 국내 대학 박사과정을 진학할 때, 지도교수가 그에게 물었다. 왜 공부를 하려느냐고, 그는 당시에는 대답을 제대로 못 했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뒤, 글쓰기를 하려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진학목적을 생각하게 됐다고,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 40여 년 동안 과학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계기와 꾸준히 꺾이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동력이자 힘을 불어넣어 준 "12권의 과학 고전"을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이 책을 썼다.

 

12권의 책을 소개하는 데만도 꽤 많은 분량이 될 것이고, 개념도 생소한 과학의 영역만을 다루는 것도 가독성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그는 12가지의 질문에 12권의 책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 책을 엮었다. 물론 그의 인생과정을 녹여 어느 순간에 이들 저자의 말에서 힘을 얻었는지도 밝히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말로만 듣던, 과학철학자, "열린 우리 사회의 적"이란 책을 썼던 칼포퍼의 저작과 지은이가 남편과 함께 5년에 걸쳐 번역했다는 대우학술총서(1990년 당시)로 나온 노우드 리셀 핸슨<과학적 발견의 패턴> 등을 포함한 12명의 저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은이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소개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책은 꽤 잘 썼다는 말이다. 12가지 질문 중, 과학의 조건(칼포퍼의 <과학적 발견의 논리>, 과학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는 책 토머스 쿤의<과학혁명의 구조>, 관철은 객관적인가에 답을 하는 노우드 러셀 핸슨의 <과학적 발견의 패턴>, 그리고 양자물리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발견이 대참사(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투하)로 이어졌을 때 그 책임을 누구에게 있는가?를 보자.

 

과학자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에 대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에서 과학자가 그 책임을 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다. 그는 과학발전은 세계적인 역사 과정의 일부이며, 과학자는 커다란 연관성 속에서 사물을 생각해야 하기에, 과학은 과학이라는 한 부분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류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를테면, 혁명과 전쟁, 극단적인 가치 전도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한 과학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을 인류 전체라는 통합적 문맥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당시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투하 소식을 들은 과학자들은 핵 사용금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들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까, 과학적 발견의 양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요즘 상식이다. 탄소배출 저감을 국제적으로 약속하고, 온도 1도 낮추기 운동을 펼치는데, 1960년대, 인류 생활의 편의성으로 화학물질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된 데 경종을 울리며, "환경보호" "생태 보존적" 방법을 고민하게 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생명의 근원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DNA라고, 제임스 왓슨의<이중나선> 발견으로 그 비밀이 밝혀진다. 그렇다면 과학은 유토피아를 가져오는가? 글쎄다 적어도 동전의 양면처럼 명암이 있다. 조지오웰<1984년>처럼, 지은이는 올더스 헉슬리의<멋진 신세계>에서 찾는다. 과유불급이다.

 

과학과 인문학은 만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영국학계의 풍토를 예로 든다.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을 모르면 지성인이라 할 수 없다고 과학자들을 깎아내리기도, 과학자들은 지성인들에게 묻는다. 열역학 제2 법칙을 아느냐고,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여기에 관한 답은 찰스 스노의<두 문화>속에 답이 들어있다. 영국으로 대변되는 서구 선진 사회 고발적 성격의 이글은 스노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한 리드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스노는 두 문화 현상은 영국에서 두드러지게 나 타는가를 진단한다. 하나는 교육의 전문화를 지나칠 정도로 확고하게 믿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사회 형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보수적 성향 때문이라고, 이는 어릴 적부터 분야를 나누어 교육한 때문에 문화의 단절이 가속화됐다. 인문학과 과학 분야를 일찍부터 분리해서 교육하다 보니 가장 기초적인 문학 서적조차 읽지 않는 과학적 문화에 속한 사람과, 가장 초보적인 과학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인문학적 문화에 속한 사람이 생겨났다고.

 

지은이의 전공 과학문화는 바로 이런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 분야다. 그가 일을 해왔던 분야에서 제기했던 STEAM(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 아트, 매시매틱스,-과학기술에 학생의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배양하는)교육이다.

 

인류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가? 에 관한 답을 제러미 리프킨의<엔트로피>에서 찾는다. 희망이다. 지은이는 현대 문명의 중심에 에너지가 있다면 현대 문명 비판서 중심에 <엔트로피>가 있다고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류는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적어도 인류가 자제력을 발휘한다면,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고 지구의 절반 세계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겸손한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단 하나, 과학과 인문학, 인문학과 과학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전을 통해 과학을 읽고, 과학을 통해 인문학적 사고, 즉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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