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 문학인 산문선 4
메도루마 슌 지음, 박지영 옮김 / 소명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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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산과 들은 오키나와 인들의 것인가?

 

지은이 메도루마슌(目取?俊)은 1983년 소설<어군기>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97년<물방울>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2003년 고교교사를 그만두고, 작품활동과 본격적인 헤노코(?野古) 군사기지 반대 운동을 하면서부터 발표한 정론을 모아 내놓은 글모음의 세번 째가 이 산문집<얀바루의 깊은 숲과 바다로부터>이다. 여기에는 오키나와의 사람들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있는 100여 편의 글이 담겨있다. 그는 제7회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받았다.



오키나와는 1945년, 오키나와는 미군이 점령 군사기지를 설치, 1972년 일본에 반환까지 27년 동안 지배했다. 일본 땅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미군의 태평양함대의 주요 기지다. 섬의 20%를 차지하는 공간에 동북아 최대 미 공군기지인 가데나 공군기지와 후텐마 미 해병대 기지, 요미탄 보조비행장, 화이트 비치 훈련장, 나하 군항, 마키미나토 보급기지, 헤노코 탄약창기지, 북부 훈련장, 가데나 탄약창기지가 있다. 가데나 공군기지의 한반도 계류지가 광주군공항이다.

 

오키나와, 일본 내 미군 기지의 75%가, 섬 면적의 20%를 차지

 

이 책은 2006년에서 2019년까지 13년 동안 오키나와의 헤노코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비폭력투쟁의 역사다. 2023.9.4. 헤노코의 군사기지 건설에 오키나와 지사는 불승인을, 이에 불복 정부가 나서서 상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 10.4. 일본의 100명이 넘는 행정법학자가 성명을 냈다.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불합리하고, 실질적으로 재판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고. 이것이 일본 오키나와의 현주소다.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미군이 기지를 설치할 수 있다고.

 

고모한테 들은 오키나와 전투의 기억(2006년)

 

메도루마의 기억, 2005년 가을, 고모는 그에게 1944년 오키나와섬 북부에 있는 나키진촌에 일본군이 쳐들어왔고, 마을에는 위안소가 설치됐다고, 1945. 4. 1.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했다. 마을 위안소의 여성들은 이제 미군을 상대하게 됐다고, 미군보다 무서운 것이 일본 패잔병들이다. 미군과 접촉했던 마을 사람을 미국 첩자로 몰아 학살했다고 한다. 고모 이야기만 들어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오키나와 전투의 실상, 오키나와의 위안소에는 한반도에서 끌려온 여성들도 많았다. 그 사람들에 대한 적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16쪽)고 지은이는 적고 있다.

 

세계자연유산 얀바루의 숲과 바다는 오랜 역사 속 오키나와에서 미군이 차지한 지금까지를 상징한다. 오키나와는 누구의 땅인가, 일본본토 방위를 위해 언제든지 휴짓조각처럼 버려질 운명의 섬. 일본 뉴스의 단골 메뉴, 마치 80년 전두환의 땡전 뉴스처럼,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이전으로. 가데나 기지에서 오프로스(화물기)소음 문제가, 오키나와에서 미군 병사가 여성을,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여학생을 납치해…. 오키나와현민들이 시위하고, 끊이지 않는 갈등의 세월, 그렇게 오키나와의 날은 새고 저문다.

 

2010년,2014년 나고 시장 선거결과, 오만한 정부와 오키나와 정책

 

1월 24일 나고 시장 선거에서 이나미네 스스무 후보가 당선됐다. 헤노코 군기지 건설 반대파다. 헤노코 선거사무실에서 함성이 터진다. 13년 남짓 해변에서 농성과 집회참가, 시와 현, 오키나와 방위국에 요구 신청 등 신기지 건설 반대 대처를 착실하게 해 온 사람들이 있었다. 70~80대를 선두로 끈질긴 주민들의 운동이 있었기에 이번 선거결과가. 그리고 2014년에 또 다시 시장 선거에 이긴다.

 

민의를 짓 밝고 현행계획을 강행하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것이고 이는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13년이 지나도록 후텐마 기지 이전은 요원하고, 오키나와현 안에서 이전이라니, 최대 실수다. 미, 일 안보체제의 군사적 부담을 오키나와에 집중시키고 있는 차별정책을 고치려 하지 않고 일본 정부는 진흥책이라는 당근을 주며 오키나와의 기지 고착화를 노려왔다.

 

2018년 헤노코 신기지 건설, 토사를 바다에 쏟아붓고, 희귀종 듀공이 얀바루 숲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교육, 육아 지원, 의료, 복지, 환경보호 등에 먼저 늘려야 할 예산이 왜 미군기지 건설에 쓰는가, 국민의 혈세를, 헤노코의 신기지 건설은 일부 종합건설이나 군수산업, 그와 결부된 정치인의 이권 소굴이 되고 있다.

 

일본 본토 사람들의 속내, 오키나와 사람들이 독박써, 일본 전체를 위해

 

일본 본토 사람들은 오키나와 사태와 상황을 일부러 모른 척한다. 일본방위를 위해 미·일 안보조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본인이 많다. 그러나 이 조약에 명시된 기지 제공의무를 자신이 지는 것은 싫다. 미국에 의한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것도 싫고, 폭음(소음) 등의 환경 악화로 일상생활이 위협받는 것도 싫다. 미군기지는 필요하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능한 한 멀리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키나와가 바람직하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일본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참아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일본인 대다수의 본심이다.

 

오키나와4.28에서 제주의 4.3이 보인다. 미 군정에 짓밟힌 눈 속에 떨어진 붉은 동백은 4.3 희생자의 상징이다. 서귀포 강정마을에 2015년 기지가 들어섰다. 군민합동항이라지만, 유사시(전시, 무력충돌)에 군항이다. 미군함이 들어올 수도 있다. 미·일 가상의 적은 중국이요. 현실의 적은 북한이다. 오키나와건 제주건 한·미·일 군사동맹이 맺어진 지금. 오키나와 너머로 제주가 보이고, 제주 너머로 오키나와가 보인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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