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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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 통일되면 우리 아버지가 파묻어놓은 금괴를 찾으러 가야지

 

TV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 방영되기도, 남한의 재벌 딸이자 성공한 사업가 여성이 행글라이더를 타다 바람결에 북으로, 당거위 간부의 아들이 중대장으로 있는 경비구역에 불시착, 그녀가 북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대목, 정겨운 이웃들, 하지만 세대주(남편)의 지위, 혹은 그 사회에서의 지위 상승을 위한 눈에 보이는 생존형, 생계형 가식, 밉지 않다. 오히려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의 온화함이 묻어난다. 이 소설을 읽노라면 마치 ‘사랑의 불시착’의 북한 장면이, 장마당, 고위층의 삶이 문화가 겹쳐진다.

 

고호 작가의 장편소설<평양골드러시> 한반도의 근현대사라는 물결 속에서 부침하는 사람들, 등장인물 최인식과 인지 남매, 탈북 브로커 원 씨, 그리고 13살 소년 평양 꽃제비 애꾸, 일본제국의 강점기 아래에서 평안도 최고 지주로 살았던 경주 김씨 김판동, 최인식 남매의 할머니 김사끝 여사, 입버릇처럼, 백 칸 대궐같은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노라고, 해방되고 예전에 집안의 머슴이었던 리 상태는 바람처럼 나타나 아버지(최인식 남매의 증조부)를 일제 부역자, 뒤 구린 지주 놈. 반동분자! 그렇게 외치고는 500년도 넘었을 듯한 서낭당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사람들에게 때리도록 했다고, 원수 놈이라고…. 할머니 오빠들, 일억, 이억, 삼억. 일, 이억은 죽고, 삼억은 반공하겠다며, 사끝 너를 찾겠노라며 사라졌는데….남쪽으로 내려운 김사끝, 시동생만 아홉이나 딸린 집으로 시집가고,

 

최인식은 대한민국 경찰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마구 질러대는 못 먹어도 고우를 외치던 주식투자의 개미군단원이기도 하다.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땅을 팔아서 건넨 돈도 이미 해 먹어버렸다. 이런 할머니가 그에게 집안의 비밀을 알려준다. 아무도 모르게 “우리 집 외양간 옆에 우리 아버지가 금괴 사과 상자 한 개 크기를 묻어두었다고” 통일만 되면 찾으러 가겠노라고, 그런데 집 주소를 적은 쪽지를 잃어버려서, 어딘지 모르겠다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밝혀진 비밀, 최인식에게 땅 판 돈을 주었다는 사실, 동생 인지는 인식에게 따져 묻고, 인식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지의 추궁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결국에는 "자, 가자 평양으로 우리 증조부가 묻어둔 금괴를 찾으러." 시가 112억의 돈을 캐러, “평안남도 평양부 신양리 4통 7반”을 찾아서, 할머니의 남겨진 통장에서 인출된 3천 만원, 최인식은 생각한다. 우리 할머니 보이스피싱 당한게 아니냐고, 이 돈이 또다른 사건을 부르는데...

 

금괴는 찾았을까,

 

적어도 두 세대 전의 인연의 끈들이 다시 엉키는데, 청봉노래단의 최고 가수 손향, 그리고 그의 아버지, 손향의 할아버지는 혁명전사 리삼태, 남북 간의 화해 멋 속에 북한 공연단이 남한방문 공연, 이 공연을 보러온 재미교포의 착각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한 마디에 손향의 가족은 한순간에 파멸로. 김사끝 여사는 죽기 전 통장에서 3천 만을 탈북브로커에게 주고 1.4후퇴이후 소식이 없었던 남조선국군포로 삼억이 오빠를 찾아달라고….

 

최인식 남매와 원 씨, 그리고 애꾸 소년, 이 한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일 과연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남한으로 돌아온 최인식은 못내 아쉬운 듯, 한탄한다. 에이 바로 앞에서, 그리고 애꾸는 중국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엄마를 찾아간 걸까, 반동분자로 몰려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다 탈북 길을 택한 손향은 운명처럼 김삼억 할아버지를 만나고, 삼억의 눈에 비친 손향은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둘은 강을 건넌다. 손향을 쫓던 군인들이 쏜 총알을 맞은 김삼억, 그가 쓰러져 있던 곳에서 보이는 주둥이가 열린 가방 안에서 빛에 반짝이는 금괴가 보이고. 이렇게 인연은 엉키는가, 손향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북의 사회의 현실, 어디나 사람사는 곳인가?,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남파간첩이니 북파공작원이니, 생계형고정간첩, 그 분의 여인을 데려오라는 풍산개, 그리고 탈북자로 분한 공유의 영화<용의자>와는 또 다른, 메시지 결국, 인연의 끈이란, 사람사는 게 다 그렇지 뭐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양골드러시 돈이면 지옥이라도 쫓아갈 듯한 사람들의 물신숭배를 제대로 까발린다. 소설 속의 군상들의 모습을, 남북분단, 그리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도 삶이 신난하고 팍팍해서 그저 모른 척 사는 것과 현재 제도로는 가로막혀 있는 장벽 때문에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어서 70년을 기다리며, 가슴 한 켠 깊숙이 묻어 둘 수 밖에 없는 슬픈사연 또한, 돈을 주고라도 풀 수 있다면...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다른 남북주제의 이야기다. 탈북브로커 원 씨는 탈북해서 남쪽 조상님들의 땅을 내놓라고 소송한다는데..너희들은 금괴찾으러 평양에 온 거니,

 

이 소설의 압권은 “평양에 금괴를 찾으러 가자. GoGo!!”가 아니라, 작가가 차례 다음 쪽에 써 둔 “이 소설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허구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정부의 허가 없이 입북을 시도할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라고 쓴 대목이다.

 

왜 썼을까, 이 정도로 모를 사람들이라서, 아니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보기관의 빌미를 주기 않기 위해서... 글쎄다. 막걸리 보안법은 아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조금도 세련되지 않은 모습으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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