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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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기다리는 복지여서는 안 된다

 

이 책<가난할 권리>의 지은이 최준영은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됐다. 2005년부터 노숙인, 미혼모, 재소자, 여성 가장, 자활참여자 등과 함께 삶의 인문학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는 ‘거리의 인문학자’라는 별호를 얻기도 했다.

 

성프란시스대학(노숙자 인문학 과정)에서 가르치기도, 아무튼 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다. 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누구의 관심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패배자요 시대와 이 사회의 악, 처리되어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이들에게도 권리는 있다. 이른바 가난할 권리다. 즉, 누구든 인간의 존엄성과 그에 걸맞은 인간의 권리라는 게 있다는 말이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이 말의 존엄함을 이 책에 담았다. “넘어진 자는 반드시 바닥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성프란스시대학)

 

이 책의 구성은 3부로, 1부는 가난할 권리, 가난보다 더 서러운 “가난의 대물림”을 이야기한다. 2부는 희망의 인문학, 3부는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의 이야기를 담았다.

 

복지는 그저 앉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복지여서는 안 된다.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이해하도록 쉬지 않고 설명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가난할 권리’다.

 

거리의 인문학

 

노숙인, 사람이 없는 사람들, 빚쟁이에게 쫓길까 봐, 사업에 실패하고 부끄러워서,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과의 관계가 다 끊어진 사람이 그들이다. 살 권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연결해주는 것이다. 관계망이 존재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어떻게 하든 삶의 활로를 찾고 행복을 추구한다. 거리의 인문학은 이들 노숙인의 곁이 되어 주는 일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을, 유튜브에 이런 영상이 올라왔다. 사회실험 영상, 노숙인에게 다가가는 한 남성, 자기 동생이 지금 중병을 얻어 병원에 있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러자 노숙인은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어디론가 갔다가 다시 온다. 그리고 한 남성에게 돈을 건넨다. 내가 모아놓은 돈은 이것밖에 없지만, 수술비에 보태쓰라고. 남성은 웃으면서 실험 영상을 찍는 중이었다고, 당신의 착한 마음에 보상이라며 수백 달러를 그의 손에 쥐여준다.

 

노숙인은 삶을 포기하고 마구잡이로 닥치는대로 살아가는 미래 희망이 없는 하루살이 인생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그들은 가난할 뿐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할 뿐이다. 아직 바닥을 짚고 일어설 결심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외형을 보고 판단하지 말라. 차별과 편견, 혐오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모습이다.

 

우리 시대,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안의 편견, 암묵적 편견에서 벗어나자고, 노숙인 등 우리 사회가 불가촉천민으로 밀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달라고, 그들도 때 빼고 광내고 말쑥하게 차려입으면 우리 이웃이라고, 이들이 누군가를 대상으로 사기 치려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위장할 마음이 없기에, 거꾸로 이들은 사회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건 역설 아닌가,

 

보육원에서 만난 꼬마 시인 이야기 ? 오만 원-

 

보육원에 찾아온 사람들이 아이들 손에 쥐여주고 간 돈들, 보육원 아이들은 개 한 마리를 산다. 그 개 이름은 10개도 넘는다. 초등학생인 꼬마 시인의 시, “오만 원” 덕분에 개 이름은 오만원이 됐다. 나는 집에 가기 싫다'로 시작한 시는 이젠 집에 오는 게 즐거워졌다. 오만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만 원 주고 샀으니까 이름이 오만원이다. 나는 오만원이 좋다. 나를 마중 나오고 같이 산에도 다닌다. 친구들도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겁이 나지도 않는다. 나에겐 오만원이 있기 때문이다. 오만원은 엄마나 마찬가지다.

 

가난할 권리, 인간의 권리

 

지은이가 지역 자활센터에서 인문학 강좌를 하던 때의 일, 매월 1만 원씩 강좌가 끝나면 수학여행 가기로 했다. 그때 수해 속보와 함께 어이없는 소식이, 해당 지자체장이 골프를 쳤다고, 해외여행에 나섰다고, 과연 누가 부자인가?

 

성장 이데올로기 국민은 국가의 주체로 여기지 않는다. 국민은 그저 개조의 대상이거나 소모적 수단일 뿐이다. 국민이면서 주체가 아니었던 터라 성장의 과실은 고스란히 소수의 권력층과 그에 편승한 기업들의 차지가 되고, 국민 일반은 철저히 소외됐다. 산업화가 낳은 병리가 소외이며, 가난과 불운과 불행의 구조화 혹은 내면화로 이어졌다. 이제 국민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알아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국민은 선진국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게 됐다. 알아서 제 밥벌이를 못 하는 국민은 국민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으니.

 

지은이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너무 상식적인 너무 형식적인, 너무 무식한, 너무 관료적인. 너무 외형적인, 난 “복지”대상자라고, 말끔하게 차려입고 자신의 사정을 구구절절 말하는 사람은 그 말이 진실이든 뭐든 우선 조치를 해주겠노라 하지만, 구질구질한 차림에 냄새라도 풍기며 복지지원을 신청하면, 힘든 사람 코스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조차, 이게 어찌 된 현상인가, 복지는 찾아 나서는 것이다, 앉아서 기다리는 게 복지가 아니라는 말만 확실히 해두자.

 

성남 세모녀 자살 사건, 복지사각지대라 연일 떠들어 댄다. 지금도 복지홍보방송에 나온다. 연락하라고...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나서라, 연락을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 있으니...

 

거리의 사람들,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관계를 원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면 함께 헤쳐나갈 용기와 격려를 해줄 이웃이 필요하다. 동정이 필요한 게 아니리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대왕이 현자를 찾기 위해 디오게네스의 통 집을 찾았다. 디오게네스는 왕이시여, 나는 지금 햇볕이 필요하니 빛을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왕의 제안을 이렇게 거절했다. 왜 내가 통에서 살면 안 되는데, 누군가 그 이유를 알려주오... 디오게네스라서 통에 살아도 된다고 누가 그랬던가, 노자는 자기가 세상에 가장 귀한 존재라고,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너 자신이라고... 부자될 권리나 가난한 권리는 자기 선택인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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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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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장편소설<템스강의 작은 서점>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일어난 새로운 상황에서 새롭게 희망을 발견하고 또다시 사랑을 찾는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세상의 모든 관계가 늘 낙관적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이 소설 속에서도 중심 등장인물은 마르티니크와 사라 그리고 그녀의 과거 30년 전의 인연과 그 끈인 조카 샬로테와 윌리엄, 마르티니크의 남편 폴과 자매인 이혼녀 마샤와 그의 아이들, 우리 사는 동네처럼, 템스강 강가에 있는 100년도 넘은 작은 서점을 둘러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인터넷에서는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싼값에 살 수 있고 배송도 되기에 이 동네 책방은 서점으로서 전통적인 역할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른바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엄마와 이모, 아버지 그리고 서점 사람들과 서점의 미래

 

이 이야기의 서막은 지난 30년 동안 마르티니크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던 사라가 죽었다. 그는 병을 앓고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이 서점을 스웨덴에 사는 조카 샬로테에게 남기고 갔다. 서점에 또 하나의 주인 늙은 고양이 테니슨, 서점의 풍경은 흥미롭다. 이전 서점 주인이 만들어 놓은 서가도 그렇거니와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이러저러한 사회적 문제를 토론하고 논의하던 사랑방 역할을 하던 곳이었으나, 이제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만치, 재정상태가 엉망이다. 이야기는 80년대 샬로테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에서 현재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이곳을 직장으로 남편 폴의 수입도 그렇거니와 학생인 딸도 있어 서점이 파산하면 곤란 지경에 떨어지게 되는 마르티니크, 그녀는 이혼한 여동생 마샤가 돕는다.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이 소설은 40년 전 사라의 흔적 80년 초 82년 8월에서 84년 11월, 그 사이에 스웨덴에서 런던으로 온 사라와 크리스티나 그리고 자매 사이의 남자 대니얼, 살로테의 엄마인 크리스티나, 사라와 엄마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살로테는 한 번도 엄마의 언니 사라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아버지를 본 적도 없고,

 

한편, 샬로테는 스웨덴에서 매니큐어를 개발,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모의 변호사와 상의하며 이 작은 서점을 처분하고, 스웨덴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뭔지 모를 뭔가가 그녀를 끌어당긴다. 서점 위층의 이모 거처에서 이모의 과거를 알게 되는 한편, 별 볼 일 없는 소설가 윌리엄과 만남, 결국 스웨덴의 회사를 넘기고, 런던에 남기로 하는데,

 

 

이 서점이 없어지면 곤란한 사람들, 샬로테는 서점을 탈바꿈하기로, 북카페로 바꾸면 시나몬 롤을 잘 만들고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잘 찾아주는 마르니티크와 폴, 그리고 월리엄 모두 지금처럼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한때 자기 아버지가 이곳에 살았다는 점 또한, 샬로테는 스웨덴의 아픔을 정리하고 탬스 강가의 작은 서점에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자기 출생의 이야기, 이모 사라와 엄마 크리스티나와 관계도.

 

사랑이 시작된 곳에서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새롭게 사랑을 찾고 희망찬 미래를 설계 할 수 있는 곳, 그곳이 삶의 공동체 그 자체라는 따뜻한 믿음을 전하는 이야기가...

 

 

 

 

 

돈보다 더 소중한 그 무엇이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점차로 떨어져 나간다. 샬로테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늘 함께하는 가운데서 혼자 감내해야 할 것이라던 슬픔도 함께하면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된다는 걸, 수많은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바쁜 현대인에게는 아늑한 과거의 평화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세상의 모든 것은 보기 나름이다. 어떻게 보는가가... 낡은 인연 얽힌 실타래처럼 꼬인 감정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이야기도 녹아낼 수 있는 계기...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주변이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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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30 Days 태국어 문자쓰기 + 기초문법 - 플러이쌤과 함께하는
조나경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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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에 어찌 왕도가 있으랴

 

30일 태국어, 어학 교재에서 흔히 쓰는 말, 한 달만 이 책에 쓰인 대로 따라 하면 여러분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짜인지, 꿰어내기 위한 상투적인 문구인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언어는 그 지역의 지리적 여건, 산이 많은지, 바다를 끼고 있는지 등에 따라 높낮이 등에 영향을 받기에, 높임말이 많이 있는지, 어형의 변화가 있는지, 이런 것들이 문화와 습속에서 비롯된 것이다. 프랑스처럼 공기가 별로 좋지 않으면(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비염이. 그런 이상스러운 상상을 해본다.

 

동양(눈을 기른다는 뜻)북스의 눈을 믿는다. 일본어 교재에서는 오른쪽에 나설 자가 없다. 즉, 위가 없을 만큼, 믿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책을 받은 뒤부터 꼬불꼬불한 그림 글자를 눈에 익히려 노력 중이다. 이 책은 문자쓰기와 기초문법, 읽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제자 원리와 자세한 설명(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개별 맞춤형이 아닌 이상, 지은이가 습득, 체득한 태국어의 길을 따라 가보는 수밖에, 그도 태국어를 익히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고, 태국어 강의를 오랫동안 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느 대목에서 막히고, 어떻게 하면 극복을 하는지를 현장 실전을 통해서 터득했으리라 믿는다.

 

뭐니 뭐니해도 문법의 기초, 그리고 어려운 말보다는 쉽게 풀어서 어차피 나중에 익숙해지면 금방 알아챌 것들이라서, 연습문제는 같은 낱말이 어떤 장면에서 쓰이는지, 무조건 덮어놓고 외워서라도 넘어야 할 산이라면. 그리고 제1 언어를 태국어로 사용하는 이른바 네이티브 음성 흉내 내기. 뭐 이 정도면, 하지만, 이 흉내 내기에서 매번 넘어진다.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을뿐더러 아무튼 아직은 발음의 “이거야” 싶은 감을 못 잡은 상태다. 2주 정도 해서 되면 어학 공부를 업으로 삼지.

 

인간이 한 언어를 배울 때는 그 언어가 머릿속을 지배할 정도가 되어야 하고, 내 경험으로도 꿈속에서 배우고 있는 언어로 떠들어야…. 입에 붙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언어학을 공부할 때의 기억이다. 영어사용자가 독어를 배웠는데, 상급 수준으로 꽤 유창했다고, 이 사람은 어학 공부에 진심이었던지, 프랑스어에 도전했는데, 우연히 독일사람과 만나 인사를 건네려 하는데, 독일어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독일어 자리에는 온통 프랑스어가, 그렇다고 프랑스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태국어 적어도 여행 가서, 공항 입국심사와 택시를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도심까지, 또 묵을 호텔에서 간단한 내 의사표시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대단한 결심을 하고, 100쪽에서 앞으로 되돌아가기를 여러 번 반복 중이다. “낀” 먹다 “마이” 밥. 밥 먹을래 낀카-우 마이.

 

그런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얼마나 더 되돌리기를 반복해야 할까?, 흥미로운 표현 카-우, 카-우 성조가 있어서 첫 번째 카-우는 올렸다가 내리고, 두 번째 카-우 내렸다 올린다. 문장구조가 SVO(주어+동사+목적어)이니, 나는 간다 학교의 형태로, 꾸미는 말은 꾸며야 할 말 바로 뒤에 대체로. 아주 예쁜이 아니라 예쁜 아주, 요게 애를 먹게 한다. 어형변화가 없는 게 다행이다. 성조 역시, 아마도 13세기 태국어를 만든 람캄행대왕도 세종대왕처럼, 중국어, 여진어 등을 참조하였을까, 아무튼 고착어에 성조가 있는 것은 중국풍인 듯해서, 올림과 내림 또한 걸림돌이다. 중국의 남방을 따라 베트남어, 태국어에 성조가 있는 것이.

 

아무튼 우선 알파벳 떼기와 읽기, 듣기. 30일에 배우는 태국어를 적어도 3개월은 품고 살아야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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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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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뭔지

 

작가 정성문의 단편소설집<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이 제목을 표제작으로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을 터,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다, 바다에 배가 뜨면 세계 어디로 가든 그 배 안은 국적에 따라 당해국의 치안이 적용되니, 움직이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작은 세상에 넓은 세상의 모순이 응결된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위계, 혐오, 차별, 고용불안, 인간 존엄의 대동세상이 아니었다. 작가는 여기에 실린 8편의 열쇳말을 관통하는 작품으로 “욕망의 배 페스카마”을 올리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여전히 희망은 있는가?

 

이 소설집에 실린 표제작을 제외한 7편은 “패밀리 비즈니스”, “카메라맨”, “하얀 개”, “부부젤라”, “통차이” “의원면직”과 “벽소령의 여름”이다. 시대적 배경은 IMF 기점 전후다.

 

“카메라맨” 이 글은 (월간문학 2021.12 <미스터 리>란 제목으로 실렸다)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사단장 차를 몰다가 우연히 사진을 찍게 된 미스터 리는 이 프로, 이과장, 이 차장의 삶을 들여다본다. 월급쟁이들은 회삿돈 삥땅치고, 미스터 리 같은 이들이 고발하고, 그 덕에 기능직에서 정직이 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그렇게 인생은 그렇게…. “벽소령의 여름” 주인공 화자인 “나”도 한 때, 여행 전문신문사에서 잘 나가다가 유튜브 시대에 밀려 고꾸라지고, 자전거 타고 관광지 유람하면 칼럼, 여행기를 쓴다. 돈이 목적이라면 글쓰기는 산출 효과 제로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

 

IMF구제 금융 대신에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받아들인 한국

 

“패밀리 비즈니스”, 자영업, 웃기는 소리 마쇼. 자 봅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IMF는 김영삼 말기에 터진 금융대란과 경제위기를, 그렇게 머리 좋다던 경제관료들이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대통령이 바뀌면서 온 국민이 금가락지, 아이 돌 반지, 심지어는 금이빨까지 빼서 금 모으기 운동에, 나랏빛갚자고…. 어찌 됐든,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순간, 우리 사회에서는 사오정(45살이면 회사에서 떠나야 한다) 시대 “의원면직”과 정규와 비정규, 88만 원의 청년세대가 난데없이 출현한다. 이런 사정은 나아질 기미도 없어 홀벌이 가정은 맞벌이로 청년세대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당연하게 여기에 된 시대가,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은 조선왕조 600년의 연장선에서 나라를 농단하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패밀리 비즈니스”는 다 아~ 옛날이여…. 대기업의 외주 하도급 월급쟁이일 뿐, 이미 중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치워지고, 달리는 기차도 점점 빨라져 한 번 낙오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KTX, SRT 급의 속도로 가는 피로 사회,

 

벌어지는 격차, 혼란 소용돌이 한국 사회

 

“하얀 개” 검은 개(블루칼라)가 아니라 다행이라 여겼건만, 월급쟁이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 노무 제공은 “노동력”이지만, 인격까지 종속되니, 배알이 꼬이더라도 어쩔 것인가,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아야지, 이런 게 하얀 개의 인생이지, 직장 갑질이 모양새가 지주와 마름 그리고 소작농과 다를 바 무에 있겠는가, 까라면 까고, 법인은 내 개인 재산이라는 인식, 회삿돈은 내 돈이고, 내 돈은 원래 내 돈이야. 부부젤라, 의원면직….

 

그래도 낭만은 있어야지

 

“통차이” 멋진 여유와 힐링을 위해서, 때로는 우리 사회에서는 금전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을 위한 활동도 필요하지 않을까. 통차이같은 멋진 사람들이 있기에, “벽소령 이야기”도

 

욕망의 배 “페스카마”의 확대판이 한국 사회임을

 

바다에 떠다니는 참지잡이 배, 그 안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1996년 8월 초이틀의 일이다. 바닷일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중국 국적의 우리 동포 조선족 막일꾼(갑판원)을 태운 페스카마호, 선장은 은퇴했다 다시 배를 탄 월급쟁이 선장이고, 해양대를 나와 목돈을 마련해서 채 결혼식도 못 올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갑판장은 노름으로 날린 돈과 노름을 위한 밑천마련을 위해 보합제(정액제+성과급)를 택한 이들, 중국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이영춘 변해버린 중화인민공화국은 더는 무상교육은 없다. 교사 월급으로는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아들의 대학 수업료를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조선족 선원들은 웃돈을 주고 여기까지 왔는데, 정해진 월급 외는 아무것도 없다. 거기에 내리 꽂히는 주먹과 무차별 구타, 한국 선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욕설을 감내하면서 더 큰 욕망을 안고 탄 배,

 

참치어장에는 페스카마호보다 몇 배나 더 크고, 첨단 기기를 장착한 어선들, 어획량은 신통치 않고, 외부적 조건, 환경적 요인 모두가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서면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지옥으로 향한다. 조선족과 함께 탔던 인도네시아 선원들,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 선창에 꽉 들어찬 고기도 없다. 거기에는 절망만이 들어 있을 뿐, 이대로 일하다가 죽을 것 같다. 미칠 것 같다. 욕망을 넘어선 그 무엇이 폭발한다.

 

박정희 경제개발시대의 고도압축경제 성장의 후유증의 그림자는 우리 사회를 뒤덮을 정도로 넓고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정전국 남과 북, 유리할 것 하나도 없는 지리여건 속에서 수출드라이브로 경제 수준을 높였다. 이후 찾아온 IMF 사태, 신자유주의 전후로 벌어진 한국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노동은 천하다. 화이트 컬러시대다. 신기술 시대다. 이 시대 우리 사회는 욕망의 배 페스카마의 확대판이다. 작가는 이 소설선에서 양극화와 물신,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넘쳐나는 헬조선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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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몸 - 가장 인간적인 몸을 향한 놀라운 여정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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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몸

 

호모 사피엔스라고 명명했던 칼 폰 린네 “신은 창조했고 신의 기록관인 린네가 분류했다”라는 자신만만한 자평으로 유명하다. 그는 호모사피엔스를 네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 기준은 대륙과 피부색이었다. 호모사피엔스의 피부는 대륙별로 다르고 성향과 능력도 차이 난다고, 유럽인은 백색, 아메리카인은 붉은색, 아시아인은 갈색, 아프리카인은 흑색으로, 요즘 인종의 색깔을 구분해 부르는 방식의 시조라 할까.

 

지은이는 문화 영화학을 연구한다. 이 책<사피언스의 몸>은 대중 교양서다. 사람은 몸이 아프거나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면서 몸매 관리를 할 때나 진지하게 자기 몸에 관해 관심을 둔다. 건강할 때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몸은 신체고, 얼굴은 다들 다르게 생겼지, 연예인 뺨칠 정도의 미남자도 미녀도 아닌 바에야, 나하고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이다.

 

"몸"이 뭐지라는 생각을 촉발한다

 

이 책의 발상이 기발하다. 과문한 탓에 이런 유의 인문학 서적을 그리 많이 읽지 않아서일까, 접근방법이 지금까지도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톺아보고 있다. 피부색과 출신지에 따라서 능력이 달라지나, 한국인의 IQ가 세계 2, 3위를 다툰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에 왜 우리는 무조건 긍정하고 지지하는가, 실제로 대륙이나 피부색에 따라 머리가 좋고 나쁨,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과학적인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믿는 것일까 그저 믿고 싶다고 생각할 수밖에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얼굴, 눈과 코 그리고 입의 역할과 표정

 

이 책은 우리의 얼굴에서 시작하여 눈과 코, 그리고 입의 기능에 대해서 논한다. 누군가와의 의사소통에서 언어는 사실상 30% 정도 수준 밖에, 나머지 70%는 흔히 말하는 감과 분위기다. 이른바 촉감, 감촉으로 미묘한 뭔가를 느낀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나를 무시하는지, 친절하고 격식 있는 대화를 나누지만, 그의 표정은 그 반대라면 금방 알아채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때라도 논리적으로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해도 알 수 있다.

 

지은이는 13장에 걸쳐, 우리 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유인원과 다른 2%가 전혀 다른 영역으로, 잘생기고 예쁜 몸은 신화가 됐다. 9등신에 8등신, 다산의 기원에서 늘씬한 몸매에 이르기까지, 몸이 느끼는 고통은 과학 발달의 원동력이, 아프면 약을 찾고, 다치면 수술을 받듯,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은 어찌 보면 과학기술 발달의 목적이었다. 위에서 말한 피부색이 불러일으킨 우월주의, 인종과 이데올로기, 전형적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 질병과 노화, 그렇다면 몸의 주인은 누구인가, 몸은 정신을 담는 도구 그 이상인가?

 

몸에 관련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사람과의 거리를 다시 새롭게 정립하게 된 코로나19대유행, 가까이 지내야 하는데,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전염성은 사랑하는 내 주변 사람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고 보는 점 또한 꽤 신선하다.

 

이른바 지은이의 발상이 흥미롭다. 사물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전혀 달라 보이기도 한다. 세상 기준, 건물도 건축물도 공공시설의 배치와 기능도 모두 비장애인 기준이다. 장애인의 출입은 아예 전제하지 않는다. 이렇게 무의식 아니, 세상 중심에 관한 생각이 다양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들이 다 보인다.

 

다른 사람의 몸을 지배할 권리

 

아이는 태어나면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어릴 때는 부모 등 보호자의 돌봄이 당연히 필요하다. 본디 인간이란 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성장발달이 한없이 늦으니 어쩔 수 없는 자연질서다. 이러한 사정이 어느덧 자식은 내 소유물인 것처럼 내가 돌보고 키웠으니, 그의 미래 인생에 관한 결정권도 그들에게 있다고 착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하는데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관여하느냐는 마약 중독자의 변명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때 등장하는 논리가 국민에 관한 국가의 관여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권리라는 것에 국민의 몸을 지배할 권리까지 포함되는가?, 기업은 노동자와 계약관계의 대상물은 “노동력” 혹은 “노무제공”이라는 서비스만을 노동자의 몸을 지배할 권리는 없다. 이는 명백하다.

 

자 이런 관점에서 인간의 몸을 왜 “사피엔스의 몸”이라 제목을 붙여서 하나하나 톺아보고 설명하는지, 이는 아마도 종에 관한 설명을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속에 놀라울 정도로 우리 몸에 관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눈이 말하고, 입이 왜 침팬지 등의 유인원과 달리 진화했는지를.

 

성에 있어서 자유로운 결정, 내가 누구와 섹스를 하든 성년자의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성”을 내가 먹고사는 삶의 방편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까, 매혈해서 먹고 사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는 꼬꼬무적 의구심 불러일으킨다.

 

차별금지로 이어지는 몸에 관한 생각들, 피부, 인종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문화 특히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내 몸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고, 소유권의 제한을 받는 경우는 어떨 때인지, 어떤 의미에서는 꽤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듯 여겨진다.

 

미국의 유명한 흑백인종차별의 상징이었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버스 보이콧 사건 1955년 12월 5일 로사 파크스는 이 시의 조례로 버스 이용 때 백인 우선주의에 반기들었고, 결국에는 이 차별조례를 없어졌다. 인종에 따른 우선 배려권인 미국의 적극 조치가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무슨 말인가, 인종을 차별해서는 안 되지만, 어떤 특정 인종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도 안 된다. 이 무슨 개소리인가? 하지만 역사는 늘 진보하지는 않는다. 이런 퇴행도 보이기에 진보의 가치가 소중한 게 아닌가

 

이렇게 몸이란 열쇳말로 다양한, 다각도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제기한 이 책은 흥미롭다. 대중 교양서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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