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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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뭔지

 

작가 정성문의 단편소설집<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이 제목을 표제작으로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을 터,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다, 바다에 배가 뜨면 세계 어디로 가든 그 배 안은 국적에 따라 당해국의 치안이 적용되니, 움직이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작은 세상에 넓은 세상의 모순이 응결된 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위계, 혐오, 차별, 고용불안, 인간 존엄의 대동세상이 아니었다. 작가는 여기에 실린 8편의 열쇳말을 관통하는 작품으로 “욕망의 배 페스카마”을 올리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여전히 희망은 있는가?

 

이 소설집에 실린 표제작을 제외한 7편은 “패밀리 비즈니스”, “카메라맨”, “하얀 개”, “부부젤라”, “통차이” “의원면직”과 “벽소령의 여름”이다. 시대적 배경은 IMF 기점 전후다.

 

“카메라맨” 이 글은 (월간문학 2021.12 <미스터 리>란 제목으로 실렸다) 군대에서 운전병으로 사단장 차를 몰다가 우연히 사진을 찍게 된 미스터 리는 이 프로, 이과장, 이 차장의 삶을 들여다본다. 월급쟁이들은 회삿돈 삥땅치고, 미스터 리 같은 이들이 고발하고, 그 덕에 기능직에서 정직이 되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그렇게 인생은 그렇게…. “벽소령의 여름” 주인공 화자인 “나”도 한 때, 여행 전문신문사에서 잘 나가다가 유튜브 시대에 밀려 고꾸라지고, 자전거 타고 관광지 유람하면 칼럼, 여행기를 쓴다. 돈이 목적이라면 글쓰기는 산출 효과 제로인 노동이라고 생각하면서.

 

IMF구제 금융 대신에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받아들인 한국

 

“패밀리 비즈니스”, 자영업, 웃기는 소리 마쇼. 자 봅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IMF는 김영삼 말기에 터진 금융대란과 경제위기를, 그렇게 머리 좋다던 경제관료들이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대통령이 바뀌면서 온 국민이 금가락지, 아이 돌 반지, 심지어는 금이빨까지 빼서 금 모으기 운동에, 나랏빛갚자고…. 어찌 됐든,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순간, 우리 사회에서는 사오정(45살이면 회사에서 떠나야 한다) 시대 “의원면직”과 정규와 비정규, 88만 원의 청년세대가 난데없이 출현한다. 이런 사정은 나아질 기미도 없어 홀벌이 가정은 맞벌이로 청년세대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당연하게 여기에 된 시대가,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은 조선왕조 600년의 연장선에서 나라를 농단하니,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패밀리 비즈니스”는 다 아~ 옛날이여…. 대기업의 외주 하도급 월급쟁이일 뿐, 이미 중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치워지고, 달리는 기차도 점점 빨라져 한 번 낙오되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KTX, SRT 급의 속도로 가는 피로 사회,

 

벌어지는 격차, 혼란 소용돌이 한국 사회

 

“하얀 개” 검은 개(블루칼라)가 아니라 다행이라 여겼건만, 월급쟁이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 노무 제공은 “노동력”이지만, 인격까지 종속되니, 배알이 꼬이더라도 어쩔 것인가,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아야지, 이런 게 하얀 개의 인생이지, 직장 갑질이 모양새가 지주와 마름 그리고 소작농과 다를 바 무에 있겠는가, 까라면 까고, 법인은 내 개인 재산이라는 인식, 회삿돈은 내 돈이고, 내 돈은 원래 내 돈이야. 부부젤라, 의원면직….

 

그래도 낭만은 있어야지

 

“통차이” 멋진 여유와 힐링을 위해서, 때로는 우리 사회에서는 금전이 아니라 인간성 회복을 위한 활동도 필요하지 않을까. 통차이같은 멋진 사람들이 있기에, “벽소령 이야기”도

 

욕망의 배 “페스카마”의 확대판이 한국 사회임을

 

바다에 떠다니는 참지잡이 배, 그 안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1996년 8월 초이틀의 일이다. 바닷일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중국 국적의 우리 동포 조선족 막일꾼(갑판원)을 태운 페스카마호, 선장은 은퇴했다 다시 배를 탄 월급쟁이 선장이고, 해양대를 나와 목돈을 마련해서 채 결혼식도 못 올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갑판장은 노름으로 날린 돈과 노름을 위한 밑천마련을 위해 보합제(정액제+성과급)를 택한 이들, 중국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이영춘 변해버린 중화인민공화국은 더는 무상교육은 없다. 교사 월급으로는 먹고살기도 팍팍한데 아들의 대학 수업료를 어찌 감당한단 말인가, 조선족 선원들은 웃돈을 주고 여기까지 왔는데, 정해진 월급 외는 아무것도 없다. 거기에 내리 꽂히는 주먹과 무차별 구타, 한국 선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욕설을 감내하면서 더 큰 욕망을 안고 탄 배,

 

참치어장에는 페스카마호보다 몇 배나 더 크고, 첨단 기기를 장착한 어선들, 어획량은 신통치 않고, 외부적 조건, 환경적 요인 모두가 악순환의 고리로 들어서면서, 욕망의 배 페스카마는 지옥으로 향한다. 조선족과 함께 탔던 인도네시아 선원들,

 

선상 반란이 일어난다. 선창에 꽉 들어찬 고기도 없다. 거기에는 절망만이 들어 있을 뿐, 이대로 일하다가 죽을 것 같다. 미칠 것 같다. 욕망을 넘어선 그 무엇이 폭발한다.

 

박정희 경제개발시대의 고도압축경제 성장의 후유증의 그림자는 우리 사회를 뒤덮을 정도로 넓고도 길게 드리워져 있다.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정전국 남과 북, 유리할 것 하나도 없는 지리여건 속에서 수출드라이브로 경제 수준을 높였다. 이후 찾아온 IMF 사태, 신자유주의 전후로 벌어진 한국 사회의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노동은 천하다. 화이트 컬러시대다. 신기술 시대다. 이 시대 우리 사회는 욕망의 배 페스카마의 확대판이다. 작가는 이 소설선에서 양극화와 물신,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넘쳐나는 헬조선을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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