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키스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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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 국민작가 아나 그루에, 20년간의 기자 생활을 거쳐, 40대 후반에 소설가로 변신 코지 미스터리(가볍고 편안한 범죄 추리물로 작은 마을에서 아마추어들이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장르)의 여왕, <이름 없는 여자들> 등 7권까지 나온 ‘단 소메르달 시리즈’ 인구 600만의 덴마크에서 75만 부, 인구의 100명 중 13명이 그의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다.

 

유럽 정서를 잘 담은 것인지, <이름 없는 여자들> 프랑스어판은 2012년 푸앵 독자대상을 수상, 유럽 마을에서는 알아주는 이야기꾼이 된 셈이다.

 

 

 

이 책은 50꼭지가 실려있다. 이번 이야기는 <유다의 키스>다. 2007년 3월 3일 토요일부터 2007년 6월 22일 금요일까지 100여 일, 2006년 여름, 6월~10월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2007년 3월 27일로,

 

단 소메르달과 플레밍 토르프사이, 이들의 인연 또한 재밌다.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플레밍은 단을 내 여자를 빼앗아간 놈이라 한다. 한때의 연적이자 절친이며 라이벌인 이들의 좌충우돌 미스터리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코펜하겐까지는 차로 1시간이면 닿는 평화로운 해안 도시 인구 3만 4천의 크리스티안순에서 피투성이 시신이 발견된다. 구형 컴퓨터 모니터에 밑에 머리가 깔린 미카엘 키엘센, 수사관 플레밍은 단서를 찾지 못하고, 단 소메르달, 딸 라우라가 좋아하는 선생님 우르술라 올레센이 젊은 약혼자에게 사기를 당해, 충격에 빠졌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야콥(헤우린)은 우르술라에게 “난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당신의 남자친구라고. 게다가 내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 보낼 생각이라고”(31쪽), 이 한마디에 53살의 우르술라는 제정신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29살의 야콥은 24살 연상의 한 마리의 봉을 낚았고, 우르술라는 재산을 탈탈 털렸다. 로맨스 사기, 공허한 마음의 틈새를 파고들어, 갉아먹는 이는, 누구인가?, 우르술라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우르술라, 야콥의 의도를 이미 짐작, 아니 알고도 보내는 갈등. 이후 찾아오는 좌절, 외로움이(이 대목의 암시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딸 라우라는 아빠에게 사기꾼을 잡아달라고 메일로 부탁한다...아마추어, 아니 친구 플레밍 사건 수사를 지켜보면서 어깨너머 배웠던 단은 나름의 감각으로 혼자 수사, 뭐 사립탐정이라 노릇이라고 해두자. 29살의 194센티의 장신 사기꾼 야콥의 정체도 알 수 없고, 구름 속인지 안개 속인지 헤매는 동안, 이를 지켜보던 아내 마리아네는 솔로 중년들이 찾는 데이트 파트너주선 사이트를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11, 단은 야콥을 뒤를 쫓았다. 요하킴 헤인센이라는 이름으로 뇌종양에 걸려 시한부 생을 사는 비르기테 욘스와 결혼, 그녀가 죽은 뒤(아니 죽인 뒤). 재산을 꿀꺽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야콥과 한패인 또 다른 사기꾼 캐스(에릭 캐스펠트)가 변호사로 둔갑해 야콥이 희생자들의 재산을 가로채는데 공모한다. 야콥은 또 다른 이름 야콥은 요하네스 얀센. 제이로…. 51세, 한 달 전 EU 로또 특별추첨으로 당첨금을 받은 여성을 비롯, 50~60대 주로 로또에 당첨됐던 피해여성들…. 이들에게 접근, 공략하는 묘사가 흥미롭다.


중년 데이트 사이트에 야콥을 찾는 광고(나이 29세, 키 194센티미터, 금발에 파란 눈, 어깨에는 문신이 있음)를 올리자, 제보가 이어지고, 이를 따라가던 단과 플레밍은 야콥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알게 된다.


미카엘의 죽음과 요하네스 얀센, 이들 관계는, 사건의 연결고리는, 종교단체 주님의 집은, 사이비종교에 나이 많은 외로운 여인들만 공략하는 야콥, 그의 감정의 밑바닥을 흐르는 것들은 “속죄( 프레야시타)”……. 야콥에게 새겨진 문신의 의미, 거룩한 고양이와 사랑하는 엄마가 범죄의 유인이 된 것인가? (요하네스 한센이자 제이의 동생이다. 그 가족은 모두 '주님의 집'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신도들이다).

 

 

 

이미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그저 달릴 수밖에 없는 야콥, 요하네스 한센 그리고 제이는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여성들 상대로 사기쳐 가로채 돈으로 인도의 한마을에서 40명의 가난한 아이들을 돌봐주며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프레야시타를 운영한다. 그는 무슨 이유로 단체의 이름을 속죄의 의미인 프레야시타로 정했을까? 제이는 왜 자신을 유다로 여겼을까? 제이의 젊은 시절 연인 카마 또한 왜 제이를 유다라 여겼을까?

 

이 소설의 재미는 그저 쉬이 읽힌다…. 명성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인공 단의 본업은 카피라이터여, 부업은 사립탐정?, “유다의 키스”의 진정한 의미는 주교의 군대가 신의 아들을 십자가형에 처하고 체포할 때까지…. 예수께 입을 맞춘다. 예수께…. 아마도 “키스”는 배신과 밀고, 가치를 없애버리는 강렬한 메시지일 것이다.

 

이리저리 복선을 깔고 여러 인물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나, 그 줄기의 흐름은 외로움, 허전함을 파고드는 독인가?

이 소설은 다시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 할 대목들이 많다. 상상과 추리를 해나가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머리 속으로 스치고 지나가는 몇 편의 영화(세인트 등)장면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유다의키스#아나그루에장편소설#코지미스터리#북로드#덴마크소설#북유럽문학#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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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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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지은이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공부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스페인인 남편, 아이들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스위스에 살면서도 부지런히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하는 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자유기고가로서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책 <오래된 유럽>의 첫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펼쳐지는 유럽, 그리고 인종차별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자 일순 당황했다. 책 제목은 오래된 유럽이라 유럽의 깊은 이야기가 펼쳐질 줄 기대했었는데, 그러다가 유럽 교육 편으로 넘어가서는 꽤 귀담아 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내친김에 한 두 마디 보태련다. 당신이 아는 유럽은 없다는 부제, 대단히 선정적이다. 누가 유럽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단 말인가.

 

 

지은이 자신도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박홍규 역, 교보문고 2015, (1978년 판) 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듯, 또 다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담긴 내용, 전형적인 유럽의 이미지는 여러분의 허상이라는 메시지다. 유럽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 지역 정서 바탕을 이루는 종교의 영향과 문화, 과학, 기술, 한때 세상의 중심 무대였기에 잘 발달한 법, 사회제도, 인권보장, 소수자의 보호 등은 당신 생각과는 달리 사정이 복잡하다. 두 세대 전의 유럽, 한 세대 전 유럽이 다르듯, 예전의 유럽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하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에서는 뿌리 깊은 흑백차별의 역사와 백신 논쟁 그리고 코로나 방역에 반기를 드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2부에서는 유럽의 민낯, 스위스 국민투표 들여다보기, 유럽의 교육시스템,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 값비싼 보편적 보장으로, 3부에서는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는 별책으로 떼어 낼 만큼 풍부한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유럽의 불평등, 기본소득,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 정치적 올바름은 정치적?, 공정한 언어, 프라이버시권의 한계 등 첨예한 의견대립 혹은 자세한 여러 분석과 이론의 대립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솅겐 조약, 오리엔탈리즘, 축구와 다문화, 이방인은 잠재적 범죄다. 유럽의 무슬림까지 아무튼 너무 배부를 정도다.

 

지은이는 유럽 시민사회를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글의 성격이 시론(時論)이라서 시의성과 시사성을 담고 있다. 유럽교육제도는 잘 봐야해 잘못보면 강남 귤이 강북가면 탱자가 되듯, 낭패를 볼 것이야...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는 존엄사? 좋은 죽음인가 나쁜죽음인가에 관한 논쟁들, 오리엔탈리즘 등 체제 바탕을 이루는 교육과 의료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살펴보고 있다. 공정한 언어란 성을 특정하는 단어 대신에 복수형을 쓰지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도 논쟁 중이다. 아무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논쟁을 통해서 정리돼가는 과정은 유럽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진석<나 홀로 읽는 도덕경>은 철학이란 동양의 것이 아니라 서양의 것이고, 철학을 한다를 끌어온다면 공자, 노자 등이 바로 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상과 철학에 대한 구분을 비롯하여 우리의 과학, 역사 구분 등이 알게 모르게 서양의 척도로 동양을 재는 부분이 없지 않음을 꼬집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평, 공정한 교육, 이른바 참교육의 현장으로 자주 소개되는 핀란드 등은 우선 제쳐두고 지은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자.

" 많은 한국인이 '유럽식 교육'을 이상적으로 본다. 경쟁이 없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직장에서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101쪽)

유럽식 교육에 관한 우리의 착시현상

 

 

지은이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김나지움 입시 대비 학원, 개인 교섭이 성황일까. 왜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위스 상위 5퍼센트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들 할까, 이어서 "나는 스위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인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지 않을까? 성숙한 시민(주체적인 자기 운명의 결정자로서), 일 잘하는 시민(여기서 시민은 대상화된 만들어진 인간을 말하는 듯하다). 직업계고에 대해서도 말한다. 1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고 나머지는 공장 등에서 일을 배운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도제학교 방식이다(이 대목도 중요하다. 따로 떼어내어 다루어야 할 정도로 논쟁거리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특성화고(직업계고)현장실습생이 스러졌다. 안전무감증,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현장실습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방식을 고민해보자

 

 

이 책은 현대 유럽 사회의 첨예한 쟁점을 건드리고 있다. 주제 하나하나가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말도 많고 이론과 이론(異論)이 난무한다. 지은이의 글이 눈에 익숙하다. 아마도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이 책에 많이 실려서 일 것이다.

 

정태적, 박제돼 규격화된 유럽은 어디에도 없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좁아지면 거품을 일으키며 콸콸….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충분히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교양서로서, 유럽을 보는 우리의 눈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충분히 세계적인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의 수준으로 수렴돼가는 중이라는 점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물론, K 한류, K팝이 전부인 양 전달 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지은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시사인>에 김진경, 자유기고가의 글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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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끝에서 만나
안지숙 지음 / 문이당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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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주 끝에서 만나>에서, 인간의 욕망 끝이 닿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욕망 속에 숨겨진 선과 악의 야누스적 공생을, 선의든 악의든 인간이기에 갖는 감정이라고, 그 자체의 확인이 바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이 소설은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VR이란 매개를 통해서

에덴은 없어, 인간은 그런 곳에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사람들이 원하는 건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에덴이 아니라 각자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기만의 에덴이야. 나는 그 에덴에 알파 에덴이라 이름을 붙였어. 블랙홀을 통과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설정했어.

블랙홀은 모든 것이 소멸하는 곳을 상징하는데 다르게 보면 다시 태어나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해. 개개인들의 욕망이 해체됐다가 새로운 욕망으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알파 에덴에 도착하기 위해 블랙홀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치는 거지(260쪽)

주인공 나는 현도, 원재와 미림 이렇게 조합, 어울리지 않지만, 이들 사이들 두고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게임크리에티브, 이른바 게임개발자 원재, 그의 친구 박현도, 추미림은 부부가 됐다. 원재는 현도가 미림을 유혹해, 자기로부터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도가 끌리는 진정한 블랙홀은 원재였다. 원재였기에 미림을 통해서건, 직접적이든 그를 곁에 두려 했다. 블랙홀은 소멸인 동시에 새로 태어난 공간이란 바로 이런 의미인가…. 현도, 그의 또 다른 자아인 듯한 원재와 관계에서 뭘 느꼈을까?

아무튼 현도는 에덴 찾기 콘셉트로 VR 게임을 만들며, 개발자인 원재는 에덴 찾기 속에서 다시 블랙홀 게임을 만든다. 어린 시절 친구에서, 미림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게임사 사장과 개발자의 관계로…. 왔다 갔다 하는 의미는 무얼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감정일까, 이 역시 에덴? 블랙홀 조금 어렵다.

요즘 심심치 않게 TV에 등장하는 게임선전들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경계 지점, VR(가상현실) 속에서 현도는 전사가 되고, 적들과 싸운다. 그리고 효과로 지진이 일어나면, 어지러움과 실제도 고통을 느끼는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게 게임시장 내놓을 것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블랙홀이라는 게임이 나온다. 에덴과 블랙홀은 카오스 인가, 카오스는 일정한 조건에서만 안정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뭘까, 악의도 선의도 없는 그런 상태인가, 인간에게 이런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게 가능한가, 설사할 수 있더라도 얼마만큼. 어느 정도 가능할까? 라는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게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우리는 에덴을 찾아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규율에 복종하는 조건으로 선택된 자만이 갈 수 있는 에덴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작가는 촌철살인으로 허영과 현실 사회 질서의 왜곡을 단숨에 짚어낸다. 에덴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이며 약한 자의 바람일 뿐이다. 인간은 본디 이기적인 존재이고 에덴은 수천 년 동안 개인들의 욕망으로 존재해 온 것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주어지는 에덴은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에덴은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VR을 통해서 내 심연을 봐야겠다는 현도, 블랙홀의 정면이 나를 노려본다. 그것이 뭔지 모르지만, 끝장을 보기 위해서는 내 심연의 블랙홀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너의 얼굴이 될지 나의 얼굴이 될지.

인간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작가는 지긋이 그리고 아주 집요하게 선과 악을 번갈아 가면서 톺아본다. 들여다보려 한다. 현도와 원재의 마음속을, 아바타를 통해서 내 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불러낸다. 선인지 악인지도 모른 채, 때로는 선의로 때로는 악의로 드러나려는 감정들, 이 소설은 쉬운 듯 어렵게 느껴지게 하는 대목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에덴과 블랙홀로 정의되는 것들 사이로 비치는 현실 세계의 모습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소설을 읽는 재미란 그 자리에서 일순 끝까지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림을 그려가면서 따라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미 따라가야 할 가상현실이 있고, 또 그 속에 들어가서 이를 그리면서 쫓아가기에는…. 조금 무리인 듯싶다.

<우주 끝에서 만나>는 결국 주인공인 나 현도, 그리고 또 다른 나처럼 여겼던 원재와 관계에서 자신을 본다. 어떤 인간이며, 무엇을 원하며 살아왔는지를….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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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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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고 임세원 선생의 유족은 생전에 선생이 삶의 철학을 실천하려 한다.

 

 

2018년 12월 31일, 그해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끝나기 남아 진료하려던 임세원 선생은 환자의 그 무엇에 의해 세상을 떴다. 유족들은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선생의 유지만을 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19년 그 메아리가 사회에 잔잔히 퍼져 "임세원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2020년 그는 의사자(의롭게 죽은 사람)로 지정됐다.

 

이 책은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 개정판으로 선생의 아내 신은희 님이 그의 미공개 원고를 실어 다시 펴낸 것이다.

 

신은희 선생은 왜 남편 임세원 선생의 저서를 다시 펴냈을까? 라는 궁금증이 앞섰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 표지 뒤에 실린 글을 남편은 언제고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속편으로 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

 

 

나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은 환자들은

퇴원할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도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260쪽)

 

 

고통이 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가치는 임세원 선생 자신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치료를 끝내면 곧 낫겠지라는 희망은 무참히도 깨져버렸고, 수년간 그를 괴롭힌 원인 모를 통증, 지쳐가는 심신, 이에 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쓴 책이 바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였다. 육필에 온 힘을 기울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이 책이다. 2부와 262쪽에 추모의 글과 부록으로 보고 듣고 말하기가 실려있다.

 

 

그는 1장에 고통이 나에게 알려 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2장에서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3장에서는 희망과 함께 가라고, 4장 오늘 이 순간을 살기 위하여

 

 

이 책 속에는 중요한 4가지의 메시지(한 번 더 생각해보기)가 담겨있다.

 

 

첫째는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조금 아는 것 많이 아는 척, 진짜 전문가는 많은 경험과 이론을 아는 전문가다. 모든 걸 쉽게 말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 혼자 생을 마감했다는 착각, 이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생각하라, 마음의 상처를 두고 가는 건 어느 이기적이지 않겠는가,

셋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과거가 아닌 오늘, 현재를 사는 것,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넷째, 고통을 겪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의미,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우리 가족은 함께라는 것을 상대가 느끼게 해 주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족은 함께 고난을 견디며 더 단단해지는 법이다.

 

참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말들이다.

 

자신은 의사로서 환자들을 앞에 두고 과학적, 이성적, 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말만 해왔다. 환자에게 희망이란 처방에 인색한, 아니 익숙하지 못했던 그 날들, 자신이 환자로 원인 모를 고통에서 힘들어할 때, 누군가 내 맘을 알아주고, 희망이란 처방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을 한 임세원 선생은 그저 냉정하고 이성적인 의사였더라면 그날 그렇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환자 고통의 의미를 이해했던 만큼, 그리고 남겨진 그의 가족들은 선생의 고통과 싸우는 힘겨워했던 모습을 지켜봤기에 모든 상황을 알고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신과 마음의 병이 흉기가 됐다는 것을 알기에, 죽인 자의 처벌을 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향해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것들을 제발 그러지 말라고 당부한다. 진정한 이해와 배려를 부탁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우리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이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사람을 해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우리 주변에 무서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풀어놓는가,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무서운 사람들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이라는 소리 또한 그 여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비로소 세상은 정신의 병, 마음의 병을 조금 이해하려고 움직인다. 어디까지나 조금, 아주 조금 알려고 말이다.

 

누구든지 마음의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공황장애로, 우울, 조울로도 눈에 보이는 것 모든 것이 풍성한 세상, SNS, 손만 뻗치면 정보를 알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오는 쌓이는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마음의 병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알고 다스려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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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메이카 하시모토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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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조지아주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장장 3,360킬로미터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산길), 이 소설의 주인공 토비의 모험이 펼치지는 무대다 645킬로미터 황무지를 지나 마운트 카타딘 정상에 이르는 트레일의 험난한 구간도 들어있다.

 

작가 메이카 하시모토, 일본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산을 배웠을까? 산에 대한 호감이 가게 한다. 이 책으로 만들어질 영화 <트레일>(아직은 모르지만, 제작이 결정됐다고 한다.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모양이다). 번역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조금 해야겠다. 김진희 번역가의 고심 흔적과 큰 노력이 전해져 온다. 단어 선택을 위해 사전을 많이 펼쳐보고 고민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문득 그렇게 느껴졌다. 자, 책 속으로 여행을

 

12살 소년 토비의 대모험

 

우리의 용감한 12살 난 소년 토비, 부모의 이혼과 함께 보스턴 교외에서 버몬트주 노리치의 할머니 집으로 이사 와서 만난 절친 루카스, 보스턴에서 아빠 차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빗길 속에 무스(엘크사슴)가 뛰어들어 사고가 일어나, 팔에 깁스하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그를 찾아온 게 바로 루카스였다. 퇴원 후에는 마블 코믹스 만화를 가져다주는 등….

 

이들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처럼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꿈꾼다. 지난 여름 방학 토비와 루카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낚시하러 가기, 벌레 먹기 등등…. 그리고 #10: 애팔래치아 트레일에서 하이킹하기(벨벳 락스 쉘터,에서 마운트 카타딘까지), 함께 하나씩 해 보자던 이 약속들. 결국 #9: 돌산에서 로프 스윙하기를 하다 루카스는 사고로 목이 부러졌고, 한 시간 후에 둘이 처음 만났던 병원에서 죽었다.

 

나와 루카스의 버킷리스트 #10을 향해….

 

"나는 루카스와 마운트 카타딘까지 함께 하이킹하기로 약속했어. 그래서 그 약속을 꼭 지키고 말 거야."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놓고 길을 나섰다. 트레일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다. 여기서 두 녀석을 만난다. 아니다. 맨 처음에 만난 친구는 개다. 못생기고 더럽고 야윈 개, 이 녀석이 내 저녁을 훔쳐 먹었다. 게걸스레 뜨거운 파스타를 한입에 먹어 삼킨다. 잔뜩 곤두선 떨, 날카로운 이빨, 악에 받친 듯 매섭게 째려보는 눈빛으로 묘사된 토비, 이 친구 역시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토비 여정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이 녀석에게 토비는 무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또 토비를 도와준 두 친구, 저체온증으로 쓰러졌을 때 덴버와 숀이 구해준다. 이렇게 만든 이 친구들 또한 토비 못지않은 사연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여러 번 트레일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허클베리 핀도 꽤 읽어보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 덴버와 숀, 그리고 무스

 

아무튼 트레일에서 만난 동물들…. 그리고 계곡과 언덕 등 책을 읽노라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그런 풍경들 말이다. 이렇게 해서 트레일을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극이 이어진다. 차갑고 무뚝뚝하게 보이는 숀, 반면에 인정 많아 보이는 덴버, 그리고 무스와 죽은 루카스와의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이 소설을 이어나간다. 실의와 절망, 슬픔과 우울은 트레일의 여정과 함께 점차 줄어들고 대신에 씩씩함이 용기가 그 자리를 채운다.

 

덴버가 실수로 절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순간에 토비와 숀은 손을 뻗어 덴버를 끌어 올린다 죽을힘을 다해…. 마치, 그들이 각자 짊어지고 있던 좌절감과 슬픔 같은 것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버린 듯….

이 소설은 토비와 친구의 성장 소설이다. 절친을 잃은 슬픔, 그와 함께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10을 향해가면서 친구를, 루카스를 놓아준다.

이 소설은 번역이 아주 잘 된 듯하다. 듯하다는 표현은 원서를 보지 못했기에 미루어 짐작할 뿐이라는 의미다. 섬세한 묘사, 재미난 표현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잡히는 입가의 주름, 힐링이란 이런 건가, 읽는 이도 함께 책 속에 뛰어들어 주인공과 어울리는 이런 책 읽기라면 분명 좋은 작품이다.

 

코로나로 힘든 이들, 주말 오후 시간을 내어 가볍게 읽어볼, 아니 웃을 준비를 하고 저녁 약속일랑 아예 접어두고, 밤새 읽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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