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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메이카 하시모토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11월
평점 :
미국의 백두대간이라 불리는 조지아주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장장 3,360킬로미터에 이르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산길), 이 소설의 주인공 토비의 모험이 펼치지는 무대다 645킬로미터 황무지를 지나 마운트 카타딘 정상에 이르는 트레일의 험난한 구간도 들어있다.
작가 메이카 하시모토, 일본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산을 배웠을까? 산에 대한 호감이 가게 한다. 이 책으로 만들어질 영화 <트레일>(아직은 모르지만, 제작이 결정됐다고 한다.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모양이다). 번역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조금 해야겠다. 김진희 번역가의 고심 흔적과 큰 노력이 전해져 온다. 단어 선택을 위해 사전을 많이 펼쳐보고 고민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문득 그렇게 느껴졌다. 자, 책 속으로 여행을
12살 소년 토비의 대모험
우리의 용감한 12살 난 소년 토비, 부모의 이혼과 함께 보스턴 교외에서 버몬트주 노리치의 할머니 집으로 이사 와서 만난 절친 루카스, 보스턴에서 아빠 차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가는 빗길 속에 무스(엘크사슴)가 뛰어들어 사고가 일어나, 팔에 깁스하고 병실에 누워있을 때, 그를 찾아온 게 바로 루카스였다. 퇴원 후에는 마블 코믹스 만화를 가져다주는 등….
이들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처럼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꿈꾼다. 지난 여름 방학 토비와 루카스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낚시하러 가기, 벌레 먹기 등등…. 그리고 #10: 애팔래치아 트레일에서 하이킹하기(벨벳 락스 쉘터,에서 마운트 카타딘까지), 함께 하나씩 해 보자던 이 약속들. 결국 #9: 돌산에서 로프 스윙하기를 하다 루카스는 사고로 목이 부러졌고, 한 시간 후에 둘이 처음 만났던 병원에서 죽었다.
나와 루카스의 버킷리스트 #10을 향해….
"나는 루카스와 마운트 카타딘까지 함께 하이킹하기로 약속했어. 그래서 그 약속을 꼭 지키고 말 거야." 할머니에게 편지를 써놓고 길을 나섰다. 트레일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다. 여기서 두 녀석을 만난다. 아니다. 맨 처음에 만난 친구는 개다. 못생기고 더럽고 야윈 개, 이 녀석이 내 저녁을 훔쳐 먹었다. 게걸스레 뜨거운 파스타를 한입에 먹어 삼킨다. 잔뜩 곤두선 떨, 날카로운 이빨, 악에 받친 듯 매섭게 째려보는 눈빛으로 묘사된 토비, 이 친구 역시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토비 여정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오는 이 녀석에게 토비는 무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또 토비를 도와준 두 친구, 저체온증으로 쓰러졌을 때 덴버와 숀이 구해준다. 이렇게 만든 이 친구들 또한 토비 못지않은 사연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여러 번 트레일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도 허클베리 핀도 꽤 읽어보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 덴버와 숀, 그리고 무스
아무튼 트레일에서 만난 동물들…. 그리고 계곡과 언덕 등 책을 읽노라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그런 풍경들 말이다. 이렇게 해서 트레일을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극이 이어진다. 차갑고 무뚝뚝하게 보이는 숀, 반면에 인정 많아 보이는 덴버, 그리고 무스와 죽은 루카스와의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이 소설을 이어나간다. 실의와 절망, 슬픔과 우울은 트레일의 여정과 함께 점차 줄어들고 대신에 씩씩함이 용기가 그 자리를 채운다.
덴버가 실수로 절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한 순간에 토비와 숀은 손을 뻗어 덴버를 끌어 올린다 죽을힘을 다해…. 마치, 그들이 각자 짊어지고 있던 좌절감과 슬픔 같은 것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버린 듯….
이 소설은 토비와 친구의 성장 소설이다. 절친을 잃은 슬픔, 그와 함께 만들었던 버킷리스트 #10을 향해가면서 친구를, 루카스를 놓아준다.
이 소설은 번역이 아주 잘 된 듯하다. 듯하다는 표현은 원서를 보지 못했기에 미루어 짐작할 뿐이라는 의미다. 섬세한 묘사, 재미난 표현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잡히는 입가의 주름, 힐링이란 이런 건가, 읽는 이도 함께 책 속에 뛰어들어 주인공과 어울리는 이런 책 읽기라면 분명 좋은 작품이다.
코로나로 힘든 이들, 주말 오후 시간을 내어 가볍게 읽어볼, 아니 웃을 준비를 하고 저녁 약속일랑 아예 접어두고, 밤새 읽을 책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