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교수가 세상에 남긴 더없는 온기와 위로
임세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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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말로 고 임세원 선생의 유족은 생전에 선생이 삶의 철학을 실천하려 한다.

 

 

2018년 12월 31일, 그해의 마지막 날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전, 예약 없이 찾아온 환자를 끝나기 남아 진료하려던 임세원 선생은 환자의 그 무엇에 의해 세상을 떴다. 유족들은 할 말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선생의 유지만을 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19년 그 메아리가 사회에 잔잔히 퍼져 "임세원법"이 국회에서 만들어졌다. 2020년 그는 의사자(의롭게 죽은 사람)로 지정됐다.

 

이 책은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 개정판으로 선생의 아내 신은희 님이 그의 미공개 원고를 실어 다시 펴낸 것이다.

 

신은희 선생은 왜 남편 임세원 선생의 저서를 다시 펴냈을까? 라는 궁금증이 앞섰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 표지 뒤에 실린 글을 남편은 언제고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속편으로 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

 

 

나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은 환자들은

퇴원할 때 내게 편지를 전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20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꼬박꼬박 모아 놓은 작은 상자도 어느새 가득 찼다.

그분들은 내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하시고,

나 또한 그분들에게서 삶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나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 전수되어

더 많은 환자의 삶을 돕게 될 것이다.

모두, 부디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이번 주말엔 조금 더 큰,

조금 더 예쁜 상자를 사야겠다 (260쪽)

 

 

고통이 나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가치는 임세원 선생 자신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허리통증을 시작으로 치료를 끝내면 곧 낫겠지라는 희망은 무참히도 깨져버렸고, 수년간 그를 괴롭힌 원인 모를 통증, 지쳐가는 심신, 이에 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쓴 책이 바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였다. 육필에 온 힘을 기울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바로 이 책이다. 2부와 262쪽에 추모의 글과 부록으로 보고 듣고 말하기가 실려있다.

 

 

그는 1장에 고통이 나에게 알려 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2장에서 남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3장에서는 희망과 함께 가라고, 4장 오늘 이 순간을 살기 위하여

 

 

이 책 속에는 중요한 4가지의 메시지(한 번 더 생각해보기)가 담겨있다.

 

 

첫째는 누가 진짜 전문가인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조금 아는 것 많이 아는 척, 진짜 전문가는 많은 경험과 이론을 아는 전문가다. 모든 걸 쉽게 말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둘째,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 혼자 생을 마감했다는 착각, 이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생각하라, 마음의 상처를 두고 가는 건 어느 이기적이지 않겠는가,

셋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과거가 아닌 오늘, 현재를 사는 것,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이다.

넷째, 고통을 겪는 가족과 함께 산다는 의미,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해도 우리 가족은 함께라는 것을 상대가 느끼게 해 주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가족은 함께 고난을 견디며 더 단단해지는 법이다.

 

참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 말들이다.

 

자신은 의사로서 환자들을 앞에 두고 과학적, 이성적, 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말만 해왔다. 환자에게 희망이란 처방에 인색한, 아니 익숙하지 못했던 그 날들, 자신이 환자로 원인 모를 고통에서 힘들어할 때, 누군가 내 맘을 알아주고, 희망이란 처방을 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을 한 임세원 선생은 그저 냉정하고 이성적인 의사였더라면 그날 그렇게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환자 고통의 의미를 이해했던 만큼, 그리고 남겨진 그의 가족들은 선생의 고통과 싸우는 힘겨워했던 모습을 지켜봤기에 모든 상황을 알고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신과 마음의 병이 흉기가 됐다는 것을 알기에, 죽인 자의 처벌을 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향해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는 것들을 제발 그러지 말라고 당부한다. 진정한 이해와 배려를 부탁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우리는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이가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사람을 해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우리 주변에 무서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풀어놓는가,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런 무서운 사람들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이라는 소리 또한 그 여느 때보다 크게 들렸다. 비로소 세상은 정신의 병, 마음의 병을 조금 이해하려고 움직인다. 어디까지나 조금, 아주 조금 알려고 말이다.

 

누구든지 마음의 병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공황장애로, 우울, 조울로도 눈에 보이는 것 모든 것이 풍성한 세상, SNS, 손만 뻗치면 정보를 알 수 있는 그런 세상에서 오는 쌓이는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마음의 병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알고 다스려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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