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유럽 - 당신들이 아는 유럽은 없다
김진경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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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유럽

 

지은이는 대학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공부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스페인인 남편, 아이들과 함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오순도순 살고 있다. 스위스에 살면서도 부지런히 여기저기 기고도 하고 대학에서 공부도 하는 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지은이가 자유기고가로서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이 책 <오래된 유럽>의 첫 들머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펼쳐지는 유럽, 그리고 인종차별 등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자 일순 당황했다. 책 제목은 오래된 유럽이라 유럽의 깊은 이야기가 펼쳐질 줄 기대했었는데, 그러다가 유럽 교육 편으로 넘어가서는 꽤 귀담아 둘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내친김에 한 두 마디 보태련다. 당신이 아는 유럽은 없다는 부제, 대단히 선정적이다. 누가 유럽을 어떻게 규정하고 이미지를 만들었단 말인가.

 

 

지은이 자신도 유럽인들의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박홍규 역, 교보문고 2015, (1978년 판) 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듯, 또 다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담긴 내용, 전형적인 유럽의 이미지는 여러분의 허상이라는 메시지다. 유럽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 지역 정서 바탕을 이루는 종교의 영향과 문화, 과학, 기술, 한때 세상의 중심 무대였기에 잘 발달한 법, 사회제도, 인권보장, 소수자의 보호 등은 당신 생각과는 달리 사정이 복잡하다. 두 세대 전의 유럽, 한 세대 전 유럽이 다르듯, 예전의 유럽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하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하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상식을 뒤엎다에서는 뿌리 깊은 흑백차별의 역사와 백신 논쟁 그리고 코로나 방역에 반기를 드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2부에서는 유럽의 민낯, 스위스 국민투표 들여다보기, 유럽의 교육시스템,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 값비싼 보편적 보장으로, 3부에서는 논쟁으로 보는 유럽 사회는 별책으로 떼어 낼 만큼 풍부한 논쟁거리를 담고 있다. 유럽의 불평등, 기본소득,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 정치적 올바름은 정치적?, 공정한 언어, 프라이버시권의 한계 등 첨예한 의견대립 혹은 자세한 여러 분석과 이론의 대립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리고 4부 코로나 시대와 다문화. 솅겐 조약, 오리엔탈리즘, 축구와 다문화, 이방인은 잠재적 범죄다. 유럽의 무슬림까지 아무튼 너무 배부를 정도다.

 

지은이는 유럽 시민사회를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글의 성격이 시론(時論)이라서 시의성과 시사성을 담고 있다. 유럽교육제도는 잘 봐야해 잘못보면 강남 귤이 강북가면 탱자가 되듯, 낭패를 볼 것이야... 스위스 조력 자살제도는 존엄사? 좋은 죽음인가 나쁜죽음인가에 관한 논쟁들, 오리엔탈리즘 등 체제 바탕을 이루는 교육과 의료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살펴보고 있다. 공정한 언어란 성을 특정하는 단어 대신에 복수형을 쓰지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도 논쟁 중이다. 아무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논쟁을 통해서 정리돼가는 과정은 유럽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진석<나 홀로 읽는 도덕경>은 철학이란 동양의 것이 아니라 서양의 것이고, 철학을 한다를 끌어온다면 공자, 노자 등이 바로 철학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상과 철학에 대한 구분을 비롯하여 우리의 과학, 역사 구분 등이 알게 모르게 서양의 척도로 동양을 재는 부분이 없지 않음을 꼬집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평, 공정한 교육, 이른바 참교육의 현장으로 자주 소개되는 핀란드 등은 우선 제쳐두고 지은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자.

" 많은 한국인이 '유럽식 교육'을 이상적으로 본다. 경쟁이 없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원하면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직장에서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101쪽)

유럽식 교육에 관한 우리의 착시현상

 

 

지은이는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김나지움 입시 대비 학원, 개인 교섭이 성황일까. 왜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을 졸업하면 스위스 상위 5퍼센트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들 할까, 이어서 "나는 스위스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시민을 키우는 것인지, 국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 잘하는 시민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지 않을까? 성숙한 시민(주체적인 자기 운명의 결정자로서), 일 잘하는 시민(여기서 시민은 대상화된 만들어진 인간을 말하는 듯하다). 직업계고에 대해서도 말한다. 1주일에 한 번 학교에 가고 나머지는 공장 등에서 일을 배운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벤치마킹했던 도제학교 방식이다(이 대목도 중요하다. 따로 떼어내어 다루어야 할 정도로 논쟁거리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특성화고(직업계고)현장실습생이 스러졌다. 안전무감증,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현장실습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방식을 고민해보자

 

 

이 책은 현대 유럽 사회의 첨예한 쟁점을 건드리고 있다. 주제 하나하나가 책 한 권 분량이 될 만큼 말도 많고 이론과 이론(異論)이 난무한다. 지은이의 글이 눈에 익숙하다. 아마도 시사인에 기고한 글들이 이 책에 많이 실려서 일 것이다.

 

정태적, 박제돼 규격화된 유럽은 어디에도 없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좁아지면 거품을 일으키며 콸콸…. 문화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충분히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책은 교양서로서, 유럽을 보는 우리의 눈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충분히 세계적인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의 수준으로 수렴돼가는 중이라는 점도 기억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물론, K 한류, K팝이 전부인 양 전달 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지은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시사인>에 김진경, 자유기고가의 글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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