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끝에서 만나
안지숙 지음 / 문이당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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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주 끝에서 만나>에서, 인간의 욕망 끝이 닿은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인간이 욕망 속에 숨겨진 선과 악의 야누스적 공생을, 선의든 악의든 인간이기에 갖는 감정이라고, 그 자체의 확인이 바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이 소설은 가상과 현실의 세계를, VR이란 매개를 통해서

에덴은 없어, 인간은 그런 곳에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냐,

사람들이 원하는 건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에덴이 아니라 각자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기만의 에덴이야. 나는 그 에덴에 알파 에덴이라 이름을 붙였어. 블랙홀을 통과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설정했어.

블랙홀은 모든 것이 소멸하는 곳을 상징하는데 다르게 보면 다시 태어나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해. 개개인들의 욕망이 해체됐다가 새로운 욕망으로 태어나는 곳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알파 에덴에 도착하기 위해 블랙홀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치는 거지(260쪽)

주인공 나는 현도, 원재와 미림 이렇게 조합, 어울리지 않지만, 이들 사이들 두고 긴장감이 돌기도 한다. 게임크리에티브, 이른바 게임개발자 원재, 그의 친구 박현도, 추미림은 부부가 됐다. 원재는 현도가 미림을 유혹해, 자기로부터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도가 끌리는 진정한 블랙홀은 원재였다. 원재였기에 미림을 통해서건, 직접적이든 그를 곁에 두려 했다. 블랙홀은 소멸인 동시에 새로 태어난 공간이란 바로 이런 의미인가…. 현도, 그의 또 다른 자아인 듯한 원재와 관계에서 뭘 느꼈을까?

아무튼 현도는 에덴 찾기 콘셉트로 VR 게임을 만들며, 개발자인 원재는 에덴 찾기 속에서 다시 블랙홀 게임을 만든다. 어린 시절 친구에서, 미림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게임사 사장과 개발자의 관계로…. 왔다 갔다 하는 의미는 무얼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감정일까, 이 역시 에덴? 블랙홀 조금 어렵다.

요즘 심심치 않게 TV에 등장하는 게임선전들처럼….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는 경계 지점, VR(가상현실) 속에서 현도는 전사가 되고, 적들과 싸운다. 그리고 효과로 지진이 일어나면, 어지러움과 실제도 고통을 느끼는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게 게임시장 내놓을 것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블랙홀이라는 게임이 나온다. 에덴과 블랙홀은 카오스 인가, 카오스는 일정한 조건에서만 안정상태가 된다. 이 상태는 뭘까, 악의도 선의도 없는 그런 상태인가, 인간에게 이런 상태로 있을 수 있는 게 가능한가, 설사할 수 있더라도 얼마만큼. 어느 정도 가능할까? 라는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게임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우리는 에덴을 찾아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는지도 모른다. 하나님의 규율에 복종하는 조건으로 선택된 자만이 갈 수 있는 에덴은 그 자체로 폭력이다. 작가는 촌철살인으로 허영과 현실 사회 질서의 왜곡을 단숨에 짚어낸다. 에덴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상이며 약한 자의 바람일 뿐이다. 인간은 본디 이기적인 존재이고 에덴은 수천 년 동안 개인들의 욕망으로 존재해 온 것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주어지는 에덴은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에덴은 없다는 현실을 알기에….

VR을 통해서 내 심연을 봐야겠다는 현도, 블랙홀의 정면이 나를 노려본다. 그것이 뭔지 모르지만, 끝장을 보기 위해서는 내 심연의 블랙홀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너의 얼굴이 될지 나의 얼굴이 될지.

인간의 양면성을 천착하는 작가는 지긋이 그리고 아주 집요하게 선과 악을 번갈아 가면서 톺아본다. 들여다보려 한다. 현도와 원재의 마음속을, 아바타를 통해서 내 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불러낸다. 선인지 악인지도 모른 채, 때로는 선의로 때로는 악의로 드러나려는 감정들, 이 소설은 쉬운 듯 어렵게 느껴지게 하는 대목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에덴과 블랙홀로 정의되는 것들 사이로 비치는 현실 세계의 모습들,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소설을 읽는 재미란 그 자리에서 일순 끝까지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림을 그려가면서 따라가는 것인데, 아무래도 이미 따라가야 할 가상현실이 있고, 또 그 속에 들어가서 이를 그리면서 쫓아가기에는…. 조금 무리인 듯싶다.

<우주 끝에서 만나>는 결국 주인공인 나 현도, 그리고 또 다른 나처럼 여겼던 원재와 관계에서 자신을 본다. 어떤 인간이며, 무엇을 원하며 살아왔는지를….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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