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의 정치학
케이트 오닐 지음, 명선혜 옮김, 정철 감수 / 북스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폐기물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

 

이 물음에서 시작되는 폐기물에 관한 담론이다. 네이버 사전에 실린 폐기물은 못 쓰게 되어 버리는 물건으로 핵폐기물, 일반폐기물, 산업폐기물, 고체폐기물 등을 싣고 있다. 폐기물은 버리는 물건, 즉 그 쓰임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폐기물 없이 살 수 있는가? 결론의 당연히 없다 이다. 폐기물이 왜 사회문제, 국가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화두가 됐을까, 지구적 차원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수인한도 즉, 한도가 차고 이제는 넘쳐난다는 이야기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폐기물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가? 이는 매우 어렵고도 복잡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쓰레기의 정치학"의 영역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폐기물은 보편적 특징만으로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될 수 있는가? 위에 적은 것처럼 핵+폐기물 등으로밖에 표시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내재한 위험과 그 규모를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세계 각 나라에서는 규제 목적의 폐기물 정의를 두고도 논쟁한다. 국가를 넘나드는 폐기물의 이동(중국의 예를 보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각국으로부터 폐비닐, PVC 등을 수입, 재활용하여 재생원료를 생산했는데, 2010년부터 폐기물 수입금지를 내렸다. 한국의 수도관 등을 제외하고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PVC 등은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수거, 파쇄 등의 가공한 재생원료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규제, 분쟁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따위의 문제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필요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 책은 폐기물을 버려진 쓰레기, 즉 물품적 차원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폐기물과 재활용 경제에 초점을 맞춰, 폐기물 생산, 시장거래가 가능한 자원 전환가치 즉 경제성 있는 폐기물, 국제적으로 흘러 다니는 마치 폭탄 돌리기(우리나라의 필리핀 쓰레기 수출, 되돌아 제주도의 쓰레기, 컨테이너를 빌려 남의 땅에 놓아두기 등, 폐기물 관련 국내외 분쟁 등을 상기하라) 끝에 최종 폐기되는 폐기물의 실체에 접근,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6장으로 나눠서 1장에서는 폐기물과 국제정치경제라는 큰 틀을, 2장에서는 폐기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기, 그리고 3장에서는 폐기물 작업, 4장 전자 폐기물, 5장 음식물 쓰레기, 6장 플라스틱 스크랩 순이다.

 

폐기물 경제의 탄생과 배경

 

자원개척지로서 부상한 폐기물, 이 과정에서 규모나 범위가 모두 확장된 위험성, 세계적인 네트워크 통해 거래되는 자원이자 위험과 불평등이 따르는 폐기물 관리 등이 과제다.

 

폐기물은 인류가 삶을 유지하는 동안 끊임없이 생겨나는 것이다. 편의성, 경제성 등이 더해져 쉽게 만들고 쓰고 버리는 행위가 일정 한계 또는 임계에 다다르면, 환경 등에 영향을 미쳐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그 안에서 삶은 불편하게 된다(생물과 자원의 악순환-먹이사슬의 정점인 인간은 하위체계의 가축, 채소 등 먹을거리, 화학적 환경에 노출되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들), 여기서 발상의 전환, 버리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안에 들어 있는 가치(전자 폐기물, 도시광산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안에 사용된 희귀금속 등)의 발견, 활용, 또 폐기물 경제는 이미 세계화됐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수천만 명이 폐기물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자원개척지인 폐기물

 

특정 분포지역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어디나 사람이 사는 곳에 폐기물이 존재하고, 폐기물을 모아 묻는 매립지, 여기서 처리장으로 이동할 수 있어, 다른 광물처럼 제련하거나 정제될 수 있다. 예로써 전 세계 전자 폐기물 저수지(매립 혹은 집적)에 갇힌 가치를 값으로 환산하면 550억 유로(약 73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폐기물 개발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확실하게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볼 수 없다. 폐기물과 스크랩을 수거 판매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하는 등 폐기물 개발 관련에 참여하는 방법, 즉 접근 방법에 따라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폐기물 수거와 처리보다는 대규모 재활용업과 에너지 발전을 하는 곳, 도시나 마을의 퇴비용 수거 시설과 수리점은 지역사회에 이익을 제공, 필수적인 서비스 수행 등 폐기물의 예방 개념을 통해 이익을 보고 있기도 하다.

 

쓰레기의 정치학

 

한국의 쓰레기 산업, 1970년대 난지도 쓰레기 매입장으로 뿌연 먼지를 내뿜으며, 밀려 들어오던 쓰레기 차량, 수십 년이 지나, 이제 난지도 대신에 인천 매립지관리공사가 들어서 수도권의 쓰레기를 묻어대고, CNN에 보도까지 됐던 경북의 산업폐기물과 플라스틱 등으로 뒤 덮인 쓰레기 산, 필리핀의 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모여 한글로 "한국 쓰레기는 한국으로 가져가라"라는 쓴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등 국제적인 망신 사례들.

 

폐기물 경제의 노동자들 이들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개, 후진국형의 도시광산에서 보호장비 없이 손과 간단한 공구로 낡은 전자제품을 해체, 분해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수은, 다이옥신을 비롯한 독성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만다. 이들은 질병 이른바 쓰레기에서 유래된 병은 개인의 책임이 되고 만다.

 

폐기물 없는 세상 만들기 시도-순환 경제

 

EU의 순환 경제전략은 플라스틱 사용을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제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최소화를 강조한다. 중국 역시 순환 경제정책을 개발했다. 이런 시도라도 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폐기물 개발이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어느 곳에서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질병에 노출되기도 한다.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결국에는 사람을 병들게 하는 순환구조를 갖게 된다면 모순이 아닌가, 이 책은 쓰레기에 대한 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이해 즉, 자원순환의 관점에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난 폐해들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이 책의 지은이는 경제기자 출신이다. 50여 개국을 돌아다녔고, 일본에 대한 미학적 관찰, 여행을 쓴 글들이 호평을 받았다. 그의 관심사는 인문학, 사람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가 적확하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유럽과 미국 인문 기행으로 비틀스와 리버풀, 더블린, 폐허의 미학, 리즈 커크스톨 수도원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의미심장한 현장을 가서 보고 그 느낌을 적고 있다.

2부는 일본 인문 기행이다. 만들어진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하여 가나자와를 맴도는 윤봉길의 혼과 영원한 백경 후지산 그리고 오키나와를, 3부 중국 인문 기행에서는 시안 실크로드 출발지, 뤼신의 길, 쑤저우 은이 세운 제국 등을, 4부는 아시아 인문 기행이다. 히말라야, 자바, 아부다비, 그리고 늑대 토템의 탱크리 정신 등을, 5부 한국 인문 기행이다. 남한산성의 겨울, 서도역에서 타오르는 혼볼, 하멜 14년 애덤스 20년, 해남 미황사 천년의 기원 등을 담고 있어 제목만 보더라도 이미 세계 일주를 하고도 남는다. 이 글들은 인터넷 세계에서 <김경한의 세상 이야기>로 공유된 적이 있다.

 

인문학의 조예, 새로운 각도에서 풍경보기와 사유

 

지은이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음을 들어가는 말에서 드러내 보인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사이에 선 인간, 그냥 흘러가는 시간과 주체적 시간,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은 해방이다. 그냥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삶이 인간 삶의 전형이 아닐까, 가끔은 나에게서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의 여행 예찬론을 들어 보자,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9쪽)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글이 꽤 간결하고 깔끔하다. 뭐, 맛깔나는 젓갈이랄까?, 비틀스의 영혼이 머무는 리버풀이 머리에 그려질 만큼 묘사를 잘해두고 있다. 존 레넌은 비틀스의 영혼이었고, 조지 해리슨은 비틀스의 정신,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심장, 링고 스타는 비틀스의 드럼연주자였다는 표현만으로도 그렇다. 이런 식의 글쓰기가 주제별로 이어진다.

 

가끔 이 책처럼 어느 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들은 단권이 아닌 짤막한 글 묶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몽골로 구분 지어서 말이다. 한데 묶어놓았기에 인문학적 스케치가 크게 감동을 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글들이 많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하나의 글을 찾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눈도 호강, 정신도 여유를 부렸으니 만족한다.

 

자,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한 번 가고픈 영국의 코츠월드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보물 그 자체다. 지은이는 건축가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빌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왕 포드가 이곳을 통째로 사들이고 싶어 했을 만큼.

 

곡선이 흐르는 집, 훈데르트바서

 

말로만 듣던 아파트 옥상에 화초를 가꾸는 아이디어를 낸 건축화가 훈데르트바서, 직선을 거부하고 곡선만을 고집했던 그는 "우리가 사는 곳의 진정한 주인은 자연이고 그들을 주인을 모시는 예를 갖춰야 한다."(60쪽) 는 그의 말은 명언이다. 지금 딱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언제쯤 바뀔까,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비엔나 쓰레기처리장을 예술건물로 바꿔놓은 작품도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이란다.

 

일본의 금각사와 미시마 유키오 소설 "금각사“보기

 

영원불멸의 대상인 금각사를 잿더미로 만든 것은 존재의 부정이다. 절을 없애버려야 오로지 자신만이 인지하고 있는 미를 완전히 가질 수 있다.'라는 지은이의 분석, 이 대목에서 일본의 미학 탐구라는 지은이의 지적 유희에 경탄했다. 아무튼 예전에 읽었던 금각사를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 사원의 성지 교토의 자리한 교토학파, 헤겔과 칸트를 연구하는 독일, 영국, 일본, 일본 그 중심에 교토대학이 그곳에 자리한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로구나.

 

지은이의 일본 인문 기행은 문화로써 일본이라는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낮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이 풀렸다.

 

중국, 하늘의 선물 시후 롱징차

 

이 책을 읽고 시후에 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 시후의 널따란 호수 걸어도 걸어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다시 돌아와 상하이 임시정부를 거쳐 몇 달간 시후 호숫가 가까이에 두었다는 임시정부 건물을 찾아보고, 룽징차도 잔뜩 사 오기는 했지만, 중국 10대 명차 중에서도 으뜸?, 새롭게 들린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다시 시후에 서 있는 듯하다.

 

리뷰를 쓸 때는 끝까지 쫓아가 지은이에게 질문을 하면서 함께 책 속 여행을 즐기는데, 이번만큼은 중국 편에서 그치련다. 유럽, 미국 편으로 되돌아가서 차분히 읽어보련다.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한국으로, 아시아로 또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보련다.

 

여행이 아닌 인문 세계의 만경을... 내 취향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이대로도 좋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처럼, 몇 권으로 나눠, 조금 더 깊이 다뤘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 절대 손해 보지 않는 말하기 수업
시부야 쇼조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절대 손해보지 않는 말하기 수업

 

이 책은 직장에서 말 만하면 손해 보는 사람, 말 한마디로도 이득을 보는 사람을 가르는 사소한 차이를 구분, 절대 손해 보지 않을 말하는 법 배우기다. 말은 기술보다 마음이다. 즉,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하며, 상대방에게 내 첫인상을 좋게 하는 법 역시 말을 어떻게 하는가이다.

말버릇을 바꾸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하나,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법을 바꾸라는 말을 한다. 즉, 나 메시지는 가치 중립적인 뉘앙스다. "너는 매사 왜 그러냐" 라는 힐문보다는 "나는 너무 당황스럽다." 뭐 완곡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맥락을 고려해서 말하는 법

 

오래전 사람들도 말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표현을 사용했다. 2천여 년 전의 '사기'의 평원군 전에 나오는 "도삼촌설(掉三寸舌)" 즉 세 치의 혀를 흔든다는 뜻으로 세 치의 혀로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말이며, 촌철살인(寸鐵殺人)이란 고사성어도 요즘 말로 간결한 말로 핵심을 찌르거나 감동을 줄 때 쓴다. 이렇듯 말은 입 밖으로 나가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마치 쏟아버린 물을 그릇에 담을 수 없듯.

 

지은이는 사회심리학자다. 의사소통의 수단, 도구인 "말'이 효과를 눈여겨본다. "당신의 말이 당신의 성과와 인격을 말해준다." 적어도 사회 생활하는 이들에게 대입시켜보면 딱 들어맞는다. 이게 촌철살인이다. 또 교언영색(巧言令色) 교묘한 말과 아첨을 하는 사람 중 어진 이는 없다(논어의 학이편), 이는 지은이가 말은 기술이 아닌 마음이라는 뜻과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2부 7장 편제다. 1부는 말버릇은 나를 말해주는 거울이라고 하여, 내 인격과 품성을 드러내는 도구다.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하는 습관과 소통은 상대방이 있고, 그 또한 인격이 있으니, 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부는 말은 기술보다 마음의 문제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말하는 방법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우니, 아예 생각을 바꿔라, 나 메시지로 말하되, 역지사지, 즉 상대방의 듣는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나라면 이런 말을 듣고 기분 나쁘지 않을까? 라는 자기 검열이 한동안은 필요할 듯싶다. 습관이 안 되면 안 되니 말이다.

 

기억해 둘 대목 1(상대를 배려하라)

 

이 책은 주 대상이 직장생활하는 사람이라지만, 가정생활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필요한 내용이 담겼다. 한 예를 보자.

" 자네에게는 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 나만 편한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32쪽

 

 

자신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여겨 위축한 부하직원에게 이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코끼리도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약이 된다.

 

기억해 둘 대목2 칭찬이 오히려 화를 돋우는 순간

 

이 책의 한 대목, 한 성악가는 클래식 공연이 끝난 뒤에 최근에 알게 된 한 지인으로부터 노래를 정말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바로 노래를 잘한다는 표현 때문이란다. 왜?, 우리는 보통 잘한다고 하면 그 말을 칭찬이라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이라면 똑같은 말이라도 달리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있다. 성악가들은 대부분 프로니까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칭찬하는 사람들은 TV에서 활약 중인 아이돌 가수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심사위원이 하듯 발성기초가 잘 됐느니 못 됐느니 하는 따위의 평가 기준을 성악가에 들이대 칭찬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이런 차이도 모른 채 노래 잘하시네요. 라고 말한다면 칭찬의 의도로 한 말이지만, 거꾸로 큰 실례가 될 뿐이다.

 

기억해 둘 대목3 말은 기술보다 마음

 

잘했다 못했다는 평가보다는 이렇게 말을 바꿔보자. 감동했다. 당신의 노래가 내 마음 깊숙이에 있는 뭔가를 건드린 것 같다. 참으로 그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면 성악가는 기뻐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류의 예를 차고도 넘쳐난다. 즉, 자신이 모르는 분야나 세계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받은 느낌, 마음을 있는 대로 전하면 된다.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말버릇은 나를 말해주는 거울이다. 간결 명확하게 사족달지 말고.

사소한 말버릇 때문에 후회되는 순간들, 한 마디 더 보태고 덜 보태고, 말이 쉽지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개인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반화하여 단정 짓는 말은 말 그대로 쥐약, 자살골이다. 기껏 인심 선심 다 쓰고,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는커녕,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당신의 말투, 말버릇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기억해 둘 대목4 말은 당신의 인격을 나타내는 도구

 

MZ세대는 저맥락 즉, 직접화법을 기성세대 이른바 꼰대들은 고맥락적 언어습관 즉 간접화법을 쓴다고 한다. 물론 시대의 흐름이 그렇게 변해간다는 것을 말하며 리더가 되려면 자기 틀에서 벗어나 모험을 해야 한다. MZ세대와 통하는 말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주 어렸을 때, 혹은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회상해 보라, 어르신들은 늘 요새 젊은것들은 네 가지(싸가지라 표현하지만, 인의예지)가 없다고 어른들한테 꼬박꼬박 말댓구한다고 우리 어렸을 때는 감히 어른한테 눈도 못 마주쳤다고, 그런데 그 당시 청소년들이 지금은 장년이 돼서 하는 말, 요새 젊은 사람들과는 세대 차이가 나서 그런지 말하는 게 영 틀려….

 

이렇게 돌고 도는 것이, 문화다. 미래의 공기를 마시는 젊은이들은 당연히 과격하게 보이는 것을, 말하는 것도 그러하다. 다만, 이 책의 지은이가 말하는 것은 앞뒤 사정, 상대방의 처지에서 이 말을 하면 어떨까,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자, 이 대목에서 이것만은 기억하자.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생활 속에서 부닥치면 모든 장면에서 응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실용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의 깊은 속은 바로 말을 가려서 하라는 뜻이다. 말을 어떨 때는 무기가 되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고 또 어떨 때는 기쁨을 줄 수 있는 묘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 세상을 품는 생애 첫 1년 육아
최민식 지음 / 레몬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산후우울증은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왜 이런 구별이 왜 필요한가?, 실제 산후우울증에 대한 괜한 오해 때문에 축하해야 할 새 생명 탄생이 공포와 기피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10명이 산모가 출산 후 우울을 경험한다면 2명은 산후우울증이고, 나머지 8명 즉 80%는 산후우울감이다. 산후우울감은 아기에게서 오는 것이다.

신생아에게 편한 곳은 엄마 뱃속인데 여기서 벗어나면서 생긴 불편, 불안 등이 고스란히 엄마에게로 전해져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맨 먼저 꺼낸 것인가,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는 누구나 생애 처음부터 존귀한 존재이며,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출산 그 자체는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요. 귀중한 생명의 출현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체로써 출발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은 아주 친절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누구의 이론을 바탕으로 썼는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 최민식 선생의 인생 경험과 종교인으로 사는 삶의 태도가 이 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게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적고 있다. 출산 전이든 출산 후든 그리고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아빠든 각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라캉 학파의 프랑수와즈 돌토, 영국의 아동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자기 정체서 이론을 도입, 이를 바탕으로 엮어나가고 있다.

지은이는 좋은 엄마는 오히려 나쁘다고 말하며,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것인가를 살피라고 한다.

내가 지금 아기에게 해줘야 할 마땅한 것이 있는데 못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미리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 품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란 아이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기에 이 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 충분히 좋은 엄마 되기와 안아주기(7가지)를 통해서 아이 기르기를 설명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엄마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본성으로 가진 원래의 선함과 순수함을 찾기 위해 엄마의 따뜻한 품과 공감적인 돌봄을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7가지 안아주기는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동일성과 자기성(자기 정체성)이 두 개를 가지고 자기를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임을 주장할 때는 동일성이요,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몸 상태와 세포의 변화, 기분 상태 등에 따라서 나는 매 순간 달라지는데 이것이 자기성이다.

 

왜 태어나서 1년 동안인가,

 

이때 엄마의 품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 동일성이기 때문이다.

안아주기는 언제부터인가, 바로 임신한 때부터 우리가 태교라고 하는 것이 연관돼 있다. 엄마의 산후우울감은 아기의 감정 상태에서 비롯되듯, 엄마의 상태는 고스란히 태아에게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말하기로 안아주기, 품으로 안아주기, 몸으로 안아주기, 거울반영으로 안아주기 존재로 안아주기, 아빠의 안아주기, ‘안아주기’란 곧 담아내는 것이다. 모든 담아내기의 뿌리가 엄마의 안아주기다. 잘 안아주는 엄마를 경험한 아이는 친구를 담아내고, 사랑과 문화 그리고 자연을 담아내고, 공부, 음악, 미술, 신앙을 담아낼 줄 안다. 그래서 안아주기가 중요한 것이다.

 

 

명심해야할 것, 부모-자녀의 관계는 수직적+수평적 관계다

 

아이가 0살일 때, 엄마도 엄마로서 0살이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 엄마는 무의식 속에 잠재됐던 탄생의 시점의 자신을 본다. 아기가 엄마를 볼 때 아기는 엄마를 엄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식한다. 결핍으로 가득 차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를 볼 때, 엄마 자신의 아기 때의 결핍을 본다. 그리하여 엄마는 아이에게 공감적인 품을 제공함으로써 엄마 자신의 결핍을 메울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서 보듯 첫 1년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 첫해에 존재론적으로 아이는 먼저와 융합된 상태다. 즉, 엄마와 아이는 존재론적으로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이는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도 있다. 약간 위계 혹은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1966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은 한때 인구를 늘리기 위해 낙태와 피임을 금지, 늘어난 아이 17만 명의 고아가 생겨났다. 닭장 같은 고아원, 닭장에 갇힌 닭처럼 사육상태에 장시간 놓인 아이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돌봄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겨난 병이나 징후들이다. 태어나서 엄마와의 감정의 교류가 없는 상태가 모두 그렇게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각각의 안아주기를 설명하는 곳에 사례를 들고 있어, 왜 안아주기가 필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바로 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2천 년 사람 사마천, 그는 궁형을 선택해서까지 세상에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가 남긴 사기는 52만 6,500자다. 이 바탕을 흐르는 초지 일관된 이슈를 집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은이 김영수 선생은 아마도 인간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게 아니었겠냐고 말한다. 이게 사기를 평생 연구해 온 학자의 견해다.

 

이 책 역시, 이런 맥락에서 우리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전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은이는 사기를 정제와 압축의 미학으로 규정한다. 사기의 언어들은 때로는 냉혹하기 그지없고 차갑고 서늘하고 무섭고 무겁지만, 한 글자 한 글자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이 담겨있기도 하다는 평가하고 있다.

 

이 책 또한, 우리 시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를 전제로 인간의 길을 통찰하기 위해 사기에서 선정한 62개의 문장을 가져와 1장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17문), 2장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16문), 3장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13문), 그리고 4장 세상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16문)를 배치해두었다. 기실, 어떻게 사는 것인 참된 삶인지 즉, 스스로 무엇을 경계하며, 자신을 다스릴 것인지에 관한 명심보감인 셈이다. 이어서 어떤 세계관(사상 또는 철학)을 지녀야 하는지, 그리고 세상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서야 하며, 그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적어두고 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내가 선택하는 최선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또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기에 눈길이 간다. 최선의 삶은 굴원을, 내 의지대로 사는 것은 백이와 숙제 고사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는 진승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선의 삶을 선택한 굴원 무엇인 최선인가,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게세혼탁유아독청],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요즘은 그 속도마저 빨라졌지만,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이치만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이 그렇다. 어느 시대건 부패 정권과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이에 저항한 굴원은 결국 조정에서 쫓겨나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돼, 자살을 택한다. 세상 사람들은 굴원의 결벽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두고,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박차고 나오는 행위는 시세를 모르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선에서 시세를 따르고 어느 선에서 발을 뺄 것인가, 오늘날에도 이런 고민이 따른다. 2012년을 상징하는 한자로 거세혼탁이 선정됐다. 즉 세상이 온통 흐리다는 것이다. 굴원은 죽음으로써 시대에 강력하게 저항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고 그 어떤 힘으로도 빼앗을 수 없는 ‘자유의지’가 있다. 오늘을 사는 인생에 내일은 없다. 훗날 역사가 나를 뭐라 부를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행동은 제멋대로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의식하는 이들은 후세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는 길을 택한다. 사기 열전의 첫 장에 소개하는 백이와 숙제의 고사는 이들의 죽음의 과정과 의미를 알리고자 함이다. 즉 자유의지는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남게 하며, 인간을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게간위기- 진승 이야기

 

진나라가 망하다. 농민봉기의 선봉장 진승이라는 평범한 사내가 난을 일으킴으로써 진나라의 일곱 종묘가 모조리 파괴됐다. 사기는 진승을 제후반열로 끌어올려 ‘세가’에 실었다. 그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민중의 힘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경고”였을지도 모른다.

 

진시황이 죽자(기원전 210년), 호해가 왕의 자리에 올라 하남지방민을 북방 변경 경비에 투입하라는 조서를 내림으로써 서막이 열린 농민봉기, 징발된 900명 가운데 들어있던 진승, 비가 와서 목적지에 제시간에 대지 못하면 참수형을 당할 처지가 되지 봉기를 일으켰다. 대장부가 기껏해야 죽지 않는 정도에 만족할 수 있는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세상에 이름이라도 남겨야 하는 것 아닌가?,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란 말인가?, 결국, 모 죽임을 당하고 끝난 봉기, 그러나 이 봉기는 불씨였다. 황우와 유방 세력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민중의 진정한 힘은 자각에서 나온다. 일어나야 할 때라고 판단되면 박차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다만, 냉철한 판단과 준비된 역량이 없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은 모두를 죽게 하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오늘날의 모습도 너무도 닮아 있지 않은가, 2000년도 넘는 그 아주 먼 옛날과 다르지 않음은 무엇 때문일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세계관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까- 대체 하늘의 도라는 것이 정말로 이러한 것인지(당소위천도 시야비야)

사마천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보다는 박해를 당하거나 불행하게 삶을 마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당소위천도 시야비야 도 바로 그런 마음의 표현이다.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을 베푼다는 것이 어찌 이 모양일꼬, 사마천은 공자의 말을 끌어다 썼다. “날이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푸르름을 실감하고, 세상이 어지럽고 더러워져야 깨끗한 선비가 드러나는 것인가”라고,

 

사마천은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잘못을 구분 지어 봤던 게 아닐까 하는 지은이의 해설이 더해져 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거나 선이 악을 물리친다(권선징악)는 말이 요즘은 너무 공허한 말인 듯하다. 하나, 이를 역으로 보자면 사물과 인간의 실체와 본질을 통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 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핵심은 “말”이다.

 

사기에서 눌변의 미학과 달변의 이중성, 설득력을 높이는 말의 기교, 비유와 상징의 효과 등 ‘말’과 연관된 문장들을 뽑아 실었다. 이 중, 굳건한 믿음마저 흔드는 말의 반복효과를 보자, 이는 마치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이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거짓말을 백번 반복하면 그것은 사실이 된다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계속 반복해서 의도적 유포하면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세 사람이 의심하니 그 어머니도 두려워하더라(삼인의지 기모구의), 전국시대 진나라의 재상 감무는 기원전 308년 한나라를 공격하라는 무왕의 명령을 받았다. 조정은 여기저기서 파견된 첩자들이 진나라 내부 실세들과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 감무가 출정 나가면 그에 대한 유언비어와 악의에 찬 중상모략이 예상됐다.

 

감무는 왕에게 자신을 믿는다고 맹세해달라며 증삼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떠났다. 시간이 흐르자 왕은 감무를 의심했으나(변덕스러운 것이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감무는 자신과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유명한 식양의 맹세다. 유언비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럴듯해지는 경향이 있다. 반복되는 유언비어는 굳은 믿음마저 뒤흔든다. 귀는 나쁜 말에 관심을 더 갖는다(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깎는다는 말이 있듯) 때로는 정치적 차원에서 정략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해제되면 인간관계는 멀어진다, 사냥개가 아닌 사냥꾼으로 살아라, 작은 갈등이 큰 손실을 초래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 사람의 앞날은 단정하기 어렵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사기는 적고 있다.

 

이해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는 게 좋겠다. 사람은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준비하지 않는 기다림은 시간 낭비다. 준비란 기다림 속에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깊이 생각하며, 사물과 일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까지 이를 것이다. 이것이 한비자가 말한 비필충천이다. 사람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하다.

 

사기에 실린 많은 이야기 중에 62문, 그중에서 몇 개를 살펴봤다.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나, 이야기들은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보충적인 성격도 있어, 정독이든, 완독이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든,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하루에 한 문씩 출퇴근길을 오가며 가볍게 읽어도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