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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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이 책의 지은이는 경제기자 출신이다. 50여 개국을 돌아다녔고, 일본에 대한 미학적 관찰, 여행을 쓴 글들이 호평을 받았다. 그의 관심사는 인문학, 사람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가 적확하다.

 

이 책은 5부로 구성됐다.

1부는 유럽과 미국 인문 기행으로 비틀스와 리버풀, 더블린, 폐허의 미학, 리즈 커크스톨 수도원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의미심장한 현장을 가서 보고 그 느낌을 적고 있다.

2부는 일본 인문 기행이다. 만들어진 사카모토 료마를 비롯하여 가나자와를 맴도는 윤봉길의 혼과 영원한 백경 후지산 그리고 오키나와를, 3부 중국 인문 기행에서는 시안 실크로드 출발지, 뤼신의 길, 쑤저우 은이 세운 제국 등을, 4부는 아시아 인문 기행이다. 히말라야, 자바, 아부다비, 그리고 늑대 토템의 탱크리 정신 등을, 5부 한국 인문 기행이다. 남한산성의 겨울, 서도역에서 타오르는 혼볼, 하멜 14년 애덤스 20년, 해남 미황사 천년의 기원 등을 담고 있어 제목만 보더라도 이미 세계 일주를 하고도 남는다. 이 글들은 인터넷 세계에서 <김경한의 세상 이야기>로 공유된 적이 있다.

 

인문학의 조예, 새로운 각도에서 풍경보기와 사유

 

지은이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음을 들어가는 말에서 드러내 보인다. 카이로스와 크로노스 사이에 선 인간, 그냥 흘러가는 시간과 주체적 시간,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은 해방이다. 그냥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삶이 인간 삶의 전형이 아닐까, 가끔은 나에게서 시간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의 여행 예찬론을 들어 보자,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9쪽)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글이 꽤 간결하고 깔끔하다. 뭐, 맛깔나는 젓갈이랄까?, 비틀스의 영혼이 머무는 리버풀이 머리에 그려질 만큼 묘사를 잘해두고 있다. 존 레넌은 비틀스의 영혼이었고, 조지 해리슨은 비틀스의 정신, 폴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심장, 링고 스타는 비틀스의 드럼연주자였다는 표현만으로도 그렇다. 이런 식의 글쓰기가 주제별로 이어진다.

 

가끔 이 책처럼 어느 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들은 단권이 아닌 짤막한 글 묶음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몽골로 구분 지어서 말이다. 한데 묶어놓았기에 인문학적 스케치가 크게 감동을 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좋은 글들이 많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하나의 글을 찾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눈도 호강, 정신도 여유를 부렸으니 만족한다.

 

자,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한 번 가고픈 영국의 코츠월드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보물 그 자체다. 지은이는 건축가 윌리엄 모리스의 말을 빌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왕 포드가 이곳을 통째로 사들이고 싶어 했을 만큼.

 

곡선이 흐르는 집, 훈데르트바서

 

말로만 듣던 아파트 옥상에 화초를 가꾸는 아이디어를 낸 건축화가 훈데르트바서, 직선을 거부하고 곡선만을 고집했던 그는 "우리가 사는 곳의 진정한 주인은 자연이고 그들을 주인을 모시는 예를 갖춰야 한다."(60쪽) 는 그의 말은 명언이다. 지금 딱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언제쯤 바뀔까, 우리나라 아파트 건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비엔나 쓰레기처리장을 예술건물로 바꿔놓은 작품도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이란다.

 

일본의 금각사와 미시마 유키오 소설 "금각사“보기

 

영원불멸의 대상인 금각사를 잿더미로 만든 것은 존재의 부정이다. 절을 없애버려야 오로지 자신만이 인지하고 있는 미를 완전히 가질 수 있다.'라는 지은이의 분석, 이 대목에서 일본의 미학 탐구라는 지은이의 지적 유희에 경탄했다. 아무튼 예전에 읽었던 금각사를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 사원의 성지 교토의 자리한 교토학파, 헤겔과 칸트를 연구하는 독일, 영국, 일본, 일본 그 중심에 교토대학이 그곳에 자리한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로구나.

 

지은이의 일본 인문 기행은 문화로써 일본이라는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낮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이 풀렸다.

 

중국, 하늘의 선물 시후 롱징차

 

이 책을 읽고 시후에 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든다. 시후의 널따란 호수 걸어도 걸어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다시 돌아와 상하이 임시정부를 거쳐 몇 달간 시후 호숫가 가까이에 두었다는 임시정부 건물을 찾아보고, 룽징차도 잔뜩 사 오기는 했지만, 중국 10대 명차 중에서도 으뜸?, 새롭게 들린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다시 시후에 서 있는 듯하다.

 

리뷰를 쓸 때는 끝까지 쫓아가 지은이에게 질문을 하면서 함께 책 속 여행을 즐기는데, 이번만큼은 중국 편에서 그치련다. 유럽, 미국 편으로 되돌아가서 차분히 읽어보련다.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 한국으로, 아시아로 또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보련다.

 

여행이 아닌 인문 세계의 만경을... 내 취향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이대로도 좋다. 하지만,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처럼, 몇 권으로 나눠, 조금 더 깊이 다뤘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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