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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 세상을 품는 생애 첫 1년 육아
최민식 지음 / 레몬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불안한 부모를 위한 심리 수업
산후우울증은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으로 구별된다고 한다. 왜 이런 구별이 왜 필요한가?, 실제 산후우울증에 대한 괜한 오해 때문에 축하해야 할 새 생명 탄생이 공포와 기피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10명이 산모가 출산 후 우울을 경험한다면 2명은 산후우울증이고, 나머지 8명 즉 80%는 산후우울감이다. 산후우울감은 아기에게서 오는 것이다.
신생아에게 편한 곳은 엄마 뱃속인데 여기서 벗어나면서 생긴 불편, 불안 등이 고스란히 엄마에게로 전해져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맨 먼저 꺼낸 것인가,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는 누구나 생애 처음부터 존귀한 존재이며,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출산 그 자체는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요. 귀중한 생명의 출현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체로써 출발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은 아주 친절하다. 그리고 솔직하게 누구의 이론을 바탕으로 썼는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 최민식 선생의 인생 경험과 종교인으로 사는 삶의 태도가 이 책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게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적고 있다. 출산 전이든 출산 후든 그리고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아빠든 각자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라캉 학파의 프랑수와즈 돌토, 영국의 아동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 프랑스 철학자 폴 리쾨르의 자기 정체서 이론을 도입, 이를 바탕으로 엮어나가고 있다.
지은이는 좋은 엄마는 오히려 나쁘다고 말하며,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것인가를 살피라고 한다.
내가 지금 아기에게 해줘야 할 마땅한 것이 있는데 못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미리 살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마 품이 부재한 상태에서 자란 아이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기에 이 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의 키워드 충분히 좋은 엄마 되기와 안아주기(7가지)를 통해서 아이 기르기를 설명하고 있다. 충분히 좋은 엄마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본성으로 가진 원래의 선함과 순수함을 찾기 위해 엄마의 따뜻한 품과 공감적인 돌봄을 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7가지 안아주기는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동일성과 자기성(자기 정체성)이 두 개를 가지고 자기를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임을 주장할 때는 동일성이요,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 몸 상태와 세포의 변화, 기분 상태 등에 따라서 나는 매 순간 달라지는데 이것이 자기성이다.
왜 태어나서 1년 동안인가,
이때 엄마의 품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 동일성이기 때문이다.
안아주기는 언제부터인가, 바로 임신한 때부터 우리가 태교라고 하는 것이 연관돼 있다. 엄마의 산후우울감은 아기의 감정 상태에서 비롯되듯, 엄마의 상태는 고스란히 태아에게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말하기로 안아주기, 품으로 안아주기, 몸으로 안아주기, 거울반영으로 안아주기 존재로 안아주기, 아빠의 안아주기, ‘안아주기’란 곧 담아내는 것이다. 모든 담아내기의 뿌리가 엄마의 안아주기다. 잘 안아주는 엄마를 경험한 아이는 친구를 담아내고, 사랑과 문화 그리고 자연을 담아내고, 공부, 음악, 미술, 신앙을 담아낼 줄 안다. 그래서 안아주기가 중요한 것이다.
명심해야할 것, 부모-자녀의 관계는 수직적+수평적 관계다
아이가 0살일 때, 엄마도 엄마로서 0살이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 엄마는 무의식 속에 잠재됐던 탄생의 시점의 자신을 본다. 아기가 엄마를 볼 때 아기는 엄마를 엄마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식한다. 결핍으로 가득 차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를 볼 때, 엄마 자신의 아기 때의 결핍을 본다. 그리하여 엄마는 아이에게 공감적인 품을 제공함으로써 엄마 자신의 결핍을 메울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서 보듯 첫 1년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 첫해에 존재론적으로 아이는 먼저와 융합된 상태다. 즉, 엄마와 아이는 존재론적으로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이는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사례도 있다. 약간 위계 혹은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1966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정권은 한때 인구를 늘리기 위해 낙태와 피임을 금지, 늘어난 아이 17만 명의 고아가 생겨났다. 닭장 같은 고아원, 닭장에 갇힌 닭처럼 사육상태에 장시간 놓인 아이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돌봄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겨난 병이나 징후들이다. 태어나서 엄마와의 감정의 교류가 없는 상태가 모두 그렇게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보고가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각각의 안아주기를 설명하는 곳에 사례를 들고 있어, 왜 안아주기가 필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