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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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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 란 러시아의 문학 비평가 및 작가인 빅토르 쉬클로프스키가 개념화한 것으로 일상의 친숙한 사물이나 대상을 알고 있는 바가 아닌 낯설게 지각되는 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다. 세계에 대한 굳어진 인식은 정형화되고 단일한 자아로 수렴되며 이런 변하지 않는 자아에 대한 망상은 평생 우리를 괴롭힌다. 따라서 “낯설게 하기” 란 단일한 주체에 대한 신화를 거부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아에 대해 일깨워 주며 생의 감각을 좀 더 예민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언어로서 존재하는 인간이 언어를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문맹으로 세계를 바라보면 쉬이 “낯설게 하기” 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외국 생활을 쓴 에세이는 늘 우리에게 그러한 간접경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작가가 중국에서 낯설게 지각하는 그대로의 감각을 명색이(?) 언어학자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점이다. 아울러 그러한 지각에서 발화되는 삶과 역사에 대한 (수 없이 반복되고 변주되는 ‘같은’ 이야기들이 빠뜨린)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한 듯 느껴질라치면 끊어내는 미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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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엄성의 철학 - 종교 간의 대화에 기초한 인간학 정초 서강학술총서 72
김용해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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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존엄한가?
만약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1.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근거

① 조지 카텝 <인간의 존엄>
 인간의 존엄성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각 개인이 가지는 평등한 개인의 존엄성이고 나머지 하나는 지구상의 다른 어떠한 종들보다 우월한 존재로서 가지는 인류의 존엄성이다. 개인의 존엄성은 도덕적 정당화가 아니라 실존적 가치로서 정당화된다. 다시 말해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존엄성이 훼손될 수는 있지만 박탈 당할 수는 없다. 인류의 존엄성은 이론적으로 자연으로부터의 부분적인 결별에 근거한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연으로부터 부분적으로 결별하였지만 다른 종들은 오직 자연에만 귀속되어 있다. 이러한 인류의 존엄성으로 인해 인류는 다른 동물들을 멸종으로부터 구하고 자연의 청지기 역할을 충실히 행할 수 있으며 또 행해야 한다.

② 칸트
 인간만이 유일하게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만 부여된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해를 가한 사람은 존엄성을 상실한다.

③ 실체 주의의 입장
 인간의 실체로서 내적 행위 원리인 인격성의 원리는 인간종에게 본질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은 우연적 특성들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 즉 태아, 유아, 식물인간, 중한 정신질환자까지도 유효하다.

④ Robert Spaemann의 초월적 인격주의 
 인격으로서의 지위는 특정한 종적 특성의 개별적 양상에서가 아니고, 종에의 귀속에서 비롯된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의 생물학적 소속이기만 하면 인격 존재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고 이러한 사실인정이 인간 존엄성의 근거가 된다.

⑤ Peter Singer의 실용주의
 싱어는 종의 소속에 근거한 인격주의를 인간 우월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인간 존엄성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인간(Human)'이라는 말을 두 가지 용어로 구분한다. 먼저 생물학적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의 구성원(Member of the Homo sapiens)'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두 번째로 그와 대립되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인격체(Person)'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격체라는 용어는 Joseph Fletcher가 제안한 '인간성의 표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부합하는 경우다. 여기에는 자기에 대한 앎 또는 자의식(Self-awareness), 자기통제(Self-control), 미래감(A sense of the future), 과거감(A sense of the past),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Capacity to relate to others), 타인에 대한 관심(Concern for others), 의사소통(Communication), 호기심(Curiosity) 등이 속한다. 싱어는 이를 압축해서 '합리성'과 '자의식'이라는 두 가지 결정적 특징으로, '인격체'를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족의 구성원'과 구분한다. 물론 이 둘의 위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싱어의 실용주의 윤리의 입장에서 보면 '인격체'의 생명을 취하는 것이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족의 구성원'의 생명을 취하는 것보다 특별히 더 심각한 일이다.

⑥ Gerd Haeffner의 존재론적 관념주의
 해프너는 인간 존엄성의 근거를 업적이나 능력이 아닌 관념을 통해 규정된 존재 양태에 둔다. 존재란 성취되지 못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의 조건으로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인간은 이상적 관념에 따르면 턱없이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는 현존재의 실재를 경험하지만, 다른 한편 그의 가능성으로 관념과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그의 어떤 상태에 있어서도 존엄한 인격인 것이다. 즉 싱어가 말한 인격체가 가지는 특성들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관념에 대한 그의 존재적 관계 때문에 인격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⑦ Niklas Luhmann의 기능주의
 루만은 기존의 사회학에서 인간과 인간의 행위를 사회의 구성요소로 이해했던 것에 반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사회체계와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간은 사회체계의 구성요소가 아닌 환경에 놓여 있으며, 사회체계를 작동케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에 인격을 구성하는 것은 실체나 자립적 주체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된다고 했다. 

⑧ Jürgen Moltmann의 신의 모상
 인간은 신의 모상이라는 말은 신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다. 창세기 1장 
26절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 27절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신의 모상이라는 개념을 끌어오고 더불어 인격과 존엄성도 그것에 근거를 두는 것이다. 몰트만은 신의 모상성은 인간의 영혼, 혹은 마음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즉 인간은 온전히 어디서나 신에 맞갖을 수 있고, 맞갖아야만 하는 온전히 인격인 존재이다. 인간이 신에 대해 인격이기 때문에 신의 현존이 인간을 인격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든다. 

2. 결론

 위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인간 존엄성 근거를 통해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싱어와 루만 등이 주장하는 바, 존엄성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한 조건에 맞거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입장과, 이와 반대로 스패만이나 해프너 등이 주장하듯 존엄성은 종의 귀속이든 관념의 귀속이든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입장이 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근거를 찾으려고 했던 조지 카텝과 신의 모상성을 근거로 존엄을 말하는 기독교, 두 입장 모두에서 인간의 청지기 사명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생태 신학에서는 자연을 인간의 지배와 소유의 관점으로 보기 보다 인간 생명을 영위하는 데 최소한의 사용에 그치면서 그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은 인간의 존엄성에 의심을 품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당연한 듯 여겨지는 지금 이 시대의 절대 가치에 살짝 반감이 들었고 논리적 근거에 궁금증이 생겼다. 많이 부족하지만 몇 권의 책과 자료를 보고 정리한 것이 위의 내용이다. 기본적인 토대는 김용해 선생님의 책 <인간 존엄성의 철학>을 많이 참고하였다. 
 많이 고민해보고 어느 정도 내린 결론은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그럴듯한 허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인간의 합리성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이성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인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생물들과의 비교와 상생을 거부했다. 자연히 거기에 걸맞은 종의 존엄성이 필요해졌으며 또한 종 내의 평등에 관한 이념도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고귀하다는 생각은 지극히 오만하고 독단적이지 않은가. 자연의 청지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라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나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를 읽어보면 그런 긍정적인 말은 단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인간종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주위 환경을 파괴한다. 존 그레이의 말처럼 인류의 진보는 신화이고 휴머니즘은 종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너무 비관적인 생각인가? 그렇다면 백번 양보해서 존엄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칸트나 싱어의 주장대로 가질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종이나 관념의 귀속이란 너무나 작위적이다. 인간은 단지 우연의 산물일 뿐이며 자연은 우리를 절대 특별 취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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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 - 인간 존엄성에 관한 세속적인 탐색
조지 카텝 지음, 이태영 옮김 / 말글빛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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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각 개인이 가지는 평등한 개인의 존엄성이고 나머지 하나는 지구상의 다른 어떠한 종들보다 우월한 존재로서 가지는 인류의 존엄성이다. 개인의 존엄성은 도덕적 정당화가 아니라 실존적 가치로서 정당화된다. 다시 말해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존엄성이 훼손될 수는 있지만 박탈 당할 수는 없다. 인류의 존엄성은 이론적으로 자연으로부터의 부분적인 결별에 근거한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세상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자연으로부터 부분적으로 결별하였지만 다른 종들은 오직 자연에만 귀속되어 있다. 이러한 인류의 존엄성으로 인해 인류는 다른 동물들을 멸종으로부터 구하고 자연의 청지기 역할을 충실히 행할 수 있으며 또 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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