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전스 - 미래와 진화의 열쇠
스티븐 존슨 지음, 김한영 옮김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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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자유의지에 관해 논쟁하고 있다.
A : “자유의지는 불가능해. 인간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이 물질은 절대불변의 자연법칙을 따르고 있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이미 양자 수준에서 결정되어 있어.”
B : “자유는 실존하는 인간의 존재 기반이야. 만약 자유의지가 없다면 법을 어기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를 한 사람을 어떻게 처벌하거나 비난할 수 있겠어?”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케케묵은 주제지만 여전히 논란 중이다. 답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인데 <빅 픽쳐>의 저자 션 캐럴이라면 ‘시적 자연주의’라는 관점으로 이렇게 답할 것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각각 다른 층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A가 맞지만, B의 화법도 유용하고 의미가 있다.”

시적 자연주의란 실재하는 자연은 단 하나이며, 이 세계는 절대불변의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세상을 논하는 유용한 화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세계관이다. 이는 세상을 이루고 있는 물질을 극한으로 쪼갠 양자 수준의 표준모형(코어이론)이 실재지만, 그 층위에서 창발(emergence)한 상위 층위의 행동이나 개념들도 나름의 유용한 화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원래 소개하려는 책 <이머전스>, 즉 창발의 개념이 활용된다.

창발의 사전적 의미는 하위 계층(구성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개미 하나하나의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개미집단 전체를 보았을 때 새로운 행동이나 특징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인간을 예를 들어보면 수많은 양자들과 힘들의 상호작용으로 ‘악수’라는 행위를 했을 때, 이 악수라는 행위는 하위계층에서 창발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악수나 예절, 또는 자유의지라고 부르든 각각 유용하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유물론자, 환원론자의 비겁한 변명(^^;)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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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이일야 지음 / 담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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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이 물음은 정교하지 못하다. ‘누구’ 는 사피엔스 종을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인가?’
훨씬 낫다. 하지만 경계의 설정이 모호한 질문일수록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때론 더 효과적이다.
‘나는 무엇이 아닌가?’

이 책은 흔히 불교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주제들을 중심으로, 불교의 관점과 그 반대되는 생각을 비교하여, 불교의 세계관에 대해 좀 더 친근하고 명료하게 접근하는 책이다. 예를 들어 이원론 vs 연기론, 자아 vs 무아, 윤회 vs 해탈 등등. 이런 방식은 불교라는 거대담론을 안에서부터 묘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매한 경계 바깥의 요소들을 제거해 나감으로써 그 내부 실체를 또렷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불교에 대한 파편화된 지식을 잘 정리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좋은 책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인식(앎)과 실천(삶)의 간극은 좁을수록 좋다. 그리고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우리는 늘 사색해야 한다.’

‘우리는 영원한 지금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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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익스프레스 -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 익스프레스 시리즈 1
조진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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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자의 실존을 탐구하는 과학 만화.

2.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이성-감각, 합리-경험, 가설-관찰의 대립구도로 이야기를 이끈 점이 탁월한 듯.

3. 토대주의나 정합주의, 패러다임, 반증가능성 등등 단순한 과학사를 넘어 과학적 방법론을 위시한 올바른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통찰을 보여준다.

4. 이 모든 걸 차치하고도 정말 쉽고 재미있다. 만화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과학적 의문을 풀어가는 저자의 깊은 내공이 역력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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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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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더께를 헤집어 80년대 끝자락에 가닿는다. 다니던 초등학교 근처 대학교에서 간간이 데모를 했는데 그럴 때면 최루탄 때문에 부예진 하굣길을 눈물 콧물 다 쏟으며 뛰어가곤 했다. 오감은 30년도 더 된 시간의 주름을 훌쩍 뛰어넘는다.

역사의 큰 물결은 여기저기를 휘감으며 길을 다지고 상흔을 남긴다. 작은 개인의 물줄기는 작게, 때로는 크게 본류에 휩쓸리고 만다. 이 책들은 그들의 이야기다. 아니, 개인의 서사지만 보태어져 커져가는 큰 물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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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84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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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말 재미있다. ‘푸하하’나 ‘깔깔깔’은 아니고 ‘피식’이나 ‘킥킥’ 또는 ‘낄낄’ 정도지만 빈도가 잦다. 수준 또한 높다. 인간과 만물의 이치를 꿰뚫고 있는 고양이의 논평이다. 스스로 평한 대로 ‘한 글자 한 구절 속에 우주의 크나큰 철학과 진리가 담겼다.’

2. 태연자약한 인물들의 시시껄렁한 잡담이 일품이다. 역시 지적 허영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3. 소크라테스, 루소, 니체, 노자, 장자, 공자 등등. 이 고양이 친구 최소한 동서양 철학 입문서 정도는 통달한듯하다.

4. ‘인간의 정의(定義) 운운하자면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저 공연한 일을 만들어서 스스로 괴로워하는 존재라고 하면 충분하다.’ 347p

5. 작가의 전근대적 여성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시 시대적 한계라고 봐야 할까? 미숙한 인간관으로 봐야 할까? 이런 게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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